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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생생칼럼] ‘경위분명’의 유래가 된 시안, 풍부한 고급인재 도시로 각광받는 이유
[이강국의 생생칼럼] ‘경위분명’의 유래가 된 시안, 풍부한 고급인재 도시로 각광받는 이유
  • 이강국 전)중국 주시안 총영사
  • 승인 2019.11.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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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전)중국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중국 주시안 총영사

[스타트업투데이] 말의 어원을 알면 흥미롭고 보다 더 정확히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경위가 분명하다”라는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으나 중국 시안(西安)에서 근무하면서 사리의 옳고 그름과 시비의 분간을 뜻하는 ‘경위분명’의 어원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관중평원의 중심에 있는 시안은 주위에 여덟 개의 강이 흐르며, 가장 큰 강은 위수(渭水)로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하천 중의 하나가 경수(涇水)다. 위수는 경수와 만나서 동쪽으로 흐르다가 황하에 합쳐지는데, 맑은 경수(涇水)와 탁한 위수(渭水)가 만나는 곳에서 보면 양쪽의 맑고 탁한 강물이 뚜렷이 구별되기 때문에 여기서 ‘경위분명(涇渭分明)’이라는 말이 나왔다.

필자가 찍은 중국 시안(왼쪽 하천이 위수, 오른쪽 하천이 경수)
필자가 찍은 중국 시안(왼쪽 하천이 위수, 오른쪽 하천이 경수)

주(周)나라, 진(秦)나라, 한(漢)나라, 당(唐)니라 등 고대 중국을 수놓은 왕조들이 도읍지를 정한 곳으로 당나라 때 장안(長安)으로 불리었던 시안은 실크로드가 시작되고 끝나는 기점으로서 동서양 문명이 만나 융합・창조되고 확산되는 원천이었다. 국제적인 대도시였던 장안은 문화적 영향력이 대단하였으며, 일상생활에서 쓰였던 많은 말들도 다른 나라로 퍼졌다. ‘경위분명’ 이라는 말은 의상 대사, 최치원 선생, 김가기 선인 등 우리의 선각자들이 장안에 와서 활동함으로써 한중간 인적, 문물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통일 신라 시기에 전달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옛날에는 위수(渭水)도 수량이 풍부하여 큰 배가 다녔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진(晉)의 왕자인 중이(重耳)가 19년 동안 각국을 떠도는 망명생활을 하다가 60세가 넘어 조국으로 진격할 때 진(秦) 목공은 위수를 통해 군사와 물자를 실어 날라 이제 막 자신의 딸과 결혼하여 사위가 된 중이(重耳)를 지원하였다. 중이는 결국 왕위에 올라 진(晉) 문공(文公)이 되며, 춘추 5패의 한 사람으로서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위수 강물의 수량이 줄어들어 배가 다니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구가 급속히 늘어(현재 시안 인구 약 1000만)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되었지만 대안으로 진령(秦嶺)산맥에 거대한 흑하(黑河)라는 저수지를 만들어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입지를 정할 때 흑하(黑河) 저수지를 보고나서 시안에는 물 문제가 절대 없겠다고 안심하면서 공장 건설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풍부하고 깨끗한 물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12년 4월부터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면서 ‘삼성효과’와 ‘시안속도’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1기 공정에 100억 달러, 2기 공정에 70억 달러 도합 170억 달러를 투자한 시안 반도체 공장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래 유치한 단일 외자 투자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단일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인류가 집을 지을 때 처음에는 단층으로 지었고, 나중에는 2층, 3층으로 올리고, 오늘날에는 고층 아파트가 일상화되었다. 반도체도 평면으로 정보를 축적하는 시스템이었으나, 지금은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는 기술을 개발하여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렸으며, 그것이 바로 SSD(Solid State Drive) 낸드플래시(V-낸드) 메모리 반도체이다. 시안 반도체 공장은 SSD 반도체를 양산하기 시작한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SSD 한 개면 웬만한 대학의 중앙도서관 정보를 거의 다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 투자를 계기로 한국기업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시안은 서부 최대 한국기업들의 집결지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공장이나 업체들이 철수하는 분위기여서 교민 규모도 축소되고 있으나 시안은 교민 규모가 커지는 추세이다. 삼성이 시안을 선택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시안교통대학, 서북공업대학, 시안전자과기대학, 장안대학 등 수준 높은 대학들이 많아 고급 인력이 풍부하고 인력 이탈이 적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들어 다른 유수한 기업체들도 공장뿐만 아니라 연구소를 시안에 속속 설립하고 있는데,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웨이도 대규모 연구소를 시안에 만들었다.

음성인식 부문에서 강자인 아이플라이텍(iFLYTEK)이라는 인공지능(AI) 회사는 안휘성 허페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중국과학기술대학이 소재하고 있어 우수 인력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린성 창춘 같은 곳은 많기는 하나 인재 유출이 매우 심하다고 한다. 투자할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겠지만 쓸 만한 인재가 풍부한지 그리고 직원들이 한 직장에서 차분하게 일하는 분위기인지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중국 시안 도시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시안 도시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