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벤처캐피탈은 무엇을 보고 투자하는가?

벤처기업은 투자를 유치하면 해당 벤처캐피탈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벤처기업은 투자를 유치하면 해당 벤처캐피탈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제약사의 신약개발 연구원을 거쳐 벤처캐피탈에 입문한 것이 2001년이니, 햇수로 20년째 투자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벤처캐피탈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결혼에 비유하곤 한다.

긴 인생에서 결혼은 이루면 끝이 나는 목표가 아니고, 2세를 갖고, 사회적 성취도 이루며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성장이 시작되는 분기점이다. 벤처캐피탈과 벤처기업의 투자를 통한 만남 또한 투자 자체가 목표가 아닌, 함께 성장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출발점에 해당한다.

모 매체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바이오벤처 창업 열풍으로 1,500여개의 바이오벤처가 창업했다고 한다. 정부와 사회에서는 사회 구조의 변화로 창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며, 창업에 대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실제 창업의 과정으로 들어가보면, 아껴서 모은 적은 자본금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흔히 엔젤이라 표현되는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의 사업전개를 하고 나면 기관투자자라 지칭하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창업자가 영위하는 사업의 시장규모가 충분히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시장 내에는 10개 미만의 회사만이 존재하고, 거기에 회사가 진입장벽 또한 구축하고 있다면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매우 쉬운 일이겠지만, 대개의 상황은 이와 반대다. 관련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기업은 아주 많이 있고, 진입장벽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벤처캐피탈의 사고방식은 어떤지, 벤처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들이 어떻게 협력해서 원하는 투자를 유치한 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벤처캐피탈의 사고방식 이해하기···자본시장과 직장생활의 이해


대부분의 벤처캐피탈의 활동을 설명하면, 남의 돈을 모아서, 벤처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인데, 그 일에 종사하는 흔히 벤처캐피탈리스트라 불리는 사람들은 투자심사, 사후관리 및 회수라는 업무에 충실한 직장인들이다. 다만 성과를 이루어내는 시간이 다른 업종에 비해 좀 더 길 뿐이다.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수에 대한 관점이다. 누구나 보다 안정적으로 큰 수익률을 올리고자 할 것이며,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보다 긴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 모든 벤처캐피탈은 안정적인 펀드 수익률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벤처캐피탈에 따라 가지고 있는 펀드의 성격과 기다릴 수 있는 기간은 다르다.

따라서 벤처기업은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벤처캐피탈의 펀드 규모, 성격, 기간에 대한 사전적인 스터디가 필요하며, 아래에서 설명하는 사전준비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큰 규모의 투자를 지향하고 있어(설정 펀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단 건의 투자보다는 몇 차례에 걸쳐 한 기업당 규모있는 투자를 지향하는 데 비해, 어떤 벤처캐피탈에서는 초기 기업을 선호하기도 하고, 메자닌 투자에 집중하기도 한다.

벤처기업들은 흔히 투자유치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벤처캐피탈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회사를 창업하기 전부터 일정 부분 관계를 맺고 상의를 하면서 사업을 진행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해당 분야의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만날 수 있고, 그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성공한 여러 회사의 스토리를 알고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좋은 기업이라면 언제라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벤처캐피탈에 있는 직장인들도 매일 여러 업무를 하고 있으며,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여러 가지 상황으로 우선순위에 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준비···경영진, 지식재산권, 시장과 사업화 모델


벤처캐피탈이 벤처기업에 투자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지속적인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기업에 자본을 투입해서 빠른 성장을 공유하는 것이다.

벤처캐피탈은 회사를 성장단계에 맞춰 운영하고, 해당 산업 내에서 적절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경영진(management)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과거의 성공경험이나 사업경험이 있는 경영진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회사의 기술이 좋다고 하지만, 기술이 좋다고 모든 회사가 잘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인 부분이 강한 기업들은 사업적 경험이 있는 경영진을 초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반대로 사업적 경험이 있는 경영진은 기술적 능력이 있는 경영진을 끌어들여 균형 있는 회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일정 수준에 있는 똑같은 기술과 사업모델을 가지고 3인의 경영진이 각자 사업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단계에 이르는 시간은 모두 다를 것이며, 심지어 아예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다.

스타트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개발 및 사업화 단계를 거친 후에 필요한 것은 진입장벽이다. 냉정한 사업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등장하기 마련이며, 그 이후에는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게 되고 결국 부가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벤처기업이 일반적으로 진입장벽을 위해 다른 말로 지속적인 고부가가치를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지식재산권이다. 투자를 위한 상담과정에서 “귀사의 지식재산권은 어떤가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우리는 몇 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몇 건은 여러 나라에 등록돼 있어요”라고 약간은 자랑스럽게 답변하곤 한다.

물론 이 단계까지 온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들의 특허전쟁을 살펴보면, 등록된 특허에 대한 침해성과 무효화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핵심 특허가 무엇이고, 그 청구항은 어떻게 구성돼 있어서, 회사의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면 그 회사만의 독점권 행사가 오랫동안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투자유치 과정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다수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그 고객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사업이 가능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도 역시 진입장벽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설명과 논리가 있다면 투자자를 설득하기 쉬울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시장이 큰 분야를 선호하게 되며, 대개는 우리 기술과 사업모델로 이 정도 규모의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해당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시장이 커짐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게 된다.

벤처기업에서는 투자유치 시점까지 진행한 결과물을 기반으로, 어떻게 사업모델과 시장에 대한 관점을 변경해 왔는지를 제대로 설명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의 스토리와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각 시점에서의 근거를 가지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과 사업모델에 대한 논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는 투자유치 과정을 떠나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벤처기업이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지식재산권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벤처기업이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지식재산권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벤처기업은 성장과정에서 수많은 기업 및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대학교 연구자, 회계법인, 법무법인, 변리사, 정부 관계 부처와 정부출연연구원, 언론사, 경쟁자, 투자자, 해당기업의 종업원 등과의 관계 속에서 회사는 다양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 중에서 벤처캐피탈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설명하면, 일단 투자를 유치하면 해당 벤처캐피탈의 역량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편한 대화도 많을 수 있지만, 수많은 동종 업계의 기업을 검토하고 같이 성장해 본 경험을 가진 벤처캐피탈 관계자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얼마나 큰 낭비인가?

아직도 우리 사회엔 덜 익숙하지만, 치열한 논쟁을 통한 합의에 의해 도출한 방식들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다시 변경해서 시도하는 것은 성장산업에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다(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이나 유럽식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결론이 정해진 안건만을 1시간 내에 의결하는 것이 아닌, 결론이 정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4~5시간씩 토론하며 의견을 모아가는 이사회 말이다).


대한민국 벤처기업 모두 유니콘을 뛰어 넘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어려운 과정에서도 사업을 영위해 나가는 모든 스타트업들이 성공하고자 하며, 관련 산업의 일원으로서 모든 기업의 성공을 기원한다.

벤처기업, 스타트업,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진출,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등 다양한 용어들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며, 많은 사람들의 집중과 노력에 의해서만 소기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

관계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미리 준비하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않는다면, 시간과 노력이 더 들더라도 결국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벤처기업이 모두 유니콘을 뛰어 넘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본부 황만순 상무
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본부 황만순 상무

한국투자파트너스 투자본부 황만순 상무

벤처캐피탈 경력은 15년, 산업계 경력운 약 9년에 이른다. 현재 한국투자파트너스(Korea Investment Partners Co. Ltd.) 상무로 재직 중이며, 2009년 1월 19일부터 총 4,9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한국투자그로스캐피탈펀드 제17호 750억 원, 한국투자제약산업육성펀드 1,350억 원, 한국투자리업펀드 2,850억 원) 중이다. 이 외에도 현재 사단법인 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장(산업통상자원부), 코트라(Invest Korea 자문위원),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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