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개인의 음악적 성장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인터넷 환경 따라 영상통화로 레슨
‘괴상한’ 아이디어→퇴근 후 온라인 레슨∙∙∙긍정적 반응 이어져

[스타트업투데이]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untact) 시장이 커지면서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Ditigal Transformation)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언제든지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 즐기는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이 새로운 문화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음악을 배우고 싶다면 어떨까. 미국이나 유럽 내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하거나 휴교령을 내렸다. 특히 성악이나 관악을 전공하는 음대생들은 학교에서 레슨을 받을 때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어 배움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진온클래식(EugeneONclassics) 최유진 대표는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취소되는 것은 물론 한국 내 몇몇 음악대학은 각 학교의 결정에 따라 폐쇄된 곳도 있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다림에 지친 연주자, 교수진, 예비음악가도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음악계에도 언택트 경제가 실현될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온라인으로 한국의 부산, 거제도는 물론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등에 있는 학생들에게 레슨을 하고 있다”며 “인터넷 연결상태가 불안할 때가 가끔 있지만 한번 레슨을 받은 학생이 다른 친구에게도 추천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유진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진온클래식 최유진 대표.
유진온클래식 최유진 대표.

 

시간∙경제적 장애물 없애 이상적인 배움환경 제공

유진온클래식은 미국, 독일, 스위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호주 등 20여 개국에서 활동 중인 교수와 140여 명의 강사진으로 구성된 온라인 뮤직 아카데미다. 지난 10월 설립됐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오보에 등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크로스오버 등 실용음악도 수강할 수 있다. 장르와 상관없이 모두 소중한 음악이며 똑같이 존중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학생 개개인의 음악적 성장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다. 최유진 대표는 “학생의 장∙단기 목표, 실력, 연습 및 레슨 패턴, 성격 등을 파악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며 “되도록 많은 무대경험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유진온클래식은 온라인으로 음악수업을 진행한다. 학생과 교수가 일정을 조율하면 학생의 인터넷 환경에 따라 가장 적합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영상통화로 레슨이 이뤄진다.

온라인 레슨의 장점은 무엇일까. 대면 레슨에 비해 시간이 절약되고 그만큼 편리하다. 만약 학생이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레슨을 받으러 간다고 가정해 보기로 한다. 학생이 서울에서 레슨을 받는다면 교통체증 등의 이유로 1, 2시간을 길에서 보낼지도 모른다. 반면 온라인 레슨은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지방에 있는 학생도 서울에 있는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서로의 위치가 멀면 멀수록 시간도 절약된다.

유진온클래식의 시작은 여기에 있다. 먼저 ‘물리적 거리’와 여기에 따른 ‘경제적 부담’, ‘언어장벽’ 등 장애물을 최대한 없애 가장 이상적인 배움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유진온클래식의 목표다. 처음 온라인 레슨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 대표는 그 이전부터 유학생들에게 최적의 음악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2016년부터 스위스 칼라이도스 음악대학(Kalaidos Musikhochschule in Switzerland)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라며 “입학시험 준비하는데 도움을 요청하는 한국 학생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이들을 돕는 방법으로 온라인 레슨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최유진 대표가 말레이시아 학생과 온라인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유진온클래식)
최유진 대표가 말레이시아 학생과 온라인 레슨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유진온클래식)

 

지구 반대편 학생과 음악적 교감 나눈다

온라인 레슨에 대한 반응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받아들이기 더욱 힘들었다고 한다. 오히려 ‘괴상한’ 아이디어로 취급받기도 했다. 최 대표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수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며 “코로나19 이전의 대면 레슨 방식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교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온라인 레슨의 편리함과 실용성에 반해 퇴근 후에도 학생들과 온라인 레슨을 이어서 하는 교수도 있다”며 “잠깐의 비상 대책이었지만 학생들과 관계를 지속할 방법이 온라인 레슨이 유일하다는 것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시아권 학생과 음악적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교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음악계의 이런 변화는 사실상 꿈도 못 꿀 일”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언택트 방식의 온라인 레슨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학생을 온라인상에서 직접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큰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하지만 연주회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악계는 물론 연극, 뮤지컬 등 관객이 필요한 분야는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무대에 서는 배우는 물론 준비하는 스태프들이 흘린 땀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바꿔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상황이 더 좋은 기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적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보았다. 최 대표는 “90%가 넘는 연주가 주최자의 초청으로 이뤄진다”며 “연주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 외국 음악계와 비교하면 한국은 연주자가 직접 렌트비, 티켓값 등을 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이 남기는커녕 지출이 더 클 때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국내 예술인을 지원방법 중 하나로 일부 공연장을 온라인으로 공연할 수 있도록 무료나 적은 대관료로 제공해준다면 무관중 또는 제한인원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자그마한 보상이 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불특정다수가 쉽게 공연을 즐기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브 나토체니(Lev Natochenny) 독일 음악감독(왼쪽)과 최유진 대표. (출처: 유진온클래식)
레브 나토체니(Lev Natochenny) 독일 음악감독(왼쪽)과 최유진 대표. (출처: 유진온클래식)

최 교수는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아쉬운 점 중 하나로 ‘합주’로 꼽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서로 만남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합주를 위해 반경 5km 안에 있는 학생 5명까지는 합주가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버클리 음악대학과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학생들은 사용이 가능하지만 그 외 지역 학생들은 합주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음악계에 4차 산업기술이 들어오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 대표는 “음악계에 VR(가상현실)을 접목한 음악회가 생길 만큼 예상보다 빨리 학생들이 큰 규모의 합주를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음악계에 4차 산업기술이 결합한다면 ‘VR 음악회’ 등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의 문화적 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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