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각장애인이 길 찾기에 가장 큰 불편함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G EYE’ 플랫폼 통해 교통약자도 내비게이션, 비대면 주문·결제 서비스 이용 가능하게해
규제 완화가 가져올 효과 강조해 샌드박스 승인받아
이시완 대표 “복지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구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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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사진: 스타트업투데이)

“유도블록을 깔아놓는다고 해도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가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자주 다니던 곳은 문제 없지만, 처음 가는 곳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천성 시각장애인인 이도건 씨와 최근 실명 위기를 고백한 배우 겸 공연 연출 제작자인 송승환 씨는 보행의 불편함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은 일상의 불편함을 묻는 질문에 길 찾기, 디지털정보 이용, 카드 사용, 의약품 구매·사용 순으로 어렵다고 답해 길을 찾아 걷는 것에 가장 큰 어려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의 발전으로 비장애인에게는 쉽게만 느껴지는 길 찾기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여전히 도전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엘비에스테크(LBS tech)가 그 주인공이다.

 

교통약자에게 음성 안내 보행 내비게이션 제공

엘비에스테크는 2017년 삼성 컨설턴트 출신 이시완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설립됐다. ‘G EYE’ 플랫폼을 통해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고령자에게 음성으로 길을 안내하며, 장애물을 감지해 안전한 보행을 도모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비대면 주문·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엘비에스테크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영상을 게재하며 “그동안 여러 건의 혁신 아이디어를 샌드박스를 통해 실현시켰다. 그런데 오늘 올린 영상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보며 정말 꼭 필요한 일이 가능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영상을 준비할 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내비’라는 제목을 달아서 가져왔길래 그 자리에서 박박 지우고 ‘세상에 가장 필요한 내비’로 고쳤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엘비에스테크의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을 '세상에 가장 필요한 내비'라고 소개한 영상을​​​​​​​ 게재했다. (출처: 박용만 회장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박용만 회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엘비에스테크의 시각장애인용 내비게이션을 '세상에 가장 필요한 내비'라고 소개한 영상을 게재했다. (출처: 박용만 회장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그는 “당연히 가능해야 할 일이 가능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따뜻한 변화가 아니라 당연한 변화다. 불평등과 차별이 두드러지게 설계된 제도와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배려를 한다는 자체가 넌센스”라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가 가져올 효과 강조

엘비에스테크는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의 ‘ICT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로부터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샌드박스란 혁신기술과 제품의 시장 출시를 위해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속확인 ▲실증특례 ▲임시허가 ▲적극행정으로 나뉘는데, 엘비에스테크는 실증특례를 받았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출입구의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이동 중간에 멈춰 건물 안으로 진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엘비에스테크에서는 이 문제에서 착안해 건물출입구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다.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건물 출입구 정보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발급 또는 열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의위원회에서는 보안대책계획서 제출 등을 전제로 공공청사‧공공기관‧상가 등의 건축물 평면도를 열람‧발급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엘비에스테크는 마침내 시장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다음은 이시완 대표와의 일문일답.

- 엘비에스테크가 샌드박스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샌드박스의 취지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샌드박스는 어떤 특별한 기술을 선보이기보다는 규제의 문제성을 지적하고, 규제가 풀렸을 때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엘비에스테크는 입구 정보가 규제 대상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 분들의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전까지는 정부 부처에서도 입구 정보가 규제 대상인지 알지 못했다.

이처럼 샌드박스의 목적을 이해하고, 관련 문제를 명확하게 풀었을 때 나오는 장점과 이득을 강조한 것이 유효했다고 보고 있다.

 

-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기업에서 선보이는 신기술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한 얘기다. 신기술 관련 제품과 서비스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사이에서도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핸드폰 기종과 기능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100%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한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장애인분들에게는 불편함을 넘어 불가능의 상황을 초래하고 있어 문제라고 본다. 예전에는 열쇠로 집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면, 이제는 손가락 터치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 분들이 경우 터치 화면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접근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무인주문기(키오스크)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말로 주문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장치를 이용해서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엘비에스테크에서는 이런 문제점에서 출발해 장애인분들도 내비게이션과 주문·결제 플랫폼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한 것이다.

엘비에스테크의 교통약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엘비에스테크의 교통약자를 위한 내비게이션.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 엘비에스테크의 서비스를 이용한 장애인분들의 반응은 어떤가?

▲전국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현재는 승인을 받아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강서구 마곡동, 경기도 성남시, 세종시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장애인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매장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G EYE’를 통해 주문·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는 매장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매장에서는 장애인 분들이 매장을 이용하면서 다치거나 사고가 생기는 거을 우려해 매장 이용을 꺼려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 향후 서비스를 어떻게 고도화할 계획인가.

▲국내 복지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현재 세종시 새롬동의 경우, 스마트시티와 흡사한 구조를 띄고 있다. 세종시 매장에서 ‘G EYE’를 통해 주문·결제가 가능하고, 이동도 가능하다.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 내년부터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흔히 스마트시티라고 하면 에너지와 자율주행 관련 모델을 많이 떠올리는데, 복지 중심의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시티 표준모델을 만드는 것이 엘비에스테크의 청사진이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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