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 작은 것에 대한 소고

10배 더 저렴한 비용으로 달나라를 구경 가고, 10시간 걸리는 비행을 한 시간에 날아갈 수 있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다. 검색 데이터를 깔아놓고 광고 한번 하지 않으면서도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서 쌓아 놓은 구글은 미래 먹거리로 불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 S커머스 문명을 바꾸고 있는 혁명적인 세대(청소년층)가 기본적으로 150살까지 사는 것은 기정사실화 돼 있다. 또한, 향후 10년 안에 500살 수명 연장 계획이 현실화된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 수명연장 프로젝트팀은 인간의 염색체 23 서열 중 가장 마지막인 텔로미어(telomere), 즉, 세포 시계의 역할을 담당하는 DNA를 편집해 여러 동물시험을 통해 수명이 30~50% 연장됐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싸구려 제품과 짝퉁 천국으로 알고 있었던 중국이 얼마 전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쌍둥이를 출산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로써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교 허젠쿠이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기술을 사용해 인간배아를 변형시키고 태어나게 한 과학자가 됐다. 

이 유전자 기술은 ‘유전자 가위’라고도 불리는데, 원하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제거하고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선천적으로 제1형 당뇨가 있는 아이를 유전자 편집을 통해 제거하고, 암 병력이 있는 가족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건강한 DNA로 바꾸는 것이다. 

한국에서 안데스 산맥으로 수출한 중장비 하나도 한국에서 고장신호를 보내고, 수도가 터진 집수리를 위해 찾아온 배관공을 아프리카 여행 중에 문을 열어주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의 기술과 상상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신기술과 상상 그 이상을 넘나드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집중하면서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가 하면 미래의 목표처럼 당연시한다. 

이런 새로운 세상이 우리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질적 삶을 살게 해 준다고 믿어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나약하고 허무한가를 지금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500살 시대를 살게 하는 불멸의 프로젝트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호언장담하면서도 가장 구시대적인 바이러스 출현 하나로, 며칠 만에 저세상으로 가는가 하면 모든 시스템들이 마비되고 무너지고 마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첨단기술을 가진 국가에 미래가 있고 청년들에게 꿈을 줄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하다가 할머니들도 만들 수 있는 보건용 입마개에 국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하는 상황은 또 어떤가. 

마시는 물은 물론 수십만 원 하는 옷이며 화장품, 짜장면 하나도 전화 한 통으로 배달하면서도 마스크 하나 사기 위해 긴 줄을 오래 서 있는 현실은 부조화스럽지 않은가?

우리는 그동안 보여주는 거대한 실체와 이익의 결과에 대해 고군분투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는지 새삼 뒤돌아보는 요즘이다. 작금의 사태를 다 같이 힘을 모아 이겨내자고, 오랫동안 형제처럼 지내온 이웃과 국가들이 행여나 옮을까 봐 대문에 못질하고 공항을 폐쇄하고 강제로 격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성장 수치에 의해 우리는 최고의 성장 국가라고 억지 주장을 하며 자본주의의 상징인 주식시장이 하늘 높을 줄 모르게 치솟다 난데없는 코로나19를 빌미로 수십조 원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리자 망연자실한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작디작은 생명체에 불과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간간이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사소한 것들이 세상을 받들고 삶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나약해 보이고 하찮게 여겨지는가 하면 눈에 띄지 않은 것들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일들을 수없이 봐 왔으면서도 우리는 금세 그것을 잊고 더 높은 것 더 힘 있어 보이고, 가치 있는 것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지 모른다. 
아프리카의 도마뱀은 자기보다 수십 배나 더 큰 물소나 얼룩말을 잡아먹는다. 기어 다니는 도마뱀이 어떻게 뛰어다니는 네 발 달린 거대한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의아해할 것이다. 

초원을 찾아 이동하는 절기가 오면 도마뱀들은 강을 건너는 가파른 지역에 숨어 있다 들소들이 가파른 언덕을 넘으려 안간힘을 쓸 때 발목에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바로 강가를 오르지 못하도록 몇 번이고 달려들어 집중력을 잃게 만든 뒤에 기다린다. 

얼룩말이 물린 상처에 독이 퍼지고 힘이 빠져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가 될 대상끼리 경쟁해야 하고 하찮게 보이거나 자신보다 한참 아래라고 생각하면 아예 무시하거나 쳐다보지 않는 우월감을 갖고 있다.

산행을 하다 보면 수백 년도 더 된 거대한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종종 본다. 그것을 유심히 보면 쓰러진 원인을 금방 알 수 있다. 그 큰 나무를 넘어뜨린 것은 태풍도 비바람도 번개도 아니다. 

눈에 잘 띄지 않은 개미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갉아 먹어 상처를 냈고 딱따구리들이 밑동에 숨어 있는 벌레를 찾기 위해 구멍을 낸 탓에 시간이 흐르면서 썩어서 지탱할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아파트를 관리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던 사람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일손을 놓아 버리자 쓰레기는 산더미를 이뤘고 냄새가 진동했음에도 진지하게 그들의 처지와 수고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젊은 엄마들이 입에도 담기 어려운 언행을 하는가 하면 삼삼오오 모여 화를 참지 못하고 있는 장면을 직접 봤다. 그리고 또 금방 그러한 일들을 잊어버리고 타성에 젖어들고 만다.

아무리 신기술이 발전하고 생명연장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이나 질서 그리고 근간을 이루는 요소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지금의 스마트폰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형 컨테이너 몇 개의 공간이 필요했고, 1,500억 원 정도 되는 돈이 있어야 가능했다. 

그런 최첨단 기술일지라도 전기가 끊기면 다 무효가 되고 만다. 전기자동차가 수백 킬로를 달린다 해도 전력이 중단되면 무용지물이다. 

기술 강국도 좋고 국가경쟁력을 위한 투자와 연구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가장 기본적인 것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사스와 에볼라 등 몇 번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정부마다 큰소리치며 약속했었다. 

신종 바이러스는 꾸준히 창출하고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늘 전시적인 대응은 변함없었다. 마스크는 가장 기본적인 소비용 방역 용품인 줄 매번 느끼면서도 왜 그것을 비축하고 대비하지 못했을지 반성해 볼 일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민간 기업을 마치 군대처럼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생산을 강제적으로 독려하는 모습은 군사혁명 시절을 보는 듯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국가 연수원은 물론 민간 기업일 지라도 응급병실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은 왜 미리 생각해 두지 못했을까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위대한 역할을 할 때가 있고 가장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찮은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가꾸고 지탱하고 있음을 상기해 보자. 

한참 아래로 내려다 본 사람들이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마음으로 소고를 남긴다.

자명 The CJ Holdings Canada Ltd. CEOCGB(Capital of Golden Bridge) CFO​​​​​​​화재의 책 "숨겨진 부의 설계도" 저자
자명 The CJ Holdings Canada Ltd. CEOCGB(Capital of Golden Bridge) CFO. 화제의 책 <숨겨진 부의 설계도>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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