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섭의 외식경영전략] 내 가게의 성장을 이끄는 원천, 듣는 힘
[조건섭의 외식경영전략] 내 가게의 성장을 이끄는 원천, 듣는 힘
  • 조건섭 소셜외식경영연구소 대표
  • 승인 2019.10.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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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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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필자는 일전에 신경과와 신경외과에서 의사의 상담을 받은 적 있다. 필자는 신체의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의사는 말을 다 듣기도 전에 탁탁 잘라가면서 본인 말만 하고 MRI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아픈 부위를 거듭 말하니 그것은 신경외과에 가서 진료받으라고 한다. 신경과 최초 상담 시간은 30초, 다음 차례로 신경외과에 갔다. 그 의사의 상담 시간 역시 30여 초, 영상의학과에 가서 촬영 후 영상기록 결과를 가지고 의사와 다시 상담했다. 친절한 경청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아픈 부위를 호소하니 신경과에 가서 알아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긴 기다림의 속 짧은 시간의 대면

필자는 몇 년 동안 아프던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해 치료받기 위해 시간을 어렵게 내서 의사와 대면하는 건데, 결과는 고작 짧은 몇 마디뿐이었다. 더 나아가서 분야가 다른 의사끼리도 환자가 보는 앞에서 ‘신경과에 가보라’, ‘신경외과에 가보라’는 등 핑퐁 게임을 한다. 환자 한 사람의 진료를 위한 협진 시스템은 없는 것일까? 

위의 경험을 하며 필자는 기분이 많이 상했다. 의사의 진료행위는 상품 유형에서 신뢰재다. 즉, 신뢰재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 이후에도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전문 서비스 상품을 말한다.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 

예를 들면 일반 소비자는 의사 진료의 기술적인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상품의 판매과정에서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상품을 구매한다. 이때 소비자는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 욕구가 극도로 높아진다. 판매자는 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정보 욕구가 잘 충족되도록 친절한 응대 태도로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세심한 설명은 의사를 더욱 신뢰하게 만든다. 

 

진정한 의미의 명의(名醫)는 무엇인가

진료실 앞에는 ‘신경외과 교수’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교수면 명의가 아닐까? 환자에게 훌륭한 명의란 병을 잘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를 잘 치료하는 사람이 아닐까? 

병이 아닌 환자를 잘 치료한다는 것은 그만큼 환자의 말에 잘 경청하고 공감한다는 의미다. 병을 아무리 잘 고친들 환자의 상한 기분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환자의 불안한 마음까지도 깊이 헤아려 불안하지 않게 치료하는 의사가 진정한 명의다. 이런 상황이라면 동네 의원 의사가 더 친절한 명의가 아닐까? 

환자의 충분한 이야기가 전달되기 전 표정과 말 몇 마디에 내리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큰 병원이었지만 불과 몇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최악의 경험을 했다. 이처럼 환자와 짧은 접촉 시간 동안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언어와 말투, 태도, 행동은 병원과 의사의 품격(品格)을 결정짓는다.

 

결정적 순간의 총합이 브랜드

이 결정적 순간의 총합이 병원의 브랜드다. 병원 존재의 궁극적 목적은 환자의 아픈 병을 잘 치료하는 것이지만, 의사와 병원 종사자가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까지도 케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이런 태도를 감내하고서라도 많은 환자가 굳이 큰 병원에 가는 이유는 의사가 아닌 동네병원에는 없는 의료기기를 더 신뢰해서일까?

이처럼 브랜드란 광고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의 인지도가 아닌 신뢰도다. 

병원의 어원은 ‘Hospitality(환대사업)’에서 파생된 말이다. Hospitality처럼 환자가 병원 현장 곳곳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대형병원들은 이전에 비해 질병을 모두 고치고 있지만, 과연 환자와 그 가족들이 그것만으로 만족할까? 병원은 이제 치료(Cure)에서 환자의 보살핌(Care)으로 의료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환자는 병원에 와서 자신이 인간으로 대접을 받았는지, 사물로 대접받았는지를 항상 생각한다. 

필자는 이전에도 위내시경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었다. 위내시경 검사실 침대에 누울 때마다 실내공간이 도살장처럼 느껴졌다. 인간이 아닌 동물이 된 느낌이다. 특히 위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 환자는 매우 불안한 심리를 경험한다. 실내공간을 일반 가정집처럼 좀 더 편안한 환경으로 만들면 어떨까? 

필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사자성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은 큰 의미가 없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역지사지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말이다. 공동경험에 의한 뼛속 깊은 마음의 발로가 진정한 역지사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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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감성과 철학, 인간적인 배려를 느끼고 싶어 한다

이제 더 이상 소비자가 품질만 좋다고 선택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은 사소한 물건을 사더라도 그 안에 담긴 생산자와 판매자의 감성과 철학, 인간적인 배려를 느끼고 싶어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비자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지식에만 매몰돼 세상과 사람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공감력이 없다면 영혼이 없는 의사나 다름없을 것이다.

우리 외식업 현장을 한번 돌아보자. 필자가 병원에서 경험한 것을 세심하게 글로 쓰는 것처럼 식당 고객들도 사적인 모임에서 서비스 경험을 제각각 마음속에서 글을 써가며 만족과 불만족을 토로하지 않을까? 

불쾌한 경험을 통해 오랜 기억을 가슴에 담고 있는 고객도 있을 것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고객에게 어떤 언어와 태도, 행동으로 응대해야 할 것인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직원 한 사람의 잘못된 말투 하나가 식당 전체 이미지를 부정적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 노력은 하지만 매출이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식당에서 밥만 먹는 시대는 지났다. 고객의 말에 귀를 크게 여는 선(先) 경청, 중(中) 경청, 후(後) 경청이 필요하다. 경청은 자신을 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식당의 변화를 끌어내는 힘의 원천이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칭기즈칸이 이 세상에 남긴 명언이 있다. '경청이 나를 지혜롭게 만들었다'는 이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공간의 격보다는 사람의 격이 중요하다

많은 점주가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서비스 도입을 곧 비용의 증가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에 의한 인적 서비스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공간의 격을 높이기 위해 테이블, 조명, 벽면 액자 등을 바꾸려고 하지만 공간의 격보다는 사람의 격이 중요하다. 

사람의 격은 곧 식당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사람의 격은 곧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한 자세에서 출발한다. 경청을 통해서만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서비스의 격은 곧 고객 경험이 중심이 돼야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진리처럼 많은 물을 받으려면 항상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고객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때 고객은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위에서 언급한 의사도 처음 의사로 발령을 받았을 때의 마음을 간직했다면, 지금보다 더 환자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으로 환자에게 귀 기울이고 진료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결국 초심(初心)의 문제다. 지식과 경험이 많아지면 초심을 잃기 쉽고 갑의 신분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결국, 갑질로 환자를 내쫓고 평생 원수가 된다. 우리 점주도 창업했을 때의 처음 마음처럼 고객을 응대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필자가 프랜차이즈 본사마케팅 담당이사로 재직했을 때 매출 상위 가맹점주 대상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가맹점주 대부분은 '항상 초심을 유지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결같이 초심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이처럼 초심은 식당을 성공으로 이끄는 기업가 정신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듣는 힘이다

위 병원의 사례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오랜 경험과 지식에 매몰되지 말고 조금만 귀를 열어 낮은 자세로 경청하면 지금 내 모습보다 훨씬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상대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 상대가 말을 끝내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말없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듣는 힘이다. 일본 전문 인터뷰어 아가와 사와코는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귀를 열지만 잘 듣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라고 말했다. 말을 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지만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내가 먼저 말하는 것보다는 상대의 말을 먼저 듣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청은 상대를 존중하고 신뢰한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간접적인 표현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을 볼 때 경청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