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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영인 지원 확대로 벤처·스타트업 시장에도 성평등 이뤄야
여성경영인 지원 확대로 벤처·스타트업 시장에도 성평등 이뤄야
코이의 법칙
  • 정은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 승인 2020.01.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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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11월 22일 글로벌 금융사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발표한 한국 경영 여성경영주 비율 16.8%. 왜 우리 사회에서 여성경영인을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왜 아직도 여성기업들은 우리 사회에서 힘쓰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들을 여성경영인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2019년 11월, 국회에서 여성벤처, 스타트업 경영인들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이의 법칙’은 코이가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도 환경에 비례해 능력이 달라지는 법칙을 말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이의 법칙’은 코이가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도 환경에 비례해 능력이 달라지는 법칙을 말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이라는 어항에 갇힌 잉어

“내 부족함은 여자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여성경제인 애로 개선 간담회>에서 한 여성경영인이 직접 한 말이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여성경영인은 오롯이 회사 경영에만 힘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 자신은 경영인이기 전에 2명의 중학생 아이의 엄마였고, 한 가정의 주부여야만 했다고 한다. 또 다른 대표는 “현재 80일 된 아이가 있고, 출산 후 30일 만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많은 여성경영인이 일, 가정의 양립 문제를 겪고 있다.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발표한 ‘2018 여성기업 애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경영인 66.7%가 일과 생활의 균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자녀 양육 및 교육문제’가 30.6%로 가장 높았고, ‘집안일로 인한 부담’도 13.6%로 나타났다. 즉 여성경영인이 느끼는 큰 문제는 기업 운영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엄마’와 ‘주부’로서 느끼는 어려움이었다. 

필자 역시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어디에 아이를 맡겨야 하지?’라는 문제였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국회에 있는 국회의원마저도 육아에 대한 고민이 산더미인데 일반 여성회사원들, 여성경영인은 얼마나 힘들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육아 문제는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 단순히 보육시설의 문제로만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쟁률은 무려 442 대 1이었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려면 3대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까지 돌았을 정도다. 

보육시설 확충은 여성경영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다른 여성대표는 “회사 다닐 때 임신했고, 그래서 잘렸다”고 말하며,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이 열악해 출산과 육아로 8년 동안 경력단절을 겪었다”며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일하는 엄마들의 고충을 언급했다.

이러한 워킹맘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보육지원체계 개편 시험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보육지원체계 개편으로 내년 3월부터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워킹맘들이 늦게까지 마음 놓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운영하던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과 종일반(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 체계였을 때 종일반을 맡은 보육교사는 초과근무로 인한 업무의 어려움을 겪었고, 부모들은 눈치가 보여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없었다. 

하지만 체계 개편으로 연장보육 전담교사를 만들어 보육의 질 향상과 안정적인 연장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어린이 통학문제, 방과후 돌봄 문제 등 육아 관련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고 이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비즈니스가 남자들만 헤엄치는 물이 아니잖아?”

남성중심의 기업문화 개선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한 여성대표는 “한국의 기업문화가 대부분 남성중심으로 되어 있다”고 말하며 “아직도 남아있는 군대문화, 잦은 회식, 줄 타기 등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중심 기업문화에서 성장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경영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한다. 한 여성기업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살림이나 하지 왜 고생을 사서하냐’는 말을 듣고 움츠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업문화가 많이 변화했다고 하나 아직 여성들이 느끼기에는 남성 중심적인 것이 사실이다. 산업연구원(KIET)의 「여성 지식기술창업 실태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창업이 남성에 비해 불리한 이유로 ‘남성 중심의 기업활동과 접대문화(42.9%)’가 가장 많았으며, ‘여성창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31.3%)’이 뒤를 이었다. 

대다수의 여성경영인은 일과 가사를 병행한다. 이런 가운데 업무 외적인 비즈니스 관계 참여에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형성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경영인은 남성경영인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기도 한다. 제도적으로 여성경영인에 대한 네트워크 지원과 성장 단계별 컨설팅이 필수적인 이유다. 

여러 여성대표들은 입을 모아 여성창업자에게는 자금지원보다 제대로 된 교육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여성대표는 “대부분의 여성창업 지원책은 자금지원 중심”이라며 “자 금지원을 받고 창업을 시작해도 남성창업인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제대로 된 여성창업자 교육과 맞춤 컨설팅이 훨씬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직접 금융지원은 생존력 제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여성창업기업에 대한 연수시스템 확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여성벤처창업 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예비 여성창업가에게 비즈니스 플랜 전문 코칭, 선배 CEO들과의 1 대 1 매칭 케어 등 여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 및 기관에서 여성창업자들에게 컨설팅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지원 규모가 작아 사업 효과가 미비한 상황이다.

 

이제는 강물에서 헤엄칠 기회를 줄 때

여성경영인 지원 확대에 대해 정부의 보다 큰 관심이 필요하다.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공공기관 우선 구매, 자금지원 우대, 경영능력 향상 지원 등 여성기업에 대한 여러 지원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제영역에서 남녀의 실질적인 평등에 도달하기까지는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벤처, 스타트업 창업 진흥을 위해 이제는 관계부처가 나서야 할 시기다. 창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여러 기관 중 여성창업 지원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전문부서는 없다.

관계부처나 산하기관에 여성창업 지원 전담부서를 신설해 업무의 전문성을 향상하고 사업별로 흩어져있던 여러 지원 정책들을 체계화해 통합 관리하는 것이 여성창업 진흥을 위한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여러 기관들은 여성창업 지원 업무를 사업 유형별로 나눠 여성기업 금융지원 정책은 금융지원부서에서, 여성교육지원 정책은 교육지원부서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사업의 형태에 따라 부서를 나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고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성기업이 현저히 부족한 현재 경제상황에서 여성창업지원 전담부서를 특별 부서로 신설해 시범 운영하고 지원을 확대해 꽁꽁 얼어있던 여성창업 시장에 새 바람을 불게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어(大漁)가 될 한 마리의 잉어를 위해

‘코이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코이는 비단잉어의 일종인데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진다. 작은 어항에서 자라면 5~8cm, 작은 연못에서는 20cm, 큰 강물에서 자라면 1m 이상 자라는 물고기다. ‘코이의 법칙’은 코이가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크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도 환경에 비례해 능력이 달라진다는 법칙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어항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성들이 많다. 육아문제로, 때론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강물에서 힘차게 헤엄칠만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어항에 머물러있는 여성경영인들이다. 이제는 그들을 어항 밖으로 풀어줄 때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의 창업자 코코 샤넬(Gabrielle Chanel)은 1883년 프랑스 태생으로 12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자매들과 함께 고아원에서 성장했다. 코코 샤넬은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배운 바느질 솜씨를 살려 한 유명 여가수의 모자를 만들게 됐는데, 그가 만든 모자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당시 귀족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코코 샤넬은 자신의 부티크(boutique)를 만들었고 이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의 시작이 됐다.

만약 코코 샤넬이 가난한 고아 여성이라는 어항 속에서 포기했다면 지금의 샤넬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코코 샤넬의 재능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청년사업가 ‘아서 카펠’이 없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제는 사회가 나서야 한다. 육아와 가사 문제로 인해 뛰어난 재능을 썩히고 있는 수많은 코코 샤넬들을 위해, 대어(大漁)가 될 한 마리의 잉어를 위해, 여성경영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은혜 위원(더불어민주당)

제20대 국회의원으로 제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과 제20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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