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대표라고!

봄이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스타트업 업계는 아직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있을 때, 메르스라는 중동발 바이러스로 한 차례 난리가 났어. 서울 코엑스와 부산 벡스코 전시회에는 관람객들이 드문드문 방문했고, 전체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야심차게 출시했던 많은 신제품들이 관심은 커녕 창고에 머물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

그 다음 해에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외교마찰로 인한 사드 이슈가 있었어. 한참 K뷰티와 한류가 중국을 휘젓던 때라 갑작스러운 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된 많은 화장품,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 한•중 무역을 하던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지. 심지어 대기업이었던 롯데그룹마저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일 거야. 질병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경제적•사업적 리스크로 인한 두려움이 곧장 현실이 돼버렸어. 이번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조용한 곡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너무나 혹독하고 잔인한 한해가 예상되고 있어. 많은 투자사들이 상반기 투자를 보류했고, 기업들은 충격적으로 떨어진 매출로 인해 현금보유에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어.

사실 우리에게 좋은 소식들보다는 항상 암울하고, 부정적이고, 힘들 거라는 소식들이 더 많잖아. 매년 상승하는 인건비와 늘어나는 이자 부담, 고정 비용 증가와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과 빠른 트렌드 변화로 제품 수명 주기가 짧아지는 패턴이다 보니 사방에서 ‘욱여쌈’을 당하는 느낌이랄까? 고립무원, 사면초가와 같은 스타트업의 숙명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갖춰야 할지 이야기를 나눠 보자고.


자신만의 동굴로 숨어들어가는 대표는 최악


좌절(挫折)이라는 말은 계획이나 진행하던 일에 있어 마음이 꺾여 묶이는 상태를 뜻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리스크를 마주했을 때, 좌절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

의지가 꺾이고, 멘탈이 무너져 털썩 주저앉아버리는 상황을 경험해 보면 피부에 와 닿을 거야. 그쯤에 어떤 대표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게임을 하기 시작해. 또는 영화를 보거나 평소에 멀리했던 술을 과하게 마시며 현실 도피, 문제 회피라는 방어기제가 발동하게 되지.

나 역시 문제를 잊으려 하고, 애써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전혀 없진 않아. 이별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사업의 문제는 결코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오히려 감당하지 못할 것 같던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진짜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될 거야.

우리가 멈춰 앉아 있으면 회사도 멈춰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뒤떨어지게 되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는다고 하는데, 역으로 퇴보하는 속도도 액셀을 밟듯 가속이 된다고. ‘누군가 답을 찾아 주겠지’란 안일한 생각 따위는 버려야 해. 결국은 남도, 시간도, 그 어떤 것도 대신 해결해 주지 않아.

공룡이 멸종하게 되고 포유류의 전성기가 도래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 해 보자고. 포유류의 활동량은 어마 무시했어. 그렇기에 급변하는 환경에서 더 빠르게, 더 많은 생존의 기회를 마주했을 거야.

따라서 우리는 더 활발하게 뛰어다녀야 해. 대표라는 이름의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 사람이 동굴에 숨어버리는 볼썽사나운 꼴을 보인다면 어느 누가 너를 믿고 따르겠어?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동정심으로 널 바라볼지언정 발 벗고 도와주러 올 사람은 없어. 사람은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돼 있거든.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에 비례해서 앞으로 더욱 경험하지 못했던 큰 리스크를 접하게 될 텐데 당당하게 문제와 마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하며 대안이라도 제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도 너와 동행하려 하지 않을 거야.


성인군자가 되려고 하는 대표가 꼭 문제를 키운다


직장인일 때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에 발작하듯 반응했어. 경영진의 무능 혹은 시장 변화와 같은 외적 환경에 의한 충격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대표가 돼 보니 효율성과 수익성, 비용의 절감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 게다가 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위안하면서 모두를 끌고 가는 건 대표의 성향을 뛰어넘어 상상이 아닌 꿈속에서나 가능할 일일 거야.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냉혹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의 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살아남기 위해서 삼국지의 유비와 같은 리더십보다는 간웅(奸雄•교활한 영웅) 조조와 같은 리더십이 필요해. 인정과 덕으로 조직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있는 반면, 냉철하고 강력한 통솔력에 의한 운영이 적합하기도 하거든.

그런 일이 가급적 없으면 좋겠지만 때때로 미수금이 발생하기도 해. 특히 어려운 시기에 미수금이란 사람 마음을 참 어렵게 하지. 재촉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대표의 입장에서는 닦달하는 모양새에 멈칫하게 되거든.

상대방도 힘들 거라는 마음에 수금 일을 연장해주면서 한없이 신뢰만으로 버티기에는 우리의 재정상태가 뻔하잖아. 신뢰라는 것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믿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한쪽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순간부터 신뢰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지.

더불어 우리도 거래처나 상대방에게 결재를 미루거나 약속을 저버리지 말아야 해. 확실하게 룰을 지키는 자세가 신뢰를 오래, 굳건하게 만들어가는 정석이라고. 게다가 회사라는 존재와 대표라는 존재는 엄연히 달라.

대표의 선택과 행동이 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걸 안다면, 쉽사리 미수금을 인정(人情)으로 넘어가려는 마음은 접어두길 바라. 그 인정이 비수가 돼 네 가족과 직원들을 향하게 될 거야. 그때가 돼서 어쩔 수 없었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지 말아야 해.

착한 대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해. 기업 활동에 있어서 착하다는 것은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면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생존을 넘어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을 뜻하지.

외부로부터의 ‘대표의 인성이 착하다, 선하다’라는 말에 휘둘려서 당연히 해야 할 대표 본연의 직무를 망각하거나 애써 눈감으려 한다면 회사 동료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의 희생 위에 혼자 고고한 척, 우아한 척하는 진정한 소인배일 뿐이야.

어려운 상황 속에서는 대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아라


누구나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꿈꾸지만 스타트업의 실상은 매일이 전쟁터고, 하루에도 몇 번을 골머리 싸매며 일촉즉발, 백척간두의 상황을 마주하고 살아가잖아. 그런 상황에서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솟아날 구멍을 만드는 게 대표의 역할이야.

말은 쉽게 했지만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능한 리스크와 달리 갑작스레 다가오는 외적 문제들을 겁내지 않는 대표는 없을 거야. 더군다나 이제 막 시작해서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보다 이제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진 스타트업들이 두려움이 더욱 클 거야.

이때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전의 용사가 탄생할 절호의 타이밍이기도 해. 때로는 루즈한 장소가 돼버린 곳에서는 대표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이유로 대표가 됐는지 등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힘든 시기에 고군분투하는 대표의 모습은 구성원들 모두가 대표의 존재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게 될 거야.

점잔 빼고 있는 대표가 아니라 싸움닭처럼 치열하게 생존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장수 같은 대표가 돼야 해. 전방위적으로 둘러싸인 위험 앞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 때로는 탐욕스럽게, 평소와 달리 과감하게 돈에 베팅할 수 있어야 해.

우리의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생존이라는 미션 앞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억척스러우면서도 쟁취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발버둥이 필요해.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영업하는 것이 뭐 어때? 가족에게 돈 빌리고, 한 번도 아쉬운 소리 한 적 없던 거래처에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 전하는 게 뭐가 어때서?

경기불황에도 살아남는 기업은 언제나 있었고 고객들이 지갑을 안 열어도 버텨내는 기업들은 꾸준히 존재해 왔어. 모두가 같이 겪는 어쩔 수 없는 광범위한 외부문제라고? 바보야! 문제는 대표라고!

배곯아 죽기 직전까지 간 선비는 결국 굶어 죽거나 도둑이 돼 버린다고. 더군다나 우리는 고상하려고, 득도하기 위해서 창업한 것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해. 배부르진 않더라도 굶어 죽을 정도는 되지 말아야 해. 배고픈 소크라테스나 배부른 돼지가 아니라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돼야 해. 여유가 있어야 더 객관적인 판단과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어.

사장에게 회사가 문을 닫는 것만큼 큰 죄는 없어. 남들에게 백날 박수받아도 정작 우리 회사, 우리 멤버들에게 손가락질받는다면 크게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거야. 회사 직원들, 거래처나 협력사들, 투자자들, 더 나아가 고객들에게도 좋은 서비스•품질•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최고로 선한 행동은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고 지속하는 것이야.

올해는 나를 비롯해서 많은 창업자들, 심지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경쟁사들에게마저도 힘겨운 시절이 될 거야. 하나둘씩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허탈하게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할거야.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악으로, 깡으로 생존의 활로를 찾아야 해. 살아남자! 살아서 우리 다시 만나자. 겨우 살아남아 배고플지라도 서로 마주 보며 씨익 한 번 웃고 전심전력으로 뛰는 생존자가 되자. 찬란한 봄을 향해 내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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