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스타트업 간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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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친환경 스타트업 투자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Alibaba)는 최근 기업 펀드를 통해 홍콩 친환경 식품 포장 스타트업 에코이노(Ecoinno)에 600만 달러(한화 약 72억 5,000만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프랑스 패션기업 샤넬(Chanel)은 모피, 희귀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친환경 소재기업 이볼브드바이네이처(Evolved by Nature)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17년 발표한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20대 기술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는 주요 국가의 경제 규모에 비견할 만큼 커졌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 자금력·시장 경험 부족···지속성장 유지 조차 힘들어


과거 대기업에서는 주로 신기술 개발이 필요할 때 혹은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경우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은 기술정보 교류와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 기술을 확보하고 스타트업은 판로와 투자처를 확보해 기업 성장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박세범 한국무역협회(KITA) 실장 역시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상생 혁신을 통한 투자 유치와 글로벌 시장으로의 판로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박은준 와디즈 투자사업팀 이사의 생각도 같다. 그는 “친환경 스타트업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실증 테스트를 하기 어렵다”며, “대기업이 지닌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자금력과 시장경험이 부족하다. 기존 시장의 진입 장벽을 뚫고 진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 주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스타트업은 제품이나 서비스 상용화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금난을 겪을 때 사업에 실패할 수 있다”며, “매출은 생각보다 긴 시간에 걸쳐 창출되기 때문에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효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수석연구원도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 팀워크, 열정 등이 있어도 당장 기업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킬 자금이 없다면 생존 문제에 봉착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포스코·SK, 스타트업 손잡고 상생 방안 마련


최근 일부 국내 대기업들은 친환경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상생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1일,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친환경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스몰 석세스(Small Succes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디지털 혁신과 모빌리티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수요 변화에 따라 유망 기술을 발굴해 친환경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망 기술을 갖고 미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선정해 사업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기업 롯데액셀레레이터는 ‘롯데케미칼이노베이션펀드 1호’를 50억 원 규모로 조성해 ‘케미코’와 ‘블루뱅크’를 첫 번째 지원 기업으로 선정했다. '케미코'는 폴리프로필렌(PP) 발포시트를, '블루뱅크'는 수처리용 기능성 미생물 대상 생산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롯데케미칼은 10개 이상의 지원 대상 기업 선정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사업 지원을 위해 펀드 금액도 최대 300억 원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친환경 에너지 기술 기반의 유망 벤처기업의 발굴·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 기관은 유망 벤처기업의 사업성과 기술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 평가하고 적절한 투자와 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칭)벤처기업 육성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산업체와 연구기관의 공동지원이 필요한 유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진단과 자문 ▲기술개발 인프라 제공 ▲직·간접투자를 통한 기술 상용화 ▲국내·외 시장 발굴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손잡고 인진, 마린이노베이션, 오투엠, 이노마이드 등 4개의 친환경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각종 환경 문제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마린이노베이션은 해조류 부산물을 이용해 일회용품을 만들고 있으며, 오투엠은 나사(NASA) 기술을 이용해 미세먼지 예방이 가능한 산소마스크를, 이노마이드는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파도 에너지 발전 기업 인진은 SK와 ‘에너지자립형 탄소제로(Carbon Free Initiative)' 협약을 체결하고 베트남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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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스타트업 상생협력 여전히 낯설어···영속성 담보할 방안 세워야


한편,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저성장 트랩, 청년 고용절벽, 국가 경쟁력 저하 등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박세범 한국무역협회 실장은 “정부가 벤처·스타트업 육성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초기 창업 단계의 기업에 집중돼 있다”며,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성장’을 위한 지원은 미약하다”고 말했다. 박은준 와디즈 투자사업팀 이사는 “최근 대기업의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토대로 하는 지원을 통해 스타트업 제품이나 서비스의 양적·질적 성장이 가능해졌다”며, “대기업은 스타트업이 지닌 빠른 추진력을 내부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시장 경기뿐만 아니라 기업 간 협력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슬기로운 윈-윈(win-win)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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