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 반전 드라마의 시작점

사람 중심의 배송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기계 중심의 배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람 중심의 배송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기계 중심의 배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경험했던 기존의 산업혁명과 달리 기존의 관행과 솔루션을 모두 뒤엎는 파괴적인 행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ICBM이 있다. ICBM이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기술들이 융합하며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신제품과 신서비스를 쏟아내면서 비즈니스 세계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가고 있는 것을 목도(目睹)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유통혁명 중


현재 아마존(Amazon), 알리바바(Alibaba) 등이 글로벌 유통 거인으로 급부상했다. 알리바바가 작년 11월 11일 광군제 세일에서 2,484억 위안(약 44조 원)으로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사실이 전 세계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이는 11월 11일 오전 0시부터 오후 12시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에 달성한 매출이라는 점에서 더 큰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 사례는 온라인 유통 거인들의 돌풍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유통의 돌풍으로 미국의 거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형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는 2017년 전체 매장의 15%인 68개가 철수하고, 약 1만여명의 직원을 감축했다.

전자제품 판매점으로 유명했던 라디오 쉑(Radio Shack)도 2017년 1천 600여 개의 매장을 폐쇄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또 대형 백화점인 시어스(Sears)도 2018년 파산신청을 하고 150개 매장을 폐쇄했다.

이뿐 아니다. 레저용품, 의류, 완구전문점, 패션 액세서리, 악기, 신발, 타이어 유통업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미국의 거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의 곁을 떠나야 하는 비운을 겪었다.

이러한 거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몰락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각종 매체에 보도된 바와 같이 오프라인 유통의 양대 거두인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부진한 실적을 더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든 것이다.

특히 롯데쇼핑의 경우, 전체 700여 개의 매장 중 200여 개의매장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전체 매장 가운데약 30%를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렇게 거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시작된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더욱더 급격하게 진행됐다.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즉각적인 가격 비교는 물론 그 제품에 대한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의 평가를 알 수 있어 제품과 브랜드의 선택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저성장 시대는 팍팍한 살림살이로 인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성비’, ‘착한 가격’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가성비’ 및 ‘착한 가격’ 경쟁에서 오프라인 유통은 온라인 유통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또한, 온라인 쇼핑은 편리하기까지 하다. 쇼핑에 시공간(時空間)의 제약이 없으며,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정확하게 배송해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팔며 쇼핑하는 노고를 대체해 주는 것이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 필요조차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온라인 쇼핑은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으로 전체 소매 판매액 473조 1,710억 원의 21.4%를 온라인 쇼핑이 점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은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온라인 유통이 성장하는 만큼 오프라인 유통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에게 가치 전달 위해 첨단기술 활용


글로벌 거대 유통업체들은 이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value)를 전달하기 위해 상품의 주문 과정에서부터 일선의 매장 형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음성비서 ‘알렉사(alexa)’를 활용해 아마존은 이커머스(e-commerce)를 넘어 보이스 커머스(voice commerce)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보이스 커머스에 월마트도 애플의 시리(siri)와 협력해 동참하고 있다.

보이스 커머스는 고객의 기존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대응하며, 고객에게 이커머스보다 더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더욱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이 주문하기 전, 미리 고객의 집 근처 물류센터로 상품을 보내는 ‘예측 배송’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벽배송, 당일배송, 익일배송 등 배송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미국 아마존과 월마트는 스마트 도어록(Smart door-lock)을 활용한 인홈 딜리버리(In-home delivery) 즉, 집 안까지 배송해주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월마트는 신선식품을 고객 집안의 냉장고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배송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사람 중심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기계 중심의 배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자율주행 로봇, 드론을 라스트 마일 배송에 활용함으로써 정확하고 신속한 배송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마트는 물류센터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선반 스캐닝 로봇과 자율주행 청소 로봇 등을 매장에 도입함으로써 매장 관리의 효율화도 추구하고 있다.

아마존, 월마트, 알리바바 등 글로벌 거대 유통업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비롯해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센서, 비전(vision) 기술 등 첨단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매장도 선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편의점 형태의 ‘아마존 고(Amazon go)’ 매장과 이를 확대 적용한 슈퍼마켓형 ‘아마존 고 그로서리(Amazon go grocery)’ 매장을 오픈했다.

이 두 매장의 특징은 계산대가 없어 비용을 매장 안에서 계산하는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계산을 위한 대기행렬의 고통을 없앴다는 것이다. 고객은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원하는 상품을 집어 들고 그냥 매장을 나오기만(just walk out) 하면 된다. 상품값은 자동으로 계산되고 고객이 사전에 등록한 결제수단으로 자동 결제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무인 편의점보다 진일보한 매장 형태이며 기술이다.

월마트도 새로운 포맷의 인공지능 스토어인 인텔리전트 리테일 랩(Intelligent Retail Lab•IRL) 매장을 선보였다. 이 매장은 매장 내 모든 현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함으로써 고객에게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에게는 재고관리와 같은 일상적인 업무를 지원해 보다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가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때가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험 경제시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매장으로 거듭나야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스토어(Smart store)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앞에서 살펴본 사례들과 같이 스마트 스토어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스마트 폐쇄회로(CCTV), 각종 센서 등을 바탕으로 구매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모니터링함으로써 고객에게는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원들에게는 업무 생산성을 제고해 매장의 효율적 운영관리가 가능하게 한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시장의 주류로 등장하면서 개성과 취향, 그리고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의 성향으로 인해 이제는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 시대가 도래했다. 쇼핑도 경험이다. 따라서 21세기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에게 경험을 판매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 경험이 고객으로 하여금 방문하게 만드는 동인(動因)이 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Costco) 매장은 여전히 활황이다. 고객들이 코스트코 매장을 기꺼이 방문하고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가성비를 기본으로 한 상품의 큐레이션(curation) 때문이다. 그저 저렴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가격과 품질은 기본이고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의 희소성과 가치를 제공한다. 바로 상품의 큐레이션이다. 때문에 쇼핑 중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매장의 구성, 인테리어, 상품의 선별 등 고객에게 새로움과 신기함 등을 제공하며, 쇼핑의 재미를 선사하는 매장의 기획과 디자인이 필요하다. 고객에게 취향을 판매하는 곳,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과 창의성의 결합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를 기본으로 온라인 유통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그리고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 포인트를 고민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오프라인 유통 반전 드라마의 출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