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서민경제 파탄범 꼼짝마!”...사기꾼 때려잡던 ‘금융계 저승사자’, ‘가정경제 주치의’로 나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서민경제 파탄범 꼼짝마!”...사기꾼 때려잡던 ‘금융계 저승사자’, ‘가정경제 주치의’로 나서다
  • [스타트업투데이 임효정 기자]
  • 승인 2019.09.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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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타트업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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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제발 살려주세요.” 전화기 너머로 흐느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채를 갚지 못해 지방의 한 다방으로 팔려가기 직전인 여성이 도움을 청해왔다. “무슨 일인지 알아야 죽이든 살리든 할 거 아니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감독원 재직시절, 신체 포기각서, 안구 포기각서 등을 쓰고 돈을 갚지 못해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들을 구출해냈다. ‘그놈 목소리’, ‘그녀 목소리’, ‘그분 목소리’ 등을 만들어 보이스피싱 사기에 휘말리지 않도록 예방에 앞장섰고, 2007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쩐의전쟁’ 제작진에 제안해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 불법 사금융과 전화금융사기 피해방지를 위한 자막을 입혔다. 사채업자, 대부업자, 금융 사기범들에게는 ‘저승사자’로 불리지만, 서민들에게는 ‘가정경제 주치의’로 불리는 조성목 원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서민금융’이란 개념을 처음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늘 정책의 수혜자는 따로 정해져 있다. 위정자들은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무관심하게 묻어두길 원한다. 금융감독원 재직 시절, 국내 최초로 사채피해 신고를 받고 상담업무를 하면서 서민금융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언론 홍보를 통해서 정부는 물론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년이나 잠을 잤다. 잠을 깨우기 위해 지속적인 언론 홍보를 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여론이라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금융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이유가 뭔가?

2001년부터 불법사채업자는 물론 유사수신, 불법 다단계, 불법 카드할인 등을 단속했다. 또 같은해 33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2014년 신용카드 정보유출사태에 대한 신속한 대응책을 내놨다. 거기다 보이스피싱 사기 등 온갖 금융 관련 불법행위와 맞서다 보니 ‘금융계 저승사자’로 불린 것 같다. 그러나 늘 마음속으로는 “죄가 밉지, 인간이 미운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합당한 처벌을 받고 나온 이들을 만나 새로운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다(하하).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검사실 국장, 선임국장 등을 지냈다. 당시의 경험이 서민금융연구원을 설립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금융사들이 서민금융회사로서의 마인드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예금자보호법 등 정부의 보호막 안에서 영업하면서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들이 사채업자와 다를 게 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민들을 위해 정부에 할 말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서민을 위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민금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우리나라는 서민금융연구를 등한시하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목소리만 큰 사람이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하는 모습을 자주 목도했다. 저축은행, 신협, 여신금융전문회사 등 서민금융사의 감독 검사업무를 담당하며 체계적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연구원을 설립하게 됐다. 은행, 보험, 증권 등 대부분의 금융 영역엔 연구원들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서민금융에만 연구원이 없었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내년이 총선정국이다. 입으로만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지 말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2018년 개최된 서민금융연구원 상반기 포럼. (출처: 서민금융연구원)
2018년 개최된 서민금융연구원 상반기 포럼. (출처: 서민금융연구원)

서민금융연구원은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민금융연구포럼’ 네이버 밴드로 출발했는데, 밴드를 만든 이유가 뭔가? 

처음부터 연구원이란 명칭을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절차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 뜻에 동의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구원을 만들 수는 없었다. 속된 말로 ‘간’을 봤다. 밴드를 통해 나와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으면서 ‘때’가 왔을 때, 연구원을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포럼이란 가벼운 형태로 정책발표를 했고, 뒤이어 체계적인 연구조직을 구축해나갔다. 발기인 총회 후 8개월 만에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성과라기보다는 국가에서도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인가를 내줬다고 생각한다. 오는 9월 17일 연구원 사단법인 인가 2주년을 맞는다. 감개무량하다.

 

밴드 개설 당시 반응이 궁금하다. 

처음 밴드를 개설할 때만 해도 “얼마나 가겠어?”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이 많았다. 지난해 6월 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할 때만 해도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원도 연구인력도 없는 연구원이 무슨 연구원이냐”는 차가운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자신 있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할 당시, 338명의 구조조정 담당 인력 중 절반에 가까운 160명을 외부에서 데려왔다. 2014년 '신용카드사 개인신용정보 유출사태' 때도 금융보안연구원의 전문인력을 파견받아 일을 처리했었다. 그래서 서민금융연구원 연구인력도 외부 전문인력을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하자고 내부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현재 20여 명의 전문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서민금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하는 기관이 없었던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안 되는’ 연구이기 때문이다. 금융사에서는 서민들을 도우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서민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 지금이라도 위정자들은 생각을 깨우치고, 국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서는 서민금융을 연구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다른 연구원과 달리 우리는 현장과 연결된 연구를 한다. ‘가정경제 주치의’들이 활동하고 있다. 빚에 쫒기는 것도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한다. 병을 고치려면 의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서민금융연구원에서는 ‘가정경제 주치의’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사채이용자 3,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법적 상한 인하 대신 서민들이 금리비교를 통해 낮은 금리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통계를 얻었고, 관련 정책을 정부에 제시했다.

 

서민금융연구원에서 말하는 ‘서민’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들이 해당되나?

금융 측면에서 볼 때, 서민은 신용만으로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의미한다.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 원 이하 또는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이 정부의 지원대상이 돼야 한다. 사전적 의미인 ‘보통사람’과는 차이가 있다.

금융 부문에서 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올바른 진단, 즉 전문가 상담을 통한 처방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만 서민금융 부문에 7조 원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효과는 분석된 것이 없다. 양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질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배가 아플 때, 소화제만 주는 것은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사채, 빚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더해져 경제가 쉽게 좋아지긴 어려을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사채를 이용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당장 ‘빚 돌려막기’부터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채무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법원의 개인회생제도 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 법률구조공단 등의 문을 두드려 채무를 정리해야 한다. 그래도 꼭 돈을 빌려야 한다면 서민금융진흥원 맞춤대출서비스를 활용해 알맞은 대출상품을 안내받아야 한다. 정부의 정책상품 등이 58개 금융사를 통해 안내되고 있다. 긴축하지 않고, 빚을 돌려막는 것은 훗날 고통을 가중시킬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성목 원장은…

경기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과 서울대학교 세계경제최고전략과정을 수료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을 지냈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검사실장과 선임국장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재)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이사를 맡고 있으며, 올해 국제기준의 역량과 윤리성을 갖춘 재무설계사 등을 양성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 FPSB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국민훈장 목련장, 국무총리표창, 금융위원장 표창, 금융감독원장 표창을 받았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