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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벨로퍼들의 M&A 현주소와 나아갈 길
한국 디벨로퍼들의 M&A 현주소와 나아갈 길
미래의 사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M&A 검토해야
  • 문성봉 한국유통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1.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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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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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전국 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체 총 4,293개 업체 가운데 연간 매출액이 50억 미만인 업체의 비중이 85%에 달하며, 100억 원 이상인 업체는 10%에 불과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체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상·하위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상위의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업 M&A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의외성이 반영된 것으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전혀 분야가 다른 이업종에 대한 M&A이기 때문일 것이다. M&A는 경영상의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활용되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성공률이 높지 않다.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 조사 자료에 따르면 17%만이 성공한 M&A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M&A의 험난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디벨로퍼의 M&A의 의미를 짚어보고 향후 발전방향을 살펴본다.

 

부동산업 성장률 지속적인 감소세, M&A는 성장을 위한 돌파구

우리나라에서 디벨로퍼가 태동한 시기는 1970년대로 본다. 70~80년대 생겨나 왕성하게 활동하던 디벨로퍼들이 1997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몰락한 뒤 디벨로퍼 업계는 2008년 국제적인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번 정리되는 쓰라린 역사를 안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업의 성장률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88%를 정점으로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6년에는 0.53%였다. 경기의 활황 여부에 따라 부동산업도 부침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성장률 추세를 감안하면 지속경영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M&A는 이러한 돌파구 중 하나다. 기업들은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비용절감 등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또는 재무적 효익을 추구하거나 경영다각화를 통한 비즈니스 구조의 재편을 통한 활로 모색 등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부동산 개발이라는 한우물만 파던 디벨로퍼 업계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디벨로퍼의 금융업 M&A는 자금조달 창구 마련 포석, 미래 사업환경의 변화 대처로는 부족

우리나라 3대 디벨로퍼 가운데 하나인 MDM은 금융사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종합부동산그룹을 구축한 선두주자다. MDM은 2010년 공기업 민영화 1호인 한국자산신탁의 인수를 신호탄으로 한국자산캐피탈, 한국자산에셋운용, 엠디엠투자운용을 설립해 종합부동산그룹을 완성했다. 이로써 MDM그룹은 신탁, 리츠, 펀드, 자산운용까지 커버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보다 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개발사업을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디벨로퍼인 디에스네트웍스도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에서 벗어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자 작년 연말 토러스증권을 인수하고 디에스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토러스증권은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리딩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를 도맡아 판매해 온 회사다. 

한편, 디에스네트웍스는 디에스네트웍스자산운용도 설립, 운용하고 있다. 결국 디에스네트웍스도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HMG가 NH투자증권과 함께 부동산과 인프라 펀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칸서스자산운용을 인수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처럼 디벨로퍼가 M&A를 금융업으로 확장하는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부동산 개발 시 자금조달의 창구 역할을 담당하게 하려는 목적이 크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개발 시 개발의 주체인 영세한 디벨로퍼를 대신해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가 대주단에 원금 및 이자에 대한 지급보증, 연대보증 등 다양한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특이한 자금조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국제회계기준(K-IFRS)이 시행됨에 따라 건설사의 보증채무가 부채로 인식되면서 기존과 같은 자금조달 구조를 이행하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따라서 재무적 투자자의 확보나 부동산신탁 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금융업 진출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디벨로퍼의 금융업 M&A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자금조달원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나 미래 사업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응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오로지 ‘자금’이라는 시너지 효과 창출에만 목적과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벨로퍼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이것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일반 기업이 금융업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시행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즉, 대기업이 금융업을 장악해 예금자들이 맡긴 예금을 자신의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면 문제가 되듯이 사업성이 부족한 디벨로퍼의 개발사업에 디벨로퍼가 인수해서 지배하고 있는 금융사를 이용해 손쉽게 자금조달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되고, 이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발 사업에 대한 사업타당성 평가에서부터 자금모집 및 조달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가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또한, 경쟁사에 교묘한 방법으로 금융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지 않는 등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한편 금융산업은 부동산 개발사업과는 또 다른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그러므로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고 지속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기존 조직의 통합은 물론 전문가 영입 등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M&A의 높지 않은 성공률에서 보듯이 경험과 지식, 노하우가 전혀 없는 이종 사업의 M&A는 명확한 전략적 목표와 비전 아래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장래에 인수기업에 우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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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방식과 체질 개선을 위한 M&A 검토해야

현대산업개발은 자체 개발사업에 집중하면서 개발, 시공, 분양에서부터 임대, 관리, 운영, 중개 등 부동산 사업의 전·후방을 연결하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고 면세점이나 유화 등 이종산업에도 투자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대기업으로서 주택사업 분야에 집중하면서 건설에 주력하다가 직접 토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디벨로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경우로 부동산 사업의 수직 계열화 모범 사례에 속한다. 이는 향후 디벨로퍼의 M&A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저성장, 인구감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환경의 변화로 디벨로퍼의 사업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즉, 기존의 주택중심, 분양 중심의 사업방식에서 업무용 빌딩, 쇼핑센터, 역세권 개발 등 다양한 부동산 상품을 개발하고, 아울러 보유와 임대 그리고 관리 서비스 부문으로 업무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는 리스크의 분산을 위해서도 필요한데 대규모의 상업시설이나 산업시설을 소유하고 지속적으로 임대수익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산업개발과 같이 부동산 산업에서의 수직계열화를 위한 M&A가 미래를 준비하는 지름길이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저성장과 인구감소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구조적으로 침체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 국내시장이 침체된다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러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국내외 디벨로퍼와의 M&A나 조인트 벤처를 결성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United Industrial Corporation, Far East Organisation, DBS Land 등의 M&A 사례는 규모를 키우고 해외사업을 확충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부동산 산업도 IT와 융합한 프롭테크(Proptech, Property +Technology)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디벨로퍼의 M&A 목록에 프롭테크 기업들을 고려하는 것은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유 사무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워크(WeWork), 상업용 부동산 임대 관리 플랫폼을 개발 운용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VTS(View The Space), 정체된 시장에서 새로운 주택판매 모델로 활용될 수 있는 미국의 오픈도어(Opendoor)는 기존 주택을 매입, 수선해 재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사례다. 

이와 같이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해외의 프롭테크 사례들을 벤치마킹해 국내에서 유사한 사업을 전개하는 프롭테크들에 주목하고 투자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진입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두산그룹은 M&A를 이야기할 때 모범사례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맥주 등 소비재 위주의 경공업 사업구조에서 중후 장대한 중공업 위주의 글로벌 인프라 지원 비즈니스(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ISB) 업체로 환골탈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미래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업구조의 변화라는 선제적인 전략적 비전을 가지고 M&A를 시작하고,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인수 후 통합 전략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결과다. 이처럼 우리나라 디벨로퍼들도 미래의 변화를 읽으며 명확한 목적과 전략 아래 M&A를 추진함으로써 백 년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