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G), 데이터(D), 플랫폼(P)이 관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2017년 미국 AI 스타트업인 오비탈 인사이트는(Orbital Insight)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사우디의 원유 비축량이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 1억 배럴의 두 배가 넘는 2.18억 배럴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국제 원유가격 하락에 대비해 비축량이 줄고 있다고 발표한 산유국의 정보가 거짓임을 밝혀낸 순간이었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사우디의 원유 저장소 덮개와 그림자 사진을 AI 스타트업이 비전기술과 AI 딥러닝 분석을 활용해 실제 원유량을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세계 에너지 기업과 각국 정부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또한, 이 스타트업은 미국 에너지 정부기관(EIA)에서 3일이 걸리는 원유 저장량 조사를 불과 1시간 이내에 해낸다. 수만 장의 위성사진을 판독해 분석한다고 하니 정보력에 있어 미국 정부를 훌쩍 넘어서는 셈이다. 비유해 보면 작은 AI 스타트업이 데이터란 돌멩이와 AI란 돌팔매 끈으로 골리앗인 미국 정부를 넘어뜨린 것이다.

글로벌 AI 시장은 연 33% 성장, 2025년 AI 연관시장 5조 5백억 불 도달 예상

글로벌 AI 시장 전망

IDC 발표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규모는 2018년 248억 불에서 2022년 792억 불로 연 33% 성장하며 국내 AI 시장은 2018년 3,032억 원에서 2022년 9,010억 원으로 연 3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는 2020년에는 기업 전체 제품·서비스의 약 90% 이상에 AI 기술이 적용되며 AI 연관 세계 시장규모는 2018년 1조 1,750억 불에서 2025년 5조 520억 불로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AI 스타트업 동향

2018년 글로벌 AI 스타트업 투자규모는 55억 불이다.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 분석결과 77%의 스타트업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 이스라엘 및 영국에서 각 6개의 AI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의 서비스 분야를 살펴보면 데이터관리, 마케팅 등 기업용 AI가 34%로 가장 많았으며, 영상진단, 신약개발 등 헬스케어 14%, IoT, 소재개발, 품질검사 등 산업용 12%, 자율주행 11%, 사기탐지 등 금융 5%, 기타 통신·미디어, 소매, 법률 등의 영역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 자산가치 10억 불 이상의 글로벌 AI 유니콘 스타트업은 총 11개이며 센스타임(Sense Time)이 45억 불로 가장 큰 자산규모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11개 유니콘 스타트업 중 5개 스타트업이 중국 기업으로 가장 많으며 뒤를 이은 4개 유니콘 스타트업이 미국 기업이라는 것이다.

중국 AI 육성정책

중국 AI 시장 현황

2019년 센스타임(Sense Time), 이투테크놀로지(YITU Technology), 포패러다임(4Paradigm), 페이스++(Face++), 모멘타(Momenta) 등 5개 AI 유니콘 스타트업이 중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다. AI 최강국으로 평가받던 미국과 오랫동안 AI 연구·투자를 지속해온 영국, 캐나다를 제치고 중국이 최대 AI 유니콘 스타트업 강국으로 급부상했으니 말이다. 

중국의 AI 시장현황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2018년 중국 내 AI 기업 수는 1,011개로 같은 기간 2,028개 기업을 보유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중국 내 AI 시장규모는 2018년 415.5억 위안(6.9조 원, 59억 불)으로 전년 대비 75%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약 1,000억 위안(16.6조 원, 142억 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술을 살펴보자. 2018년 중국의 AI 누적 특허출원 건수는 76,786건으로 미국(67,276건)을 제치고 세계 최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그간의 중국 AI 관련 논문 발간 수는 전 세계 AI 논문의 27.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AI 산업 육성정책

중국 정부의 AI 산업 육성정책을 요약해 보면, 4대 AI 유망(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의료·영상, 음성인식) 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다. 바이두(자율주행차), 알리바바(스마트시티), 텐센트(의료·영상), 아이플라이테크(음성인식) 등 중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은 4대 AI 유망산업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중국 정부와 협력하며 AI 산업 분야의 R&D를 전담 수행했다. 개발한 R&D 성과물과 학습 데이터는 사회에 개방돼 혁신적인 스타트업 성장·투자 촉진과 중국 내 AI 인재양성으로 연결됐다. 그 결과 2017년 중국 AI R&D 투자규모는 약 1,800억 위안(30조 원, 277억 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전 세계 AI 투자의 7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내년에도 중국의 공격적 AI 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며 2020년 중국 AI R&D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나 700억 불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AI 육성정책

미국 AI 현황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북미 AI 시장규모는 97억 불로 중국 59억 불 시장의 1.6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AI 시장이다. 실리콘밸리, 뉴욕, 보스턴, 디트로이트 등은 기술중심 도시로 변모해 세계의 AI 창업가를 끌어모아 혁신 AI 서비스 투자, 창업이 끊이지 않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미국의 AI 창업문화는 100대 AI 스타트업 중 77%가 미국 내 창업이고, 4개의 AI 유니콘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미국의 AI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100%). 2위 유럽(90.1%), 3위 중국(88.1%), 4위 일본(86.4%)과 기술격차를 벌리고 있다. 미국 내 50대 AI 스타트업 서비스를 분석해 보면서 AI 의료, AI 기업지원, AI 금융 및 자율주행차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AI 응용서비스가 활발히 제공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이 세계 최대 AI 시장, 스타트업 및 응용서비스를 지니게 된 비밀은 무엇일까?

 

미국 AI R&D 정책

미국의 AI 기술과 응용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장기투자 관점의 산·학·연·관 파트너쉽 AI R&D가 자리 잡고 있다. 1950년대부터 AI 원천기술의 시초인 신경망에 대한 기초 연구가 시작됐으며 1970~80년대 AI 겨울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중심으로 기계학습,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지속됐다. 

개발된 AI 기술 및 데이터셋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으며 정부가 지원한 AI R&D 성과의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정책 철학은 오늘날 텐서플로, 파이토치, 카페 등 머신러닝 기술의 공개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미국 정부는 AI R&D 예산을 총 20억 불(10억 불 응용기술, 10억 불 국방기술)로 확대 편성했다. 중국의 AI 굴기를 제치고 AI 기초기술, 응용서비스 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이 정책 목표다. 이를 위해 2016년부터 ‘국가 AI R&D 전략 계획’이 마련돼 시행 중이며 2019년, 3년 만에 일부 내용을 수정해 8대 우선 전략을 포함하는 국가 AI R&D 전략이 발표됐다.

 

한국 AI 스타트업 현황 및 AI 강국 도약 방안

국내 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오픈서베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5년 내 성장할 유망 업종 1위로 AI, 머신러닝(38.3%)이 선정됐다고 한다. 또한, 창업자가 뽑은 가장 시급한 국내 창업환경 개선 과제로 ① 기반자금 확보·투자 활성화(41.6%), ② 규제 완화(39.6%), ③ 인수합병·기업공개 활성화(32.9%)를 꼽았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스타트업을 포함한 한국 내 AI 기업 수는 320곳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23배에 달하는 시장규모를 지닌 중국의 AI 기업이 1천 개 수준이라고 하니 국내 기업의 수가 적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국내 AI 스타트업 상당수는 여전히 실증 데이터 부족, 엄격한 규제 및 산업계의 수요 부족으로 AI 서비스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례로 국내 AI 에너지 스타트업인 E사는 가정용 에너지 소비 효율화 서비스를 국내외에 제공하고 있다. 

AI 에너지 서비스 모델은 데이터만 확보되면 제조업인 공장 내 기계, 설비 및 인프라 운영 효율화에 적용이 가능하나 실증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공장주의 낮은 AI 인식과 기업 수요가 부족해 국내 산업계에서 AI 에너지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AI 의료의 경우에도 엑스레이(X-ray), 자기공명영상장비(MRI) 등 영상 이미지에 대한 AI 분석을 통해 정밀 의료지원이 가능하나 국내 병원 중 AI를 도입한 곳은 1% 미만이며, 2018년 국내 AI 스타트업의 의료 매출 실적은 36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강력한 규제로 AI 원격진료 등이 제도적으로 막혀있고 의료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국내 AI 의료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매출로 연결하는 것도 쉽지 않다.

2016년 중국의 AI 기술 상대수준은 71.8%로 한국(73.9%)보다 2.1% 낮았다. 하지만 정부·대기업의 막대한 R&D 지원, 오픈 데이터 활용 및 지방 정부의 풍부한 실증환경 제공으로 AI 스타트업이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의 AI 환경을 살펴보자. 아쉽지만 중국 스타트업이 제공받는 3가지 주요 혜택 중 한 가지도 제대로 얻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AI 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인 산업별 데이터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제도 규제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공공 데이터가 일부 제공되고 있지만 AI 스타트업이 요구하는 자료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으며 필요한 공공 데이터를 발견하고 공공기관에 사용허가를 구해 보지만 데이터를 관리하는 중앙·지방 정부가 상이해 누구도 쉽게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국내 한 데이터 스타트업은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유튜브의 음성, 영상을 수집하고 인터넷 데이터를 크롤링 머신을 통해 수집한다고 이야기한다. 카메라, 메신저 등 사용자 앱을 개발해 마켓에 등록하는 것도 데이터를 수집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해 주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라이다(Lidar) 정보와 같이 희귀한 데이터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공개해 이를 다룰 수 있는 개발자를 채용하기도 하며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공모하기도 한다. 이러한 데이터의 풍요로움이 실리콘밸리를 AI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2020년 우리나라의 AI·데이터·네트워크 관련 예산은 1.7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AI 육성을 전담하는 AI 국이 신설돼 국가 AI 투자를 확대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내년부터 광주에는 AI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해 4천억 원 에 달하는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이곳에서는 에너지, 자동차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AI 연구개발, 실증환경, 데이터 규제 없이 알고리즘 개발이 가능한 샌드박스 데이터 센터가 지원될 예정이다. 데이터가 말라버린 우리나라 AI 스타트업에 성장을 위한 귀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규제 위반에 대한 걱정 없이 스타트업이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 AI 서비스를 충분히 실증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조만간 글로벌 AI 경쟁력을 갖추게 되리라 믿는다. 2020년에는 우리나라 AI 스타트업이 풍요로운 데이터의 파도를 타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략기획팀 조재홍 수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략기획팀 조재홍 수석은...

AI 에너지, 제조 등 융합산업 분야 국가 AI 정책사업을 기획하고 있으며 인도, 미국 등 해외 주재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협력 다이내믹스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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