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개인 화생방 방호수단 제작업체, 산청
우리 군의 개인 화생방 방호수단 제작업체, 산청
한국 군 방독면 만든다
  • 이치헌 기자(디펜스투데이)
  • 승인 2019.11.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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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려 2,500~ 5,000톤의 화학무기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의해 한반도의 평화는 크게 위협받고 있다. 예상되는 적의 화학 공격 위협에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하지만 정작 우리 군은 화생방 분야를 등한시하는 편이었으며 아직도 구형 장비를 사용하는 일선 부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화학 작용제로부터 안면과 호흡기를 보호하는 방독면은 매우 중요한 방호 장비라 할 수 있는데, 우리 군은 최초의 한국형 방독면인 K1 방독면을 전력화한 지 30여 년이 흐른 지금에야 신형 방독면을 개발·보급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의 개인 화생방 방호수단을 방독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신형 K5 방독면의 특징과 과거 대비 개선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MOPP 4단계

우리 군의 개인 화생방 방호수단은 통상 MOPP(Mission Oriented Protection Posture)이라 불리는 임무형 보호태세로 통칭하며 이는 4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보호의를 4분 내에, 2단계는 전투화덮개를 3분 내에, 3단계는 방독면을 9초 내에, 4단계는 보호수갑을 45초 내에 착용해야 한다. 예상 경보를 듣지 못한 긴급상황, 실내 또는 차량 내부에 있을 경우엔 1~2단계를 생략하고 방독면과 보호수갑만을 우선 착용하는 알파 단계를 적용한다. 

교범상으로는 이렇지만 현용 보호의와 전투화덮개는 매우 전근대적인 설계다. 실제 야전에선 1단계 보호의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착용하고 2단계 전투화덮개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이 현실이며, 이 때문에 보호의와 전투화덮개 개선이 필요했다. 당국은 2014년 제7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신형 보호의 체계 개발을 결정하고 8월 삼양화학공업과 산청을 우선 협상대상 업체로 선정해 개발을 추진했다. 

물론 실제 화학 공격 상황 시 이와 같은 임무형 보호태세는 전투원 생존과 피해 최소화에만 도움을 줄 뿐 전투를 지속하는 것은 어려우며, 화학 공격을 당한 부대는 최대한 빨리 후퇴해 안전한 제독소에서 제독을 받아야 한다. 

K1 방독면(좌)과 KM25 전차방독면(우). 안면부 렌즈의 형태와 여과기 연결용 호스 및 통신용 잭의 유무 등이 다르다. (출처: 디펜스투데이)
K1 방독면(좌)과 KM25 전차방독면(우). 안면부 렌즈의 형태와 여과기 연결용 호스 및 통신용 잭의 유무 등이 다르다. (출처: 디펜스투데이)

우리 군의 방독면

초기의 방독면

1970년대 초까지 우리 군은 M17, M9A1 등 미 군원 방독면을 사용했다. 그러나 본격 자주국방 붐이 일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방독면에도 국산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미군이 사용하던 M9A1 방독면의 국산화 버전인 KM9A1 방독면을 정부 주도로 개발, 1973년부터 양산, 전력화했다. 생산은 삼공물산(현 SG생활안전)이 맡았다. KM9A1뿐 아니라 M17, M7301 등 방독면도 삼공물산이 생산한 일이 있으며 군에서도 사용했다.

 

본격 독자개발 방독면의 등장, K1 방독면

KM9A1 방독면은 구조상 전투 간 음성 전달이 제한되고 착용하는 동안 물을 마실 수 없으며 보호두건이 없어 신경·수포 작용제와 같이 피부로도 침투하는 작용제의 완전 방호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군 당국은 1981년부터 한국형 방독면 개발에 착수했다. M17 방독면의 장점을 채용해 KM9A1 방독면의 문제점을 보완한 K1 방독면을 1983년부터 보급·전력화했다.

K1 방독면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군용 방독면으로, 한국형 방독면이라고도 하며 기존 KM9A1 방독면에 비해 많은 점이 개선됐다. 피부로도 침투하는 신경·수포 작용제를 방호할 수 있도록 보호두건을 갖췄고, 음료취수장치(+수통 마개 뭉치)를 적용해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수통의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음성진동배기변을 채용해 전투 간 음성 전달이 용이해졌다. 저시력자용 안경을 사용할 수 있고, NATO 표준인 40mm 정화통 규격을 채택해 미군용 정화통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983년 보급을 시작한 이래 K1 방독면은 군의 KM9A1 방독면을 완전히 대체했으며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경찰 및 민방위용 수요도 완전히 대체했다. 이후 음성진동배기변을 쉽게 분리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해 각개 병사가 정비할 수 있도록 하고, 휴대주머니 색상과 구조를 개선하고 경량화한 버전을 2002년부터 보급했다.

보호두건의 봉제 부위로 작용제가 샌다는 지적에 2002년 개선 버전부터 해당 부분을 보완했으며, 2013년부터는 현용 전투복과 동일한 디지털 무늬 색상과 저시력자용 안경 수납용 공간 등을 개선한 휴대주머니가 보급되고 있다.

K1 방독면 외에도 항공 및 기갑 승무원용으로 M24 항공방독면과 M25 전차방독면을 국산화한 KM24 항공방독면과 KM25 전차방독면도 쓰이고 있다. 이 방독면들은 K1 방독면과 달리 안면부 렌즈가 단안식이며 항공기 및 기갑차량에 장착된 여과기에 연결할 수 있는 호스와 통신장비 연결용 잭을 적용했으며 KM24와 KM25는 이 통신용 잭의 종류로 구별한다. 

1 K5 방독면에 호스로 연결하는 송풍기. 외부 공기를 신속히 정화해 면체 내부로 공급하기 위한 장비로 K5 방독면에 새로 적용된 장비다.   2 K5 방독면의 전면부. 음성진동배기변에 음료취수관, 통화 모듈용 단자를 일체화해 운용 및 군수지원 편의와 내구성을 추구했다.  3 국내 군용 방독면 중 처음으로 채용한 K5 방독면의 TIC정화통. 이것으로 군용 방독면으로도 산업용 독성가스를 방호할 수 있게 됐으며 두께가 더 두꺼운 것으로 일반 정화통과 구별한다. (출처: 디펜스투데이)
1 K5 방독면에 호스로 연결하는 송풍기. 외부 공기를 신속히 정화해 면체 내부로 공급하기 위한 장비로 K5 방독면에 새로 적용된 장비다.  2 K5 방독면의 전면부. 음성진동배기변에 음료취수관, 통화 모듈용 단자를 일체화해 운용 및 군수지원 편의와 내구성을 추구했다.  3 국내 군용 방독면 중 처음으로 채용한 K5 방독면의 TIC정화통. 이것으로 군용 방독면으로도 산업용 독성가스를 방호할 수 있게 됐으며 두께가 더 두꺼운 것으로 일반 정화통과 구별한다. (출처: 디펜스투데이)

신형 방독면 연구·개발

기존 방독면의 문제점

K1 방독면은 최초의 국내 자체개발 방독면이라는 의의가 있고 방호 성능도 준수한 편이나, 개발된 지 오래된 데다 여러 전근대적 요소들로 인해 현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물자다. 우선 안면부 착용감이 나쁘고, 확실히 착용하지 않으면 안면에 정확히 밀착되지 않는다. 렌즈가 양안식이라 착용 시 시야가 좁고 저시력자용 안경 활용이 제한적이다. 정화통 결합 방식이 나사식이므로 정화통 교체가 신속하지 못하고, 정화통 분리 시 외부 공기 유입이 차단되지 않는 구조라 실제 상황에는 작용제가 샌다. 

정화통은 착용 시 호흡이 불편하고, 화생방 작용제 외에 산업용 독성 화학물질 방호가 제한되며, 무엇보다 폐암을 유발하는 6가 크롬(Cr6+)이 포함돼 인체 유해 및 환경 파괴 우려가 있다. 이 외에도 오른손잡이용과 왼손잡이용이 아예 따로 나오므로 보급상의 애로점이 있고 음료취수장치의 내구성이 약해 잘 파손되는 문제점도 있다.

 

K5 방독면의 개발

K1 방독면의 애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방독면 개선 움직임이 있었고 K2 방독면 등의 후속 버전이 제안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K1 등 군용 방독면을 독점 생산하던 삼공물산이 2004년 국민방독면 사업에 참여하면서 관련 공무원에게 1천2백여만 원의 뇌물을 건네고 실험 기기를 조작해 성능 시험을 부정 통과해 방독면 13만여 개를 납품한 국민방독면 비리사건에 휘말렸고, 이는 20여 년간 이어진 방독면 독점 구도가 깨지는 요인이 됐다. 

신형 방독면 개발을 추진하던 군 당국은 2010년 10월 공기호흡기 및 보호장비 전문업체인 산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체계 개발에 착수했다. XK5 방독면으로 명명된 신형 방독면은 안면부 렌즈를 K1 방독면의 양안식에서 단안식으로 변경하고 2중 쿠션 구조의 안면부를 적용해 시야를 넓히고 착용감을 개선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정화통을 양쪽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군수지원의 통일을 기했다. 정화통은 6가 크롬과 같은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적 소재를 채택하고 경량화했다. 동시에 기존 나사식에서 잠금턱 방식으로 변경하고 정화통을 탈거하면 면체 안으로 공기가 통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해 신속하고 안전한 정화통으로 교체했다. 

기존의 군용 방독면은 일반용인 K1과 항공용인 KM24, 전차용은 KM25 등으로 나뉘어 전투 효율이 낮고 군수지원에도 애로사항이 있었다. 반면 신형 방독면은 연결장치와 통신 모듈을 적용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통합해 보급 및 운용에 효율성을 기했다. 음료취수관은 면체에 기본 내장해 더욱 편리하고 견고해졌다.

신형 방독면은 2013년 1월부터 1년 6개월간 혹서기·혹한기 시험 등 각종 작전 운용조건에 대응한 시험평가를 실시했으며 2014년 9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후 K5 방독면은 규격화와 목록화 절차를 거쳐 2015년 12월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 양산을 개시했다. 2016년부터 일선 부대에 보급 중이며, 차차 기존 군용 방독면을 대체할 예정이다.

 

K5 방독면의 방호 성능

그렇다면 신형 K5 방독면의 방호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아직 새로 보급 중인 장비인지라 군 당국과 산청 측에서는 보안 관계상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약 120분가량이라며 대략적으로만 언급했다. 

K1 방독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호 성능을 추정해보면, K1 방독면 정화통의 방호 시간 기준은 신경작용제 180분 이상, 수포작용제 360분 이상이다. 분자량이 작은 혈액작용제는 30분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데, 이것은 통상적인 화학 작용제 오염 상황이 아닌 초고농도(4,000㎎/㎥ 정도) 상태의 실험실에서 측정한 데이터라 실제 방호 시간은 작용제 종류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K1 방독면의 데이터를 고려할 때 K5 방독면의 방호 성능은 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록 별도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산업용 독성물질을 화학무기로 전용할 경우와 국내 산업용 독성물질 사고 등에 대비한 TIC(Toxic Industrial Chemical, 산업용 독성 화학물질)정화통을 개발해 암모니아 등 산업용 독성물질도 방호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기존 K1 방독면에서 볼 수 없었던 점이다. 

현재 K5 방독면은 화생방방호사령부 등 주요 화생방부대와 전방부대를 중심으로 보급 중이고, 점차 K1 방독면을 대체할 예정이다.

 

K5 방독면을 개발한 산청은?

산청은 1971년 설립해 KS일반 및 화재대피용 마스크, 공기호흡기, 방열복, 방화복, 불침투성 보호의 등 각종 안전장비를 생산·공급하고 있는 국내 1위의 개인안전보호장비(PPE) 전문업체다. 산청의 제품은 군·경·소방 및 각 행정기관, 산업체 등에서 화생방 및 화재·재난 등 여러 위험 상황에서 사용되며, 특히 양압식 공기호흡기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