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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게임은 문화다. 한국의 대표 ICT 혁신산업 성장 저해해선 안돼”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게임은 문화다. 한국의 대표 ICT 혁신산업 성장 저해해선 안돼”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1.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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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출처: 스타트업투데이)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출처: 스타트업투데이)

“우리 사회는 게임을 문화로서 인정하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10월 29일 제 10대 한국게임학회협회장 자리에 만장일치로 연임한 위정현 학회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은 신기술 기반 스타트업 육성과 정부의 전격적인 노력에 달려있습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2001년 출범한 한국게임산업학회(이하 학회)는 지난 20년간 게임에 대한 연구를 공학, 경영학,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학 등 다양한 관점에 입각해 게임 산업 연구를 개진해나가고 있다. 

위 회장은 최근 게임 산업의 주요 현상인 ‘플랫폼으로서의 공간적 확장’을 예로 들며,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한 게임을 문화로서 바라보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게임을 엔터테인먼트의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 학계의 연구였다면, 4차 산업 시대에는 사람의 인지 활동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상 공간 차원에서 게임의 본질을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산업, 스타트업이 가장 승부수를 던져볼 만한 곳”

재임을 축하드린다. 한국게임산업학회(이하 학회)에서 최근 내세우는 비전은 무엇인가? 

학회의 연구는 융합적인 성격을 지녔다. 게임의 산업적인 가치와 ‘게임이 무엇인가?’에 관한 게임 그 자체의 본질적인 연구도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정책을 심도 있게 연구해 정부에 제언하기도 한다. 2016년 ‘알파고 쇼크’이후 인공지능(AI)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후부터 학회에서도 게임 산업에서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돼 사용하는 최근 사례들을 주요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이 게임 산업에서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국내와 해외 게임 시장의 동향은 어떠한지에 대한 실증적인 데이터를 분석해 이론을 정립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도 규모의 경제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높은 진입장벽, 낮아지는 성공 확률은 게임 산업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특히 업계의 과점적 시장 양상은 다소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국내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3N사(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의 시장점유율은 60%이상의 수준에 달한다. 다만, 게임은 기존 제조업이나 바이오산업처럼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구역이 아니다. 예를 들어 1인 창업가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에 뛰어드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지만, 게임 산업에 뛰어들어 연매출 1,000억 원을 올리는 CEO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게임 산업은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글로벌 판로 개척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쉽고 편하다. 게다가 최근 게임 개발을 돕는 여러 툴들도 보급화 됐다. 이러한 측면에선 스타트업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2007년 <세컨드라이프 비즈니스>라는 게임 산업 관련 도서를 출판했는데,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3D환경이었던 세컨드라이프 시절과 달라진 점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로 공간성을 구성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최신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 플레이어를 지원하는 아바타나 게임 내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는 멀티플 플레잉 캐릭터(Multiple-Playing Character·MPC)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 마케팅을 위한 적극적인 빅데이터의 활용도 달라진 점이다.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려는 목적이 있다. 어떤 유저들이 어떤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 유저들이 게임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려는 이유가 있다. 

 

“지원보다 중요한 건 게임의 본질 이해하려는 노력”

학회 차원에서 게임 업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학회에서 스타트업을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항은 정부 정책에 대한 제언이다. 포럼, 학술 대회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해 여론을 조성하고 있으며, 게임 학회가 가지고 있는 교수진의 전문성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기도 한다. 

 

지난 3년간 게임 산업 예산안을 매년 증액 편성했다. 예산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보나?

올해 정부에서 725억 원으로 증액했다고는 하나 어정쩡한 행보다. 게임 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감안하면 정부 예산은 7,000억 원이 돼도 부족하지만,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하려는 생각이 없다면 70억 원도 아깝다고 본다. 학회는 예산을 집행하는 이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역량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현 장관 체제는 지켜보고 있다. 매년 예산을 증액한다 해도 집행하는 주체가 성의가 없다면 유명무실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게임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노력이 시급한 부분은 무엇인가? 

문체부 정책의 문제 중 하나는 순환 보직제다.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중국은 장기 보직을 한다. 최근 우리가 중국정책과 비교하는데, 우리는 그런 조직체계가 아닌 상태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 공무원들이 혁신에 대한 의지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전국의 스타트업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집행해 스타트업에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판을 깔아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임산업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개진하는 위정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 한국게임학회)
게임산업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개진하는 위정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 한국게임학회)

“WTO의 질병코드 도입은 일부 이익단체의 근시안적 사고가 원인, 장기적 관점에서 게임 가치 판단하고 신중히 결정해야”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이하 WTO)가 지정한 질병코드 ‘게임사용장애(6C51)’에 대한 학회의 입장을 밝힌다면?

WTO에서 도입했지만 국가별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질병코드를 도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학회는 전적으로 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1995년 지정된 I310의 경우도 국가별로 도입시기가 달랐다. 우리나라는 2년 뒤, 미국은 20년이 지나서야 도입했다. 미국은 신중했는데 우리나라는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게임 과몰입에서 게임은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게임 중독을 막고 싶다면 사회적인 소외 계층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면 취약계층인 부모의 입장에서는 게임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케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원해서 게임을 하는 시간 대신 어떤 활동을 제안할 것인지 보건복지부와 의사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억지로 못하게 하는 일은 물이 펄펄 끓는 가마솥 뚜껑을 닫는 일과도 같다. 

 

향후 학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개진할 것인지? 

단기적으로 가장 큰 목표가 질병코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다. 지금도 의사, 보건복지부와의 논의를 위해 토크 컨퍼런스를 열고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에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게임 산업은 사회적 변환기에 놓여 있다고 본다. 게임 업계에서는 개발 방식의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도 가상현실 기술이 진입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기존 게임의 마케팅 방식도 데이터 드리븐 체재가 됐다. 

게임 산업 개발사들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학회는 이러한 시점에서 게임 산업에서 시장 생태계의 격차를 해소하고 스타트업 진입 활성화를 돕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연구를 통해 분석하고 나아가 산업계, 정부와 함께 혁신을 실행하는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대중적인 게임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e스포츠 협회와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e스포츠는 프로 구단 중심이지만 아마추어 구단들도 생겨날 필요가 있다.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당부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게임을 변방에서 들어오는 문화 현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과거 한때 오락실이 범죄의 온상이라 여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락실이 쇠퇴하면서 PC방 문화가 성장했고, 이것이 진화해서 청소년층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로마에서 게르만 민족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멸시했던 때와 기성세대가 게임 하는 청소년들 바라보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본다. 리니지를 즐기는 세대도 40대로 올라온 시점에서 현재 우리 게임 산업은 과도기를 겪고 있으며, 로마인들이 게르만족을 보는 것 같은 시선은 거둘 필요가 있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게임 학원이 문전성시라고 한다. 이러한 게임 학원은 e스포츠 선수 양성도 목적이 있지만, 실제로 부모들이 게임 학원에 자식 보내는 이유는 게임 실력이 약해 따돌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정한 게임 실력을 갖춰야 또래들과 원활하게 어울릴 수 있는 요즘 청소년 문화에서 게임은 일종의 기본 소양이 됐다. 사회적 차원에서 문화적 차원으로 게임이 자리잡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회의 온상에서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더불어 청소년들의 삶의 가치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위정현 회장은···

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자문위원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콘텐츠 및 R&D 전략 수립에 기여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자문위원장, 융합콘텐츠 리더스포럼 운영위원장, 실감콘텐츠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지난 15년 간 한국 정부 민간대표로 수차례 중국 문화부를 방문하는 등 게임의 외교적 역할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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