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히 뤼디거 아헨공과대학교 총장 인터뷰

울리히 뤼디거 총장. (출처: 아헨공대 서울대표사무소)
울리히 뤼디거 총장. (출처: 아헨공대 서울대표사무소)

[스타트업투데이] 지난 10월 11일 유럽 최고의 공과대학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헨공과대학교(RWTH Aachen University)가 서울 광화문에 한국대표사무소를 설치했다. 아헨공과대학교가 해외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한 것은 중국 베이징 다음 두 번째로, 많은 이들이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2019년의 끝자락에 만난 아헨공과대학교의 울리히 뤼디거(Ulrich Rudiger) 총장은 <스타트업투데이>에 한국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한 이유와 함께 인공지능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모두 털어놓았다.

 

아헨공과대학교(이하 아헨공대)는 산·학 협력 벤치마킹 1순위 대학교입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아헨공대의 산업계와의 오랜 협력의 전통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과 아주 긴밀하게 실용적인 방향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헨공대만의 특별한 점입니다. 아헨공대의 산업계 등으로의 3자 투자금액은 2018년 기준 3억 8,530만 유로(약 4,970억 원)로 독일에서 단연 톱입니다. 수많은 테스트 베드(test bed)와 테스트 트랙(test track)을 보유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아덴호벤 테스팅 센터(Aldenhoven testing center) 그리고 아주 역동적인 드라이빙 시뮬레이터(Driving simulator) 등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혁신(Innovation)은 종종 새로운 관점에서 관찰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분야를 넘어선 사고를 해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헨공대 생태 시스템은 기술기반 스타트업에도 좋은 터전을 제공합니다. 스트리트스쿠터(Streetscooter), e.GO 모빌(e.GO Mobile), 실렉시카(Silexica) 또는 Adhesys 메디컬(Adhesys medical)을 성공적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아헨공대 100% 자회사인 RTWH 이노베이션을(RTWH Innovation)을 통해 전체 대학을 아우르는 기술이전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헨공대 내부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가 궁금합니다. 

아헨시 전역에 약 800,000㎡의 규모로 캠퍼스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40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이를 통해 산·학 간의 공간적인 연결이 가능해집니다. 전문가들은 규정된 관련 테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장기적 연구분야는 클러스터에서 모이고 다시 센터에서 기업에 세분돼 나뉩니다. 여기서 학제간 연구자팀과 산업계 컨소시엄이 모여 함께 비전을 제시하는 문제 해결 접근법을 가지고 특별한 미래문제 등을 다룹니다. 클러스터 외에 아헨공대 캠퍼스의 이노베이션 팩토리(Innvoation Factory)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혁신적인 공정 관리(process management)와 집합적인(복합적인) 기술능력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최적화된 제품으로 개발하기까지의 길을 단축해 줍니다.

 

서울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한국과 독일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양 국가 모두 분단의 경험이 있고 20세기 중반 경제가 매우 힘들었지만 그 후 놀라울 정도로 큰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양 국가 모두 현재 동일한 도전적 과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양 국가 모두 고령화 사회이고 세계적인 고임금 국가입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환경보호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저 조용히 학문만 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고 서로 협력하고 상호 보완적이어야 합니다. 아헨공대의 한국 파트너들은 공동의 경험과 뛰어난 연구인프라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헨공대의 세계화 전략에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뛰어난 한국 연구기관들과의 협력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아헨공대 한국대표사무소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헨공대 서울대표사무소 개소식에서 울리히 뤼디거 총장(왼쪽)과 김두일 서울대표사무소 대표(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아헨공대 서울대표사무소)
아헨공대 서울대표사무소 개소식에서 울리히 뤼디거 총장(왼쪽)과 김두일 서울대표사무소 대표(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아헨공대 서울대표사무소)

서울대표사무소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아헨공대 서울대표사무소는 아헨공대와 협력하기를 원하는 모든 기관의 창구 기능을 할 것입니다. 동시에 아헨공대도 서울대표사무소를 통해 한국의 산·학·관 파트너들과 더욱 긴밀히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아헨공대 동문들을 지원하고 아헨공대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과 연구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아헨공대가 독일의 우수 대학(excellence university)으로서, 한국의 뛰어난 연구대학들의 첫 번째 파트너로 인식되는 것이 저희가 바라는 점입니다.

 

서울대학교와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함께할 예정인가요? 

현재 서울대학교와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단계에 있습니다. 전략적 파트너십이란 한 파트너와 모든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협력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파트너십의 폭이 프로젝트의 깊이와 연결됩니다. 올해 10월 서울대학교를 방문했고 대화를 나눈 후 서울대와의 파트너십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데 매우 낙관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략적인 파트너십이란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계속해서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스텍(POSTEC), 성균관대학교 및 이화여자대학교와 같은 한국의 연구중심대학교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 공동의 프로젝트에서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 인공지능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했다고 보나요? 

인공지능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지난 수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 적용됐고 이를 통해 우리 삶을 이미 엄청나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결합해서도 앞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인공지능의 결정에 대한 공정함이나 공감 부분인데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입니다. 아헨공대는 인공지능의 주요 테마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연어 기술(natural language technologies),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그리고 생산기술분야에서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어느 수준까지 발달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현재의 기술들이 수년 안에 통합돼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과학계와 기술에 계속해서 침투할 것입니다. 공정성과 공감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기준이 마련될 것입니다. 자율주행과 같은 혁신적인 적용사례들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인공지능을 통해 현실화가 가능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같은 일반적인 지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술들을 확실하게 넘어서는 근본적인 학문적 돌파구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것이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지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빠른 반면, 인재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인공지능 분야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수준의 학과 과정을 지속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적용 분야에 있는 학자 및 현장실무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현재 여전히 고도로 전문화된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이 더욱 단순화되고 자동화되거나 표준화돼야 하며 이것은 대부분의 적용분야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인공지능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육성책을 펼치고 있나요? 

아헨공대는 인공지능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이곳에서 아헨공대의 인공지능 연구를 모으고 강화해 적용분야로의 방법론적인 지식전달을 최적화할 수 있게 할 것이며, 아헨공대가 선도적인 인공지능 연구센터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핵심은 가장 높은 국제적 수준에서 인공지능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현존하는 전문지식을 모으고 강화시킴으로써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 주제가 전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용 분야 간 긴밀한 통합을 통해 적용을 위한 명확한 방법론적인 푸시(push) 가 가능해질 것이고 적용 분야별 방법과 알고리즘 개발이 촉진될 것입니다. 이 경우 공학과 생명공학(life science)으로 구성된 아헨공대만의 선별된 적용분야가 중심을 이룰 것입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교육 또한 강화될 것입니다. 이미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와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의 대학원 과정을 통해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적용 분야 간 협력을 통해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 심화시킬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적용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하계 대학(summer school)과 같은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헨공대의 2020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2020년은 아헨공대가 설립된 지 150년 되는 해입니다. 매우 흥미롭고 특별한 행사를 준비해 우리의 친구들과 파트너들을 초대할 계획입니다. ‘연구하라(Study). 조사하라(Research). 행동하라(Do).’라는 우리의 모토 아래 아헨공대의 알려진 면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면들도 보여줄 예정입니다. 1870년 왕립 라인베스트팔렌지방의 폴리테크닉으로 설립돼 지역에서 경제의 창조력(creative power)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목표는 혁신력(Innovative power)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목표는 150년이 지난 지금 어느 때보다도 더욱 현실화되고 있지만 아헨공대가 그동안 훌륭하게 변화하지 못했다거나 발전하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는 것처럼 똑같이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한국 파트너들과의 협력과 관련해서는 서울대표사무소가 일원화된 접점(contact point)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한국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한국의 아헨공대 동문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울리히 뤼디거 총장은···

아헨공과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2002년 콘스탄츠대학교(University of Konstanz)에서 실험 물리학 교수로 임명됐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콘스탄츠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이후 아헨 지역으로 돌아와 2018년 8월 아헨대학교 총장 자리에 올랐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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