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출처: 광주광역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출처: 광주광역시)

[스타트업투데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혁신으로 시작해 혁신으로 성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광주를 선택한 것 자체가 혁신이다.” 광주를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의 말투는 단호했고, 눈빛은 빛났다. 

 

인공지능 중심도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광주광역시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얼마 전, 세계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녀왔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산업적으로 낙후된 광주가 앞서 있는 세계적인 도시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이 유일한 돌파구다. 그 핵심이 인공지능이다. 광주를 인공지능 대표도시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 경쟁이다. 인공지능에 관한 전문가와 인재들을 많이 확보해야 되는데, 우리 주변에 인재들이 많지 않다. 

지난 10월 초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들, 연구소,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거기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성공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고 왔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가 미래 새로운 분야이고,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나 대기업들이 관심 갖는 것은 일반적인데, 조그마한 지방자치단체가 도전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고,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다는 분위기였다. 

1 미국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드론회사 ASW를 방문한 이용섭 시장(왼쪽에서 두 번째). 2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광주광역시 투자유치단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이용섭 시장(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3 이용섭 시장이 인공지능 사내대학 특강을 듣고 있다. (출처: 광주광역시)
1 미국 실리콘밸리 인공지능 드론회사 ASW를 방문한 이용섭 시장(왼쪽에서 두 번째). 2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광주광역시 투자유치단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이용섭 시장(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3 이용섭 시장이 인공지능 사내대학 특강을 듣고 있다. (출처: 광주광역시)

구체적인 방문 성과는?

AI 연구소인 팔로알토연구소와 기술연구 및 제품 개발에 대한 기술협력 MOU를 체결했고,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전문회사 인코어드와 광주에 에너지인공지능연구소와 독립법인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MOU도 체결했다. 또 창업투자회사인 빌더스 벤처캐피탈과도 손잡고 좋은 기술과 잠재력을 가진 지역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기술개발, 자금모집, 멘토링 등 창업 및 사업화를 위한 협업체계와 함께 기술혁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를 직접 확인했다. 기술성만 인정받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건강한 창업 생태계와 전문중소기업 상호 간에 세분된 분업체계, 긴밀한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광주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는 것을 깨닫고 돌아왔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10월 23일 광주에서 ‘제1회 대한민국 AI 클리스터 포럼’이 개최됐다. ‘인간, AI 산업이 함께하는 혁신사회’가 주제였는데, 포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포럼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었다. 우선 국내에 내로라하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광주에 모여 광주의 비전과 청사진, 추진 전략을 만드는 데 힘과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다. 두 번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는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다”라고 말한 이후 우리나라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인공지능’에 뛰어들겠다는 의욕을 갖게 됐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인공지능집적단지는 광주’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아주 특별한 분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했다. 2016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세돌-알파고’의 바둑대결보다 20년이나 앞서 1996년 슈퍼컴퓨터 ‘딥블루’를 개발해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와의 경기에서 이겨 화제가 됐던 제임스 랜디 물릭 박사(현 뉴욕주립대학교 공과대학장)와 실리콘밸리 출장길에 첫 인연을 맺었고, 그가 모든 일정을 조율해 광주에 왔다. 인공지능으로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하는 광주의 비전과 경쟁력에 큰 호감을 보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로 성공하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은?

지난 1월, 정부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을 공모했을 때, 광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일하게 R&D사업인 ‘인공지능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을 신청해서 선정됐다.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4,061억 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 첨단3지구에 데이터센터, R&D연구시설 등 인공지능 기반 핵심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인공지능 R&D사업 추진을 위해 2022년까지 2조 2천억 원의 예산을 별도 편성해 본격적으로 ‘AI 4대 강국’ 기반 조성에 나섬에 따라 광주가 더욱 재정적, 정책적으로 힘을 받는 계기가 마련됐다. 

또한, 광주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삼고초려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슈퍼컴퓨터의 권위자로 불리는 김문주 박사를 광주시장 기술고문으로 모셨고, 지난 9월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인공지능 전문가 20명으로 인공지능대표도시 광주만들기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시청에는 인공지능 TF팀도 만들었고,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사내 대학도 운영 중이다.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에서는 인공지능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원도 내년 3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평소 광주만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마다 ‘특별한 DNA’를 언급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광주시민들은 ‘특별한 DNA’를 갖고 있다. 시대발전을 선도하는 사명감,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강한 도전정신과 문제의식, 문화를 기반으로 한 창의성과 상상력이 시대를 선도해온 광주정신의 DNA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충무공의 말씀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시대정신과 대의를 좇아 자기희생을 통해 역사의 물꼬를 바로 돌렸던 곳이 바로 우리 광주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는 것이 우리 광주의 숙명이다. 

과거 암울했던 시절에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광주에 또 하나의 새로운 사명이 주어졌다. 시대가 바뀐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경제전쟁, 인공지능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실현하는 길이다. 

또한, 광주는 인공지능산업의 유리한 경쟁력을 선점하고 있다. 광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자율주행차), 에너지,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산업을 인공지능기술과 접목하면 독보적인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특히 헬스케어의 경우 조선대학교 치매국책연구단을 통해 치매환자 4만 명의 연구자료를 확보하는 등 빅데이터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제1회 대한민국 AI클러스터 포럼에 참석한 이용섭 시장. (출처: 광주광역시)
제1회 대한민국 AI클러스터 포럼에 참석한 이용섭 시장. (출처: 광주광역시)

광주에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의미인가?

인류 역사상 3번의 산업혁명이 있었고,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경제철학과 가치 및 질서가 완전히 재편되는 산업혁명 때마다 국가의 운명이 바뀌었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이 주도했고, 2·3차 산업혁명은 미국이 주도하면서 그 시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산업사회 때는 앞선 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차선을 바꾸고 속도를 높여 앞차를 추월해야 했다.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같은 길을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차선이 필요 없는 시대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산업사회 때 꼴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일등이 될 수 있다. 지능화 혁명이라 불리는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우리가 일본 등을 제치고 진정한 첨단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산업불모지 광주가 세계적인 도시들을 앞지를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4차 산업혁명이고 그 핵심이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텐데. 

이제 남은 과제는 국가 차원의 선택과 집중이다. 미국, 중국 등 AI 강국에 비해 기술과 산업생태계 수준이 2년 정도 뒤처져 있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을 절체절명의 위기적 기회로 인식하고 혁명적 발상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국내 최대 규모의 개발자 회의인 ‘데뷰(DEVIEW) 2019’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정부는 인공지능 정부가 되겠다”며 올해 안으로 완전히 새로운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저 또한 ‘AI 4대 강국 대한민국’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과 추진전략 그리고 ‘인공지능 허브 시티(AI Hub City)’로서 광주의 역할이 하루 빨리 마련, 발표되고 범국가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에 AI 연구소, 공공빅데이터센터, 슈퍼컴퓨터 구축 등을 통해 공공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혁신으로 시작해 혁신으로 성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광주를 선택한 것 자체가 혁신이다. 인공지능 대표도시 광주를 통해 AI 4대 강국 대한민국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전남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응용경제학 석사,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4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건설교통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수석비서관, 국세청장, 관세청장을 역임했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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