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진원의 창업기업 지원 정책, 실제 창업기업에 도움되는지 의문 제기
보육공간 면적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어 2~3평 공간에서 보육
기술 분야 전문인력 없는 전문인력으로 구성되는 액셀러레이터
전문성에 의구심 드는 전문위원 지적에 다수의 민원 접수
팁스 운영사, 광주·호남지역에 전무···광주·호남지역 기술창업기업 차별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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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진원의 존재의 이유에 대한 물음표가 끊임없이 따라붙고 있다. (디자인: 스타트업투데이)

2000년 한국창업보육협회로 출발해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됐던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박영선) 산하기관인 창업진흥원(원장 김광현, 이하 창진원)은 2019년 4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일부개정 법률안이 공포되면서 법정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법정기관화를 통해 “보다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창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당시의 포부와 달리, 창진원의 존재 이유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창업가와 창업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비대면 시대라지만···2평 남짓 공간에서 보육되는 스타트업


지난 4월, 이용주 전 국민의당 의원실에서 창진원으로부터 제출받아 <스타트업투데이>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초기 창업자를 선발해 투자와 보육을 전문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터의 보육공간이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제19조의 4에 의하면, 액셀러레이터는 초기창업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설 및 장소'가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창진원의 241개 액셀러레이터 중, 보육공간 면적이 10평도 채 되지 않는 곳이 35곳에 달했다. 5평도 되지 않는 곳도 11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액셀러레이터가 창업자의 성장을 지원할 기본적인 공간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는 2019년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후에도 개선된 부분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전 의원이 창진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9월 기준, 보육공간이 10평 이하인 곳은 27개 사, 5평 이하인 곳은 10곳이었다. 이마저도 당시 보육공간 정보를 제출하지 않은 액셀러레이터가 42곳에 달해, 2020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창업기업들이 열악한 보육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진원 관계자는 <스타트업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액셀러레이터 등록 매뉴얼상, 보육공간 면적, 이용 가능 인원 수 등이 명시돼 있는 부분은 따로 없다”며 “비대면 시대이기 때문에 보육공간이 꼭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명확한 기준 수립을 위한 실무 검토를 했고, 올해 하반기 정도에 이에 대한 안내가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전문 인력 없는 액셀러레이터···기술 분야 멘토링은 어디서?


창진원 액셀러레이터 전문인력과 관련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제19조의 2에서는 액셀러레이터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상근 전문인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창진원 액셀러레이터별 전문인력의 요건'을 살펴보면, 상경계 인력 혹은 변리사처럼 일부 특정 분야에 치우쳐진 인력풀로만 구성된 액셀러레이터가 많았다.

241개 액셀러레이터 중, 스타트업의 기술 부문의 갈증을 풀어줄 기술 전문 인력 없이 경영적인 지원만 가능한 상경계 박사, 경영지도사, 회계사 등으로만 이루어진 액셀러레이터가 21개사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리사로만 구성된 액셀러레이터도 7곳에 달했다.

이에 창진원 관계자는 “전문상근인력을 액셀러레이터 전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역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기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운영사는 14곳에 그쳤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2018년에 마지막으로 운영한 뒤, 이후 전혀 운영하지 않고 있는 곳도 18곳에 달했다.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 지원해야 할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전문성 없는 평가위원 심사에 피멍 드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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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이 부족한 평가위원들의 평가에 창업기업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창업기업의 사업을 평가하는 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불만 역시 상당 수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 3선)이 창진원으로부터 제출받아 <스타트업투데이>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기창업패키지 사업평가위원에 대한 민원이 다수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창진원에서는 매년 창업 3년 이내 기업을 지원하는 초기창업패키지의 주관기관을 서류 및 발표 평가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주관기관에서는 초기 창업기업의 아이템을 검증하고, 투자자를 연계하며, 멘토링 등의 지원을 통해 창업기업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종배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평가위원들이 평가가 오히려 창업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9년 4월 고려대학교에서 주관한 초기창업패키지에 대해 한 민원인은 평가위원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평가위원들이 창업기업의 사업 아이템을 평가할 만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

이 같은 불만 사항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평가에서도 제기됐다. 5월 29일 이뤄진 평가에서 '평가위원들이 발표자와 제출 자료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평가위원들의 태도에 대해 민원이 접수된 것이다. 다음날 진행된 평가에서도 역시 같은 민원이 제기됐다.

6월 25일, 26일 양일간 진행된 한국교통대학교 주관 평가에서는 평가위원이  창업기업의 발표 태도와 제품 프로토타입 미첨부 건에 대해 지적하는 과정에서 평가위원의 자질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평가위원이 초기창업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보다는 단순히 지적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9월 10일 경북대학교 주관 평가에서는 창업기업이 이미 사업계획서 안에 명시해 놓은 사항을 또다시 질문해 평가위원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처럼 주관기관 평가위원의 자질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창진원 측 관계자는 “평가위원의 경우, 주관기관에서 매뉴얼에 따라 선정하고 있다”며 “평가위원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의견일 수 있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창업기업의 사업에 대한 평가가 창업기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평가위원이 평가 분야와 관련된 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 예를 들어 플랫폼 분야 창업기업에 대한 평가를 할 경우에는 해당 분야의 사업체를 운영해본 CEO가 심사위원이 돼야 한다. 교수 및 전문가들이 이론적 지식은 뛰어나겠지만, 이론과 실제 경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창업기업 관계자 역시 “해외에서 개최되는 다수의 콘퍼런스 등에 참여하며 셀 수 없이 사업 아이템을 평가받아 봤지만, '지적을 위한 지적'을 하면서 창업가의 사기와 의지를 꺾는 경우는 없었다”며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이 없는 문제점만을 찾아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평가위원이라면, 대안을 제시하거나 혹은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분들이 평가위원으로 선정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자료를 제공한 이 의원 역시 <스타트업투데이>에 “적합한 평가위원이 선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하고, 선정된 평가위원들에 대해서도 사전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팁스 운영사, 광주·호남엔 단 한 곳도 없다


팁스 운영사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 스타트업투데이)
팁스 운영사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 스타트업투데이)

창진원 주관 창업지원사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창진원에서 주관하는 창업지원사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지원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팁스(TIPS), 창업선도대학 등 창업지원사업의 대부분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팁스 운영사가 광주·호남 지역에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는 창진원에서 밝힌 '2020년 2월 팁스 운영사 현황'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52개 팁스 운영사 중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38개 사, 대전·충청 지역 8개 사, 대구·경북 3개 사, 부산·울산·경남 2개 사, 강원도 1개 사로 나타나 수도권 편중 현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호남 지역에 위치한 팁스 운영사는 전무했다.

이에 창진원 관계자는 “팁스 운영사 선정의 경우, 지역별로 할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통해 선정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창업기업에 몸담고 있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창업 현장에서는 창진원 등 정부기관의 창업기업 지원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실제 창업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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