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을 얻는다
투자제안서는 획기적으로 갚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수

자사 전략에는 스왓(SWOT)분석을 통한 진입 가능성 등을 넣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사 전략에는 스왓(SWOT)분석을 통한 진입 가능성 등을 넣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에게 투자라는 단어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고, 울다가도 웃게 만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스타트업 대부분이 자금 확보가 잘 되지 않고, 매출이 잘 나지 않고 있으며, 매출이 나더라도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거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인맥-학력-경험-팀원-자금’이 '빵빵한' 스타트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가 컨설팅하는 스타트업 중에는 데스밸리에 빠져서 이국종 교수의 닥터헬기가 필요할 만큼 골든타임에 직면한 업체가 다수인지라 투자라는 단어의 가치가 마치 ‘빛’과 같다. 그렇다면 이 ‘빛’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투자제안서는 획기적으로 갚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수


스타트업은 언제나 투자에 목마르다. 그래서 엔젤투자, 개인투자, 기업투자, 벤처캐피탈투자사 등에 투자제안서를 보여주며 투자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투자제안서 대부분이 투자사가 원하는 맥락을 짚지 못한다.

대다수의 목마른 스타트업이 투자사에게 “나에게 물을 준다면 당신은 참 행복할 것입니다”, “나에게 물을 준다면 당신에게 큰절을 하겠습니다”라고 제안한다. 이때 투자사는 절대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하지 않는다.

정말 투자를 받고 싶다면 “나에게 물을 준다면, 3시간 뒤에 500mL 물병 4개와 녹차 티백 6개를 더 얹어서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즉, 명확한 시점, 용량, 그 부수적인 효과까지 제시해야만 투자가 이뤄진다.


투자제안서 작성 전


투자제안서는 ① 어떤 시점에, ② 어떤 투자자에게, ③ 어느 정도의 투자금을 요청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본 투자제안서가 명확한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투자제안서는 말 한마디로 천 냥을 얻어오는 ‘설득의 총체이자 정점’이라는 것이다. 그 설득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지는 대표자 본인 제품의 기조, 상황,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먼저 숙지하자.


투자제안서 목차, 순서, 그리고 내용


투자제안서 작성에 관한 컨설팅을 하다 보면 업체 대표가 목차 순서를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투자제안서든 사업계획서든 설득을 기초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상황에 맞게 변경하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일반적인 목차 형식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은 형식이라고 답한다.

필자는 위의 투자제안서 목차에 추가하거나 변용하는데, 예를 들어 6. 자사전략에서 마케팅 부분을 따로 뽑아내기도 하고, 7. 투자유치 이유 및 용도에 포함되는 기업 목표, 매출 추정 등을 따로 구성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맨파워가 좋으면 팀 구성을 사업 개요에 같이 놓는 경우도 있다. 즉, 스타트업 대표가 기조와 흐름이 유리할 것인지 판단에 따라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사업 개요

사업 개요는 자사 사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간략한 회사 소개, 주요 제품 혹은 서비스, 매출, 특허 보유, 소재지, 자본금 등에 대해 파워포인트 기준, 1~2페이지 정도로 만든다. 개요는 한눈에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보여주는 얼굴 같은 것으로, 투자자가 처음 봤을 때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혹시, 예비창업자로서 아이디어 투자를 받는다거나 혹은 베타 버전 제품만으로 투자를 제안하는 경우, 매출이 없는 초기기업인 경우에는 사업 비전, 방향, 기업의 가치 등을 넣기도 한다.

2. 현재의 상황과 문제 인식

현재의 상황과 문제 인식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니즈가 있음에 관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자사 제품이 반려동물 드라이 룸이라면, 노령화에 따른 반려동물 수 증가, 반려인의 피로도 증가, 반려동물 위생관리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는 소비자 니즈의 증가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뒷받침해 준다.

이를 대변하기 위한 명확한 자료가 필요한데, 매체 기사, 각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시장보고서, 통계청 자료 등을 활용한다. 본 단락은 제품 및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루는 설득 단계이므로 팩트가 필수이며, 가급적 3년 이내의 최근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제품 및 서비스

제품 및 서비스는 앞에서 나타낸 문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자사의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자사 제품 디자인 이미지 혹은 사진이 있으면 좋다. 그리고 그 제품을 통해 앞에서 언급했던 문제점을 해결하는 내용을 수치 혹은 구체적인 자료로 보여주면 더 좋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드라이 룸이라면, 반려동물 드라이 룸의 사진 혹은 이미지를 넣고, 어떤 기능이 있으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을 설명하자.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하고, 사용자 니즈를 완벽하게 맞춘 제품이라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시장 변화

시장분석은 국내외 시장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다. 스타트업 대표와 이야기하다 보면 이 부분을 가장 까다로워한다. 어디서 어떤 자료를 가져와야 하는지,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는지 난감해한다. 본 단락에서는 국내시장 요약, 국내시장 현황, 국내시장 예측 변화, 해외시장 요약, 해외시장 현황, 해외시장 예측 변화 혹은 분석 리포터, 그리고 국내외 시장 현황 및 시사점 등을 다루고자 한다.

제품 및 서비스가 명확하다면 시장조사가 쉽다. 하지만 타깃 소비자가 명확하지 않고 제품 및 서비스가 우왕좌왕한다면 어떤 시장을 조사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드라이룸의 경우, 반려동물 전체 시장 현황, 소비자 지출 증가, 소비자 지출 항목 분석, 선진 시장의 소비자 트렌드 변화 양상 등을 넣을 수 있다.

해외시장의 경우, 대부분 코트라 자료를 활용하며, 유사한 사업 분야에 있는 해외 업체를 선정해서 그 업체가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해 있는지를 검색하면 의외로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5. 경쟁사 분석

경쟁사가 있다는 것은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가끔 스타트업 대표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독점시장'이나 '세계 최초'라면서 경쟁사 분석을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상 이렇다면 시장 자체가 없는 경우이므로 반드시 유사분야를 검색하고 분석해야 한다. 경쟁사 전반의 현황, 제품 비교분석, 차별점 및 성능 우위 등을 넣게 되는데, 깔끔하게 표로 만들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자.

6. 자사 전략

본 부분은 말 그대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각종 전략을 언급하고, 시장에 충분히 진입 가능하며, 자사 제품 및 서비스가 그럴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단락 내에는 크게 시장진입 전략, 마케팅 전략, 비즈니스 모델, 스왓(SWOT)분석을 통한 진입 가능성 등을 넣는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가끔 진입가능 예측시장을 10조 원, 표적시장을 1조 원 이렇게 넣는 경우가 있는데, 저 정도 사이즈면 중견기업도 달성하기 힘든 역량이다. 필자는 목표시장의 3% 내외를 표적시장으로 잡는데, 규모는 10~50억 원 사이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현실적이고 적절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7. 투자 유치 이용 및 용도

투자 유치 이용 및 용도는 말 그대로 투자자금을 어떻게 쓸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는 단락이다. 제조 분야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제조비용과 자재 구매가 많고, 정보기술(IT) 분야의 경우 인건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투자금 사용 내역은 디테일해야 한다. 운영, 자제 조달, 설비, 인건비 등을 3~5년 단위로 계획해서 넣고, 제조업체의 경우 공장부지 검토, 제조사 활용 방안 등에 관한 내용이 필요하다. 이 단락은 투자사가 봤을 때, ‘이 대표는 제대로 사업을 하겠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

8. 팀 구성

팀 구성은 대표자 및 팀원 전체가 들어가는 부분이다. 소위 말하는 맨파워를 가득 채우는 것도 좋지만, 실질적으로 업무를 하는 사람에 대한 내용을 넣도록 하자. 학력, 경력, 수상 이력, 언론보도 등을 언급하고, 활용 가능한 네트워크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대표가 자신의 경력과 전혀 상관없는 사업을 하는 경우, 본 사업을 하게 된 이야기를 명확한 스토리로 이야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 부록

부록에는 구매의향서, 구매 확약서, 특허, 매출, 사업 진행에 관한 각종 실적 등을 넣는다. 언론보도나 특허 등에 대한 부분도 이미지를 중심으로 작성한다.

반드시 경쟁사를 검색하고 분석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드시 경쟁사를 검색하고 분석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투자제안서는 설득의 총체이자 정점


투자제안서는 말 그대로 설득의 총체이자 정점이다. 최근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주인공 박새로이가 단 한 번의 투자 성공으로 수백억 원대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사실상 투자제안서라고 보면 된다. 그 이유는 투자제안서 내의 설득 방법, 표현 등이 대표자 그 자체이기 때문에 투자사 입장에서는 몇십 장의 페이퍼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투자제안서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몇 자 적었지만, 이것은 단순 스킬일 뿐이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스타트업 대표라면 설득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만 기억해도 투자 유치의 99%를 가져가는 것이다. 부디 좋은 투자사를 잘 설득해 빛나는 길을 걷길 바란다.


데이원비즈 박기택 대표 (2)
데이원비즈 박기택 대표

데이원비즈 박기택 대표는···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 스타트업 컨설팅 업체인 데이원비즈를 창업하고, 현재 (주)여백과 (주)수동예림의 사업화 운영 이사를 맡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한국교통대학교에서 창의융합경영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맥스벤처러스 1팀, 서울시 충무창업큐브 5팀, 한성대학교 캠퍼스CEO 취창업 12팀, 한성대학교·서울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센터 3팀, 성북중장년기술센터 1팀 등을 컨설팅하고 멘토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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