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현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과 308 Art Crew. (출처: SIBKOREA)
류재현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과 308 Art Crew. (출처: SIBKOREA)

류재현 감독은 ‘홍대클럽데이’, ‘하이서울페스티벌’, ‘서울장미축제’ 등 획기적인 행사를 기획하는 문화기획자다. 그는 지난 9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예술 경연대회인 ‘아트프라이즈 강남’을 기획했다. 전시를 넘어 지역의 재생을 이뤄내는 류재현 감독의 ‘상생 아이디어’를 함께 엿보고자 한다. 

류재현 감독. (출처: SIBKOREA)
류재현 감독. (출처: SIBKOREA)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직업이 여러 가지인데, 그냥 문화 기획자라고 소개합니다. 대외협력관, 지방자치단체 정책 기획관 등의 공공적인 일을 많이 하고 있어서 저도 정체를 잘 모르겠어요.(웃음)

 

평소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 예술가이고, 남이 원하는 일을 하면 기획자’라는 모토를 밝혀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요?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공했다고 하지만, 저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이 그것이지요. 제일 좋은 이상향은 내가 원하는 것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일치시키는 것이겠죠. 요즘 친구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얘기해요.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한다면,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까요? 사회가 원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내어줘야 성공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은 예술가들일 겁니다. 예술가는 자신의 감성을 녹여내야 하기 때문에 남들이 원하는 것을 하면 안 돼요. 기획자는 반대로 사회가 원하는 것에 맞춰야 하죠. 그래서 기획자는 시시각각 바뀌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이번에 논현동 가구거리에서 ‘아트프라이즈 강남’ 행사의 기획 감독에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기획하게 됐고, 특히 새롭게 시도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아트프라이즈’라는 행사는 아트 경연대회입니다. 미국의 미시간주에서 2009년 시작됐어요. 지역의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사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아트페어에 훨씬 익숙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을 따라가는 것은 차별성이 없어요. 

그래서 논현동 가구 거리와 무명작가들을 결합했습니다. 작품이 있는 장소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고 그 공간에는 가구가 있죠. 그래서 가구 거리를 갤러리로 만들었어요. 가구 거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러 온 사람들이 가구를 구매할 수 있고, 반대로 가구를 구매하러 온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판매도 할 수 있어요. 윈윈하는 거죠.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었는지.

가장 창의적인 발명품은 지우개 달린 연필이라고 생각합니다. 쓴 것을 바로 지울 수 있거든요. 상호보완적인 제품들이 단순하게 들어가 있죠. ‘아트프라이즈 강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요. 아이디어는 단순해야 합니다. 필요성을 캐치해 이를 결합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트프라이즈 강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류재현 감독. (출처: SIBKOREA)
‘아트프라이즈 강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류재현 감독. (출처: SIBKOREA)

‘아트프라이즈 강남’ 외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나요?

홍익대학교 근처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노래방이나 클럽을 갈까요? 2008년에 기획한 ‘나이 없는 날’은 어르신들도 클럽과 노래방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어요. 굉장히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2010년 MBC 문화트렌드 행사에도 선정됐습니다.

‘서울 문화의 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미술관, 박물관 등이 6시면 문을 닫는데, 직장인이나 학생이 쉽게 방문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서울시립미술관을 새벽 2시까지 오픈하도록 했습니다. 성공적이었죠. 뭐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웃음)

 

감독님의 기획 방식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요.

저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빨리 마련합니다. 바닥을 빨리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생각하죠. 

 

그렇게 하면 확실히 실패 확률이 낮을 것 같아요.

실패는 늘 합니다. 다만 빠르게 복구할 방법을 찾을 뿐이죠. 어떤 일을 성공시키는 데 수많은 실패의 과정이 존재해요. 밝은 대낮만 있진 않은 것처럼요. 밤만 보고 어둡다고 하지만, 기다려 보면 새벽이 오고, 낮이 옵니다. 낮과 밤 중 어느 쪽이 길다고 생각하나요? 낮이 길죠. 이것이 진리입니다.

류재현 감독이 기획자로 참여한 ‘아트프라이즈 강남’ 로드쇼. (출처: SIBKOREA)
류재현 감독이 기획자로 참여한 ‘아트프라이즈 강남’ 로드쇼. (출처: SIBKOREA)

앞으로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는 기획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을 통해 재생에서 자생으로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짜고 싶어요. 사람들과 일을 진행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속초에서 루프탑을 이용한 뷰 프로그램이나, 남양주 물의 정원에서의 맥주 축제 등의 행사를 생각하고 있어요.

 

재치있는 류재현 감독의 입담 덕에 인터뷰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됐으며, 그의 기획관과 더불어 인생관 또한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돈다. 단순한 전시 이상의 프로그램으로 지역 자체를 바꾸는 기획을 꿈꾼다는 류재현 감독. 세상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그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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