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꿈꿀 때 유념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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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필자가 베를린 근무할 당시 한국에서 젊은 학생 한 명이 찾아와 베를린에서 창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 학생은 베를린이 런던 등과 함께 유럽에서 창업하기에 좋은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특히 독일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Work-Life Balance)) 측면에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럽 주요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EU 스타트업스(EU-Startups)’ 대표 토마 오르(Mr. Thomas Ohr)는 지금도 필자와 수시로 교신하고 있는데, 일전에 ‘창업하면 안 되는 열 가지 이유’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필자는 이것을 작년 베를린에서 학생 미팅 후 메모해 두었던 내용과 묶어 ”창업하면 안 되는 일곱 가지 이유“로 다시 요약 정리해 보았다.

 

첫째, 세상을 바꿔놓을 만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어느 누구도 당장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아이디어가 있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즉, 소위 레드오션 영역이 아닌 블루오션이 될 만한, 혁신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거창하고 힘든 연구 과정을 통해 도출되기도 하지만 평소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끼는 문제들, 불편함 등을 해결하려는 조그마한 노력에서부터 출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현상을 연결해서 고민하고 집중하다 보면 ‘유레카(바로 이거다)’하고 무릎을 칠 때가 있을 것이다.

 

둘째,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았을 때

이 문제는 스타트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많은 기업이 신규 비즈니스를 추진하려고 할 때 당연히 받는 질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하고 경험이 많지 않아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요즘은 글로벌 시장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기존 제품과의 차별점을 찾아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 요인의 약 40%는 ‘제품에 대한 고객 요구사항 파악 미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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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실패가 두려울 때

국내외 통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실패율은 약 90%라고 한다. 창업 후 밤새워 일하고 투자를 받기 위해 쫓아다녀야 하지만 제품이 제때, 제대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버텨야 한다.

또 이렇게 하더라도 성공 확률은 10%라고 하니 여간 부담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해보지도 않고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해보고 마는 꼴이 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과감한 시도는 좋은 학습 기회가 되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창업가가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차례의 시도 중 한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어떤 실패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넷째,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면

많은 스타트업들이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시장에 출시하는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의 유명한 강연회인 ‘테드(TED) 토크(기술, 오락, 디자인에 대한 강연회)’ 설립자 빌 그로스(Bill Gross)는 수많은 사례연구를 통해 스타트업 성공의 필수 요소 중 하나가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즉, 타이밍을 대성공과 대실패를 가져오는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봤다. 아이디어와 제품이 좋아도 시장에 너무 일찍 나와서 소비자에게 설득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제품이 너무 늦게 나와서 타깃 고객 앞에 이미 여러 경쟁자가 있다면 끼어들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섯째, 투자자가 투자해 주기를 기다린다면

자기 자본, 엔젤투자,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초기 자금은 확보하겠지만 아이디어 기반 제품을 기획하고 시제품 제작과 마케팅 등으로 진행하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통계적으로 스타트업이 100개의 투자자를 접촉하면 그중 10% 정도 조금 관심을 보이게 되고, 그 중 많아야 2~3개 정도만 투자를 구체적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투자자가 나의 회사와 제품에 투자하기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다양한 경로와 네트워크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투자자 발굴에 나서야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취업 기회 감소로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한 상황이다. 투자유치를 위한 면밀한 전략을 가지고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

 

여섯째, 마라톤 할 체력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사업을 지속해 나가는 데는 대략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과정 중 엄청난 노력이 투입되지만 사실 돈이 많이 벌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창업한다는 것은 실제 거리에서 뛰는 마라톤과 같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력 또한 많이 요구된다.

지구력을 필요로 하고 헌신도 요구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이 여정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과의 전투의 연속이다. 따라서 결승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체력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일곱째, 워라밸을 기대한다면

서두에서 언급한 어느 청년 예비창업가는 창업도 하고 싶고 워라밸도 원하는 경우다. 최근에 창업하는 젊은이들은 일과 삶에 대한 정의와 경계가 나름 잘 정리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스타트업이 워라밸을 유지하면서 성공하는 것이란 쉽지 않을 것이다.

초기에는 창업 준비에 바쁠 것이고 제품이 나와서 잘 운영된다 하더라도 창업가는 항상 비상대기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 여가생활을 확보하기 어렵다. 성공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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