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가 ‘공간’의 개념에 미치는 영향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산업이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제 더이상 안전한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각국 정부는 감염자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며,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거리 두기’다. 이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집에서 즐기는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집에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동영상과 게임 이용 크게 늘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온라인 동영상과 게임 산업이 큰 수혜를 입고 있다. 스트리밍 미디어 전문 시장조사업체 콘비바(Conviva)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전 세계의 스트리밍 동영상 콘텐츠 시청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는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국내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3월의 넷플릭스 이용자는 2월에 비해 22% 증가한 463만 명으로 늘어났고 이용시간도 34% 증가하면서 각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론, ‘킹덤 2’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가 3월에 공개되면서 이용자와 이용시간이 늘어난 것일 수 있지만, 극장이나 테마파크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설 방문을 줄이고 집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스트리밍 동영상을 즐기며 여가를 보내려는 사람이 급증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스트리밍 동영상 시청이 늘어나면서 각 서비스업체들은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료로 제공하던 프리미엄 콘텐츠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소비자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2020년 2월 기준,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40억 건 이상의 모바일 게임이 다운로드 됐으며,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생하고 엄격한 이동금지 조치가 취해졌던 중국에서는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가 62.2%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지난 3월 말 미국, 프랑스, 독일의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가 이전에 비해 비디오 게임을 즐긴 시간이 길어졌다고 답했다. 게임의 경우 이용시간이 늘어난 것뿐 아니라 지출액도 늘어났다.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의 39%는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게임에 대한 지출액을 늘렸으며, 또 다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조사업체인 앱애니(App Annie)의 조사에서도 지난 1분기, 모바일 게임에 대한 지출액이 167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지난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던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가정 내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권장하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 20여 개의 주요 게임사가 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한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Play Apart Together)’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유무선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들도 데이터 한도를 일시적으로 폐지하거나 늘려주고 저속의 저가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들의 통신 속도를 높여주는 등 가정에서의 인터넷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과 게임 서비스 이용 급증으로 네트워크 트래픽 문제 발생


그러나 온라인 동영상 시청과 게임 이용이 증가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동영상과 게임 서비스를 즐기면서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한 것이다. 이 경우 인터넷 접속이 끊기거나 속도가 크게 저하되면서 개인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이 커진다.

트래픽 부하 문제는 사실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전체 네트워크 상에서 원활한 통신이 어려워지면서 의료기관 등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필수시설에서의 인터넷 이용이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트래픽 절감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서둘러 망 용량을 늘렸으며,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은 영상의 품질을 낮춤으로써 트래픽을 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중순, 유럽에서 당분간 고화질(이하 HD)급을 일반화질(이하 SD)급으로 낮춰 전송한다고 발표했고,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유튜브 역시 전 세계에 기본으로 전송되는 동영상의 품질을 SD급으로 낮춰 전송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디즈니+’를 제공하는 디즈니와 ‘애플TV’를 서비스하는 애플, 그리고 아마존 등의 주요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도 유사한 조치를 단행했다.

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콤팩트 디스크(CD)나 블루레이와 같은 물리적 매체를 통한 유통이 아닌 온라인 접속을 통해 다운로드 받는 디지털 방식의 유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집에서 새로운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일시에 유통 플랫폼에 접속해 고용량의 게임을 다운로드 하면서 네트워크 트래픽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에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을 제공하는 밸브(Valve)는 자동으로 진행되는 게임 업데이트 정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콘솔용 게임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 역시 게임의 다운로드 속도를 줄이고 게임 이용 시간이 비교적 적은 새벽 시간대에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운동·피부관리도···새롭게 주목받는 홈 트레이닝과 뷰티 시장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스마트 워치나 밴드와 같은 피트니스 트래커(fitness tracker)를 착용하고 실외에서 조깅을 하거나 스포츠센터에서 전문 트레이너의 강습을 받으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이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집에서 머무르면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실내 자전거나 러닝머신 등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적인 가정용 운동기구들은 단순히 운동 그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싫증을 느끼기 쉬우며, 체계적인 운동 계획을 세우고 정확한 운동법을 익히기도 어렵다.

이에 유튜브를 통한 홈 트레이닝 영상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피트니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되는 홈 트레이닝 서비스는 전문가를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정확한 운동법을 알려주며, 체계적인 운동 스케줄 관리도 제공하는 등 기능이 더 정교해지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전통적인 운동기구에 스크린과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커넥티드 홈 트레이닝 기기다. 단순히 운동량을 기록해 인터넷 접속을 통해 클라우드 상에 운동 데이터를 저장 및 관리하고 운동 중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타인과의 경쟁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대형 스크린을 갖추고 실시간으로 전문 트레이너와 소통하면서 마치 스포츠센터에서 맞춤형 지도를 받는 것처럼 집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펠로톤(Peloton)이 가장 대표적인 업체다. 2012년 창업한 펠로톤은 스크린을 장착한 가정용 실내 자전거와 트레드밀에 온라인 콘텐츠를 접목시켜 집에서도 이용자들이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온디맨드 방식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펠로톤이 더욱 주목받은 것은 단순히 운동기구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동영상 기반의 ‘운동 교습’을 월 12.99달러의 구독형 콘텐츠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펠로톤은 지난해 9월 상장에 성공했다.

펠로톤 이외에도 스크린이 탑재된 전신 거울을 제공하는 미러(Mirror)도 월 39달러에 전문 강사의 운동 지도를 받거나, 지인과의 운동, 개인 데이터 관리 서비스, 음악 콘텐츠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목받았다. 이 외에도 다수의 업체들이 커넥티드 운동기구를 통해 ‘단말과 서비스 결합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홈 트레이닝 업체들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업확대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으며, 특히 펠로톤은 올해 들어 아마존의 파이어TV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TV용 애스마트홈플리케이션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가입자 기반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다.

뷰티 산업도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면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전문 매장에서 받을 수 있었던 피부관리 등을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홈 뷰티(home beauty)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홈 뷰티 시장 역시 이미 수년 전부터 기존의 거대 화장품 업체는 물론, 여러 스타트업들이 각각의 차별화된 단말을 선보이면서 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업체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LG전자의 프라엘(Pra.L)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홈 뷰티 시장이 더욱 주목받았으며,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매년 10%씩 증가해 2018년 5,000억 원 규모에 이르렀다.

특히 홈 뷰티 시장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개인의 피부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화장품을 추천하는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강조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가 매일 변하는 피부 상태에 맞춰 스킨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용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옵튠(Optune)’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홈 뷰티 시장에서도 전용 사물인터넷 기기 제공과 구동형 서비스 결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좌)미러의 홈 트레이닝. (출처: 미러) (우)펠로톤의 홈 트레이닝. (출처: 펠로톤)

물리적 ‘공간’ 개념의 급속한 변화···홈 테크 기술로 시간과 공간의 간극 극복


코로나19 사태는 정보통신기술 산업은 물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며, 상당 수의 국가에서 휴교하고, 온라인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 제공됐거나 즐겼던 일부 서비스들도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강조하면서 집에서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 홈 테크(hometech)의 시대가 온 것이다.

홈 테크 시대의 도래는 ‘공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이 이제 변화돼야 함을 의미한다. 인터넷 기반의 연결성을 통해 물리적으로는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가상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가상현실(VR) 시장에서는 이같은 개념을 이미 오래전부터 선보였다. 그리고 이제 변화된 공간에 대한 개념이 점차 여러 영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방송 산업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방송사인 CBS가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facetime)과 줌(zoom)을 이용해 배우들이 집에서 실내 장면을 촬영하고, 후처리 과정을 통해 배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촬영한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모든 서비스들이 가상의 환경에서 제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오프라인이 강조되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홈 테크 시장처럼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줄이는 서비스들은 향후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며 더욱더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