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처럼 차별화 포인트를 되묻는 꼰대들을 피하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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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은 다른 식당과 비교해서 차별화 포인트가 뭔가요?” 

“저희는 주로 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위생적으로 음식을 조리합니다.” 

“아니, 그건 다른 식당도 다 그렇게 하는 것이고 위생적으로 조리를 안 하면 어떻게 식당을 합니까?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없나요?” 

“아…저희는 인테리어를 젊은 층에 맞게 모던한 분위기로….” 

“아니. 식당이 음식에 집중해야지 인테리어를 모던하게 한다고 차별화가 되나요? 다른 차별화 포인트 없나요? 차별화 포인트!”

 

혹시 이런 비슷한 피드백을 받거나 옆에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이번 칼럼을 꼭 정독하시기 바랍니다.

 

차별화 포인트에 집착하는 평가에 담대하라

위 상황은 얼마 전 한 모임의 워크숍에서 있었던 심사를 식당 평가에 빗대 설명한 내용입니다. 액셀러레이팅이든, 공모전이든, 투자 설명회든 우리는 그놈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강조를 지겹도록 듣게 됩니다. 

필자가 컨설팅하던 사업에 대해 투자 설명을 할 때도 어설프게 투자자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그놈의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지금도 스타트업 프레젠테이션 현장 어딘가에서는 투자할 여력도 없는 무늬만 심사위원인 심사자들이 스타트업 발표자에게 차별화 포인트가 뭐냐며 침을 튀겨가며 질책에 가까운 평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투자할 의향이 없으면 제발 그냥 필요한 질문만 합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스타트업 팀들에게 이 시점에서 꼭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어설픈 투자자들이나 심사자들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거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식당은 위생적으로 조리하고 음식이 맛있으면 됩니다. 식당 사업에 차별화 포인트가 얼마나 될까요? 차별화 포인트 강조하는 심사위원치고 심사하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나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는 안목을 가진 분들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심사위원 중 심사에서 자기주장을 과도하게 강하게 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특히, 차별화 포인트가 뭐냐고 묻거나 차별화 전략이 없다고 침을 튀겨가며 발표자를 나무라는 심사위원에게 무슨 심사의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언젠가부터 심사위원들이 청문회 질의하듯 질문하는 것을 보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확실한 비전과 신념으로 열심히 사업을 하면 됩니다. 진정한 차별화 포인트는 초심을 잃지 않고 기업의 핵심 가치와 핵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발표자료만 화려한 말장난 같은 발표보다는 사업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성실하게 사업을 실천하는 실행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온라인 책 판매로 시작한 아마존은 시작부터 차별화 전략이 있었습니까? 가장 무난한 온라인 판매 상품인 책 판매부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재고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다른 온라인 매장의 저렴한 책을 주문해서 고객에게 배송했습니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잘 변하지 않는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였습니다.

누군가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비즈니스 방식과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가 아닙니다. 아직 시장에 없다면 그것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합니다. 필자가 심사할 때 자주 듣는 차별화 전략이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아직 다른 곳에서 하는 곳이 없습니다. 저희 회사가 처음으로 시도합니다”라고 발표할 때 항상 고민합니다. ‘그게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까? 왜 다른 기업들은 귀사의 방식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것일까요? 정말 귀사의 아이디어를 몰라서 안 했을까요?’

차별화 전략이 사업의 만병 통치약인 것처럼 남발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핵심 경쟁력은 누구나 기대하는 보편적인 소비자 가치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만족시켜 주는 것입니다. 차별화 포인트보다 폭넓은 사업 제휴와 부지런한 영업력이 사업을 키울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차별화 전략을 만족시키려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실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객 혜택과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열광하는 팬과 같은 소비자가 있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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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차별화 전략과 ‘존재하지 않는 시장’

차별화 전략에 심각하게 빠지면 치명적인 판단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 전략에 빠지면서 실제 고객의 관점을 벗어난 차별화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예전에 손목시계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기 시작한 때가 있었습니다. 디지털 손목시계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머지않아 방수시계가 등장했습니다. 너도 나도 앞다퉈 방수시계를 출시했습니다. 1M 방수시계에서 시작해 3M 방수시계, 5M 방수시계, 얼마 지나지 않아 100M 방수시계가 등장했고, 급기야 300M 방수시계까지 등장했습니다.

점점 더 깊은 수중의 방수시계를 만드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가 되면서 너도나도 더 깊은 수중에서의 방수 기능을 강조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방수 시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수중 몇 M까지 방수가 된다고 자랑했습니다. 

도대체 사람이 시계를 차고 수중 몇백 미터에 들어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가끔 스타트업 사업 심사에서 수중 300M 방수시계와 같은 차별화 포인트를 자랑하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차별화 포인트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업의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공모전, 프레젠테이션 같은 행사가 너무 많아서 스타트업 행사인지 프레젠테이션 행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발표가 있기도 합니다. 최근 필자는 심사에서 해당 사업 영역을 얼마나 경험해봤는지와 해당 사업의 경험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얘기나눠봤는지 질문합니다. 많은 대학생 창업 아이디어가 스터디룸에서 자기들끼리 앉아서 머리로 만든 사업계획입니다. 사업 계획서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발로 뛰는 현장의 체험이 함께해야 합니다.

 

차별화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는 피드백은 무시하라

언제부터인가 공모 심사나 투자 심사 등에서 수익 모델과 차별화 전략은 심사평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피드백이 됐습니다. 심사자나 투자자 본인이 발표 프로젝트의 차별화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고 그것을 발표자에게 비난하거나 따지듯이 묻는 피드백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발표 기업도 인지하지 못하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줄 생각이 아니라면 자신이 이해한 만큼만 피드백하는 것이 어떨까요? 차별화 포인트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심사자나 투자자 중, 발표자의 대답을 진지하게 듣고 차별화 포인트를 수긍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발표 기업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혹시라도 심사에서 피드백을 받는 위치의 스타트업은 차별화 전략을 내놓으라는 피드백에 너무 상처받거나 위축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사업은 일단 그냥 잘하면 됩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망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계속 성장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고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어설픈 차별화 포인트 지적에 위축되지 말고 그냥 참고만 하면 됩니다.

 

사업 기회가 차별화다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가 차별화입니다. 많은 기업이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합니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팀을 꾸리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서 고객과 소비자를 만드는 활동 그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안목이 첫 번째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팀을 꾸리고 사업을 추진하는 실행력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장과 고객과 사업 성과를 몸으로 체험하는 것 그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스타트업은 지금 그 자리에 와 있는 것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라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그림만 그리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성과가 없습니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는 차별화 포인트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친절한 말 한마디, 고객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성실한 사업 실행력 등 너무나 기본적인 사업 경쟁력이 차별화 포인트라는 추상적인 말에 휘둘리는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모든 팀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결정입니다. 차별화 포인트가 뭐냐고 앵무새처럼 되묻는 꼰대들은 피하셔도 됩니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을 함께 살펴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강화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는 진정한 멘토를 찾으세요.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줄 수 있는 멘토를 찾으세요. 비난하지 않고 함께 고민해 주는 멘토들을 만나세요. 여러분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을 뿐입니다. 지치지 말고 한 걸음씩 전진할 것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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