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동영상 이용이 크게 늘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 세계에 걸쳐 확진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진정세를 보이는 것 같았던 한국도 긴장감이 완화된 것 때문인지 유흥업소에 방문했던 젊은 층을 시작으로 5월 초 또다시 확산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되살아 날 것 같았던 경기가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상황은 스타트업들에게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변화된 사회 전반의 서비스 이용 및 소비 행태가 한동안 그대로 유지될 것이기에 기존의 서비스 상품과 전략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피버팅(Pivoting)을 고려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얼어붙은 스타트업 업계, 생존의 불확실성 커진다


지난 3월 초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벤처캐피탈 업체인 세쿼이아 캐피탈은 코로나19를 ‘2020년의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표현했다. 블랙스완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실제 발생 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뜻한다. 즉, 코로나19가 올 한 해 엄청난 폭풍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 특히 스타트업들에게 현금보유 확대, 지출 절감과 합리적 비용 지출, 고객 마케팅 재고 등을 주문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상당수의 스타트업들은 준비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이 지난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전 세계 50여 개 국가에 걸쳐 1천 명 이상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74%의 스타트업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의 41%는 불과 3개월 미만의 운영자금만을 보유하는 등 자금 측면에서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한 비용절감 차원에서 74%의 스타트업들이 인원 감축을 진행했으며, 특히 39%의 스타트업들은 20%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 같은 위기는 국내 스타트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80개 소속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출 감소, 해외 사업 난항, 투자 차질 등의 피해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포럼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에 금융 및 정책자금 사각지대 해소, 위기산업 서비스 긴급 공공조달, 고용 유지 지원, 벤처투자 심리 회복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물론, 중소벤처기업부도 스타트업 전용자금을 1조 1천억 원 추가로 공급하는 한편, 벤처투자도 시장에서 1조 1천억 원 규모가 추가 유발될 수 있는 제도적 인센티브 장치를 강구하는 등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위한 추가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얼어붙어 있는 시장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긴급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바로 소비자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멈춰 있지 않는다•••서비스 이용 행태의 변화 본격화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이 진행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었다.

특히 감염을 우려해 비접촉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및 융합 서비스의 이용 행태가 크게 변화했는데, 온라인 동영상과 게임 이용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1분기 매출과 영업 이익은 7,311억 원과 2,4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204% 증가했다.

온라인 커머스 역시 시장이나 마트에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PC)를 통해 주문하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의 전자상거래 월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한 11조 9,618억 원 수준이었다.

특히 온라인 커머스의 경우 신선식품 주문도 크게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당일배송과 같은 급속배송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변화된 소비패턴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와 온라인 커머스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서비스 이용을 시작한 소비자들은 그 편리함에 익숙해져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서비스 이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고객은 멈춰 있지 않으며 항상 변화한다. 서비스 고도화와 기반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고객의 니즈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제 그 변화 속도가 빨라져 과거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들이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비접촉이 강조되면서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서비스들은 이제 상당 부분 온라인 융합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제공됐던 서비스들도 기존과 달리 늘어난 고객층과 이용 패턴 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 스타트업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도 변화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시적인 성장을 지속적인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기술, 상품, 조직, 전략 등 모든 측면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스타트업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변화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시장상황에 따른 피버팅도 고려하자


스타트업은 다양한 계기를 통해 창업한다. 창업자가 기존에는 없었던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으며, 이미 존재했던 기술이지만 기존에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목표로 설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창업이 항상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반응이 당초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를 수도 있으며, 초반에 긍정적인 성과를 달성해도 고객의 성향이나 경쟁 상황이 변해 또다시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는 이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의 기획과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면 방향성을 변경해 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바로 피버팅이 필요한 것이다. 피버팅은 농구에서 한 발을 땅에 붙이고 다른 발을 움직이는 동작을 의미하는데,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의 저자로 유명한 에릭 리스(Eric Ries)가 스타트업의 전략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로 이용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버팅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피버팅을 사업 아이템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릭 리스는 피버팅을 ‘비전의 변화는 없는 전략의 변화(A change in strategy without a change in vision)’라고 설명했다.

즉, 사업의 방향성을 변화시키지만 기존과 완전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창업하는 수준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비전은 유지하면서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피버팅은 '어떤 이유에서 변화를 추구하는가', '무엇을 변화시키는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는가' 등의 여부에 따라 크게 10가지로 구분된다.

피버팅을 통해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은 많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는 당초 비디오 데이트 서비스로 출발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으며, 창업자들은 제품의 기능 중 하나였던 동영상 공유를 전면에 내세우며 서비스를 개편했고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피버팅의 유형 중 줌인 피버팅에 해당한다.

온라인 금융거래 서비스인 페이팔 역시 피버팅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초 창업자들은 개인용 정보 단말기(Personal Digital Assistant•PDA) 이용자끼리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고객들은 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를 원했고, 이 같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페이팔은 온라인을 통한 금융거래로 서비스를 개편해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다시 한번 코로나19로 인한 시장변화를 생각해보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가 크게 변화했으며, 이로 인해 경쟁 상황이 달라지고 사업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자신의 사업이 위기를 맞이했다면 그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고객이 왜 외면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구현된 상품이 당초 목표로 삼았던 고객군을 위한 것이 맞는지, 상품의 콘셉트가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면 제공 방식이나 유료화 방식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전략을 변화시킨다면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존에 수립했던 사업 비전과 목표, 핵심 가치는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피버팅을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사고방식, 분석 능력, 그리고 빠른 전략 수립 및 수행을 가능하게 할 인력과 조직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말과 생각만 앞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실행이 따라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기업들이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각 기업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해결책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우직하게 기존 상품과 전략을 밀어붙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파도가 몰아친다면, 이를 헤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파도에 편승해 빠르게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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