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6 18:17 (금)
2019 10월 신진작가 5기 윤필주 작가 전시 개최
2019 10월 신진작가 5기 윤필주 작가 전시 개최
무명과 무명의 만남
  • 임수빈 가치창의재단 이사장
  • 승인 2019.11.14 09: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Edition.11, graphite, charcoal, oil on canvas, 130.3x162.2cm, 2017  2 Edition.18, pencil, charcoal, oil on canvas, 130.3x 162.2cm, 2019  3 Edition.9, charcoal, oil on canvas, 130x140cm, 2016
1 Edition.11, graphite, charcoal, oil on canvas, 130.3x162.2cm, 2017 / 2 Edition.18, pencil, charcoal, oil on canvas, 130.3x 162.2cm, 2019 / 3 Edition.9, charcoal, oil on canvas, 130x140cm, 2016

[스타트업투데이] 이번 신진작가 5기로 선발된 윤필주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총 10일에 걸쳐 하월곡동의 윤승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작가의 작품들은 사이즈가 비교적 큰 편이며, 단색의 유화 물감을 얇게 발라 그 위에 연필 등의 드로잉 재료 혹은 유화 물감을 사용해 얼룩의 형태를 나타냈다. 색채는 단조롭지만 뚜렷하며, 얼핏 단순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힘이 있다. 물감 위에 덧씌워진 작가의 섬세한 소묘는 얼룩의 깊이를 더한다. 

작가가 작업의 소재로 삼는 대상은 ‘얼룩’이다. 작가는 불특정한 공간에서 발견되는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의 얼룩들을 관찰하며 얼룩과 작가 사이의 공통된 관계성을 모색한다. 작가는 이를 ‘무명과 무명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작가는 얼룩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무엇을 그릴까?’라는 작업의 결과에 대한 생각보다는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와 같이 작업 과정에 있어서의 작가 본인의 욕망에 집중한다. 

과정 자체를 결과물로 도출시키고자 하는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작업의 확장성 또한 극대화시킨다. 작품은 다양한 해석의 장으로 뻗어나가며, 더욱 깊은 울림을 주며 관객들의 마음 속으로 스며든다. 

 

윤필주 작가 노트

나는 불특정 다수의 공간에서 발견한 얼룩을 그린다 

추상적인 형상을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재현한 그림은 추상화의 외모와 구상화의 골격을 갖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림은 군더더기 없는 하나의 추상화 같으나 본질은 대상을 그대로 베낀 구상 회화다. 

얼룩을 발견한 것은 창작에 앞서 방대한 작품들이 선행된 이 시점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우연의 형태로 갑작스레 접하게 된 경험이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위치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무명의 작가인 내가 또 다른 무명의 존재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한 자리에서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이 하찮은 것을 그리고 싶어졌고, 어떻게 그릴지 머릿속에 분명하게 떠올랐다.

소묘에는 손끝의 예민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무수한 선을 쌓아야 완성시킬 수 있는 반복적인 행위가 수반된다. 하찮은 물질이고 단일한 형태지만 얼룩의 생성부터 현재까지 드러나 있는 시간의 표정과 거기에 이입된 본인의 감정을 인내를 요구하는 행위에 실어 표현하고자 했다. 

선을 쌓는 긴 시간은 얼룩이라는 물질과 더불어 의미적으로 겹쳐있는 나 자신에게도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응시의 순간 느꼈던 생경함과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처지로부터 오는 심리를 색 면을 사용해 추상적으로 드러냈다. ‘무엇을 그릴까’ 하는 의무보다도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 하는 욕망 내지 취향에 따라 풀어내는 것이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가지는 본인의 태도를 더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얼룩은 같은 처지를 공유하는 심리적 대상인 동시에 흥미를 자극하는 것을 그리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욕망이 투영된 시각적 대상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형상은 이미 알고 있는 많은 시각 재료에 싫증을 느끼던 나에게 희귀한 한정판 같은 가치마저 느껴졌다. 

구체적인 대상이지만 비현실적인 형상은 느낌, 감각만 있는 추상화의 틀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아닌 철저하게 현실에 발 디딘 추상화를 가능하게 해 하찮은 것의 예기치 못한 쓸모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현재는 ‘얼룩의 정보를 얼마나 드러낼 것인가?’하는 현실과 조형미 사이의 간극과 그에 따른 표현 방식의 변화를 가지고 작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약력

2016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수료 서양화 전공

개인전

2019  ‘하찮음에 대한 응시’, 갤러리 도스

단체전

2016  UNION ART FAIR2016, 블루스퀘어 복합공간 네모

2016  ‘미 탐’, 2016 대미협 회원대학 석·박사과정 우수작품전, 상암 DMC아트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