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성, 시장 경쟁력 갖춰야
개척정신, 최초의 혁신적인 제품·서비스 높게 평가받아
지속 성장 가능성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해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전 세계 경제가 움츠러들면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스타트업 투자도 함께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있다. 이들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강점을 드러내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준비성에 높은 점수 받아

(출처: )

국내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인 3월 19일, 모바일 중고마켓 번개장터는 560억 원의 신규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번개장터는 2019년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기록하고, 3년 연속 영업이익 창출에 성공했다.

투자에 참여한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스투엘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번개장터의 준비성에 주목했다.

해외에서는 중고시장이 이미 탄탄하게 자리 잡았지만, 국내 중고시장은 이제 활발해지고 있는 단계로, 번개장터는 2010년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꾸준히 서비스 고도화를 거듭하며 중고거래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강화해 나간 번개장터는 2019년에는 회원 수 1,000만 명을 돌파한다.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번개장터가 리셀 시장의 선두로서 고객 규모와 상품 다양성 측면에서 준비가 가장 잘 돼 있고, 관련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비전이 명확한 점이 투자 결정의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선보이고 있는 의식주컴니 역시 번개장터와 마찬가지로 시장에 대한 철저한 준비성을 기반으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의식주컴퍼니는 출시 1년여를 넘긴 6월 2일 17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런드리고는 자체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1년간 200만 리터 분량의 물세탁과 누적 70만 장 이상의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수행했다.

투자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주IB투자, KT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DS자산운용, 알토스벤처스, 하나벤처스가 참여했다. 김근호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런드리고는 자체 스마트팩토리와 시스템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준비해왔다”며 “약 4조 5천억 원 규모의 국내 세탁시장이 빠르게 모바일 세탁 서비스로 전환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런드리고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시장 경쟁력 갖춰

미용 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운영사인 힐링페이퍼는 4월 28일 185억 원의 시리즈 B 투자 유치 소식을 알렸다. 강남언니는 2015년 ‘비급여 의료시장인 성형시장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IT 기술로 해결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출발했다.

강남언니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실제 수술·시술 후기와 병원 평가를 비교해볼 수 있어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쉬쉬하며 입소문으로만 전해지던 성형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실제 병원 후기를 참고해 성형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에 참여한 레전드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프리미어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강남언니의 경쟁력에 주목했다. 한국 의료서비스 산업은 연간 38만 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미용 의료 서비스를 목적으로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투자사 관계자는 “강남언니는 국내를 넘어 외국인에게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창업 때부터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불모지에도 뛰어드는 도전정신

완독형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윌라 오디오북’을 서비스하고 있는 ㈜인플루엔셜은 지난 4월 13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월정액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인 윌라 오디오북은 다양한 장르의 도서를 전문 낭독자의 목소리로 제공해 완성도 높은 오디오북 서비스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9년 기준,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은 매년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윌라 오디오북은 텍스트보다는 멀티 태스킹과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들이 오디오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사로 참여한 산업은행, SBI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3사는 윌라 오디오북의 개척정신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불모지와 다름 없던 국내 오디오북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윌라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완성도 높은 다양한 콘텐츠로, 뛰어난 오디오북 제작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점 역시 강점”이라고 밝혔다.

 

세상에 없는 제품과 서비스

5월의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은 장보기 앱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는 ㈜컬리가 가장 먼저 전했다.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을 선보이며 생산부터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컬리는 올해 4월 기준, 누적회원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컬리는 이번 투자에서 DST글로벌(DST Global), 힐하우스캐피탈(Hillhouse Capital), 세콰이어차이나(Sequoia Capital China), 퓨즈 벤처 파트너스(Fuse Venture Partners), SK네트웍스, 트랜스링크 캐피탈(Translink Capita)l, 에스펙스(Aspex Management)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돼 있던 투자도 취소되는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투자사들은 컬 리가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에 점수를 높게 매겼다. DST글로벌 아시아 대표 존 린드포(John Lindfors) 파트너는 “한국 시장에서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지속적인 물류 혁신을 선보이며 한국 소비자의 장보기 습관에 변화를 가져오는 선구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 보여

코로나19 장기화로 벤처-투자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올해 겨울에도 스타트업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이 속속 들려왔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 샌드박스네트워크는 11월 20일 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설립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40여 팀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으며, 1억 7천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영상 조회 수는 26억 회에 달하며,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NVC파트너스, 넥슨코리아, KDB산업은행, 스틱벤처스, 큐캐피탈파트너스-JB자산운용, IBK기업은행, 삼성벤처투자, BSK인베스트먼트는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석 스틱벤처스 수석심사역은 “샌드박스는 가파른 매출 증가, 수익성 개선 흐름, 고도화된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10일) 역시 핀테크 기업 차이와 이커머스 IT 솔루션 스타트업 루나소프트가 각각 700억 원, 100억 원의 투자 유치 소식을 전해온 가운데, 진윤정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투자자들도 재택근무를 하거나 미팅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등 일부 환경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투자기업들이 이런 부분까지 지나치게 살피거나 배려하면서 조심스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액티브하게 자신들을 알리고 투자 기회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news@startuptoday.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