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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의 생생칼럼] 중개 무역항·국제 금융허브 홍콩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강국의 생생칼럼] 중개 무역항·국제 금융허브 홍콩은 어디로 갈 것인가?
  • 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 승인 2020.01.0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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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전) 중국 주시안 총영사

맛있는 음식과 다채로운 쇼핑을 즐길 수 곳, 불편함이 없이 영어가 통하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 고층 빌딩이 즐비한 중개 무역항・국제금융 중심지   등 온갖 수식어가 부족한 홍콩이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가 홍콩과 마카오, 주하이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해상대교 강주아오대교 개통을 계기로 ‘웨이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메가 경제권 조성에 박차를 가하려는 찰라에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 거대한 역사를 만들고 있다.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홍콩은 동 범죄를 처벌할 수 없어 절도죄라는 경미한 범죄로만 처벌하여 큰 사회문제가 됐다. 

홍콩 정부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개정을 추진하였는데,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서 중국 본토에도 범죄인 송환이 가능하도록 머리를 쓰면서 문제가 생겼다.  

송환법 개정에 대해 야당과 재야단체는 반중국 인사,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반발했고,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홍콩 인구(745만 명)의 30%에 달하는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왔고 지하철은 물론 공항이 마비되는 사태로 치달았으며 홍콩이공대 점거로 상징되는 대학가 시위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주지하다시피 덩샤오핑의 일국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s) 제시에 따른 '항인치항(港人治港, Rule by Hong Kong People)', ‘고도자치(高度自治)'라는 중국 측의 유연한 자세가 영국으로 하여금 ’영광스러운 철수‘라는 차선의 선택을 받아들이게 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1984년 홍콩반환협정이 체결되고 1997년 7월 1일부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역사상 최초의 ‘1국가 2체제’가 성립됐다. 

2012년 말 지도자가 된 시진핑 주석이 “중화민족 부흥의 위대한 꿈, 중국몽”을 기치로 내걸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홍콩의 중국화를 급속히 진행하자 홍콩인들은 중국 사회주의체제에 의해 민주체제가 대체될 것이라는 위험을 느껴왔다. 

2014년 79일간 이어진 ‘우산혁명’이라는 불리는 직선제 요구 시위를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낮은 지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캐리 램이 행정장관으로 선출·임명되고, 반중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야당 의원 자격이 박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홍콩인들은 제도권 정치에서 희망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송환법 추진으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경제적 상실감과 좌절감도 시위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정부지의 집값상승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홍콩 주거환경은 세계 주요 도시 중 최악으로 꼽힌다. 

대졸 신입사원 월급으로는 월세를 내기도 부족하고 홍콩의 평균적인 직장인이 조그만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돈 한 푼 쓰지 않고 20년 이상 월급을 모아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특히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심각한 상태다. 

시위가 격화되자 중국은 지난 10월 개최된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9기 4중전회)를 통해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특별행정구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완비할 것"이라고 선언하여 강경 메시지를 공식화했다. 

시진핑 주석은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 방문 중에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심각히 파괴하고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경고를 발신했다. 이에 반발하듯 홍콩인들을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파에 압도적 다수 의석을 몰아주었다.

시위 장기화는 홍콩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331만 명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43.7% 급감했고, 경영난을 겪고 있던 홍콩 3위 항공사 홍콩항공은 시위 영향으로 경영이 더욱 악화돼 ‘긴급 수혈’을 받아야만 했다. 

시위대가 친중국 성향으로 간주되는 매장을 공격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주말이면 문을 닫고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는 날도 많고, 특히 큰손 고객인 중국 본토인들의 방문이 급감해 명품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콩 경제에 미친 영향을 묻는 말에 71%가 ‘부정적’이라고 답해 시위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31%의 응답자가 홍콩의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고 답하고 47%는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고 답함으로써 홍콩의 미래가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78%나 됐다. 

무엇보다도 중개 무역항, 국제 금융허브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92년 ‘미국-홍콩 정책법’을 제정해 홍콩에 투자·무역·비자발급 등의 분야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 대우를 하면서 혜택을 줬다. 

홍콩 시위가 격화되자 미국은 매년 홍콩의 자치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 내용 등을 담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약칭 홍콩인권법)'을 제정했다. 

중국 본토로 반환된 이후에도 홍콩이 중개 무역항・국제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한 데에는 ’미국-홍콩 정책법‘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홍콩인권법‘ 이 제정됨으로써 미국이 홍콩의 자치 수준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할 경우 지금까지 홍콩이 누린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게 돼 홍콩의 경제적 지위와 역할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경제적 역할이 점차 본토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력을 갖게 되었지만 사회주의체제이고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폐쇄적인 운영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역할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고 그 기능은 다른 나라로 옮겨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콩의 앞날에 불안감을 느낀 부유층들이 싱가포르로 눈을 돌리고 있다. 뭉칫돈을 싱가포르 은행으로 돌리고 기업을 이전하며, 이민이나 자녀유학 등을 통해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호기를 이용해 ‘아시아 최대 금융허브’를 놓고 경쟁해 온 싱가포르가 홍콩의 역할을 대신하고 입지를 굳히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주요 산업인 제조업은 점점 한계에 다가서고 있어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금융업이나 기타 서비스업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도 금융경쟁력을 끌어올려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한 방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한다. 금융허브로 가기 위해서는 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져야 하며, 금융 기관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배치할 것이 아니라 집중화해야 하고, 금융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금산분리법과 같은 제도는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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