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의 관점, 해석, 취향, 감각 등에 따라 미술 가치 달라져
조선민화, 한국 미술사에서 조형적 가치 지닌다는 평가받아
민화가 담아낸 가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스타트업투데이)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스타트업투데이)

[스타트업투데이] 미술 평론의 관점에서 조선시대 민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영택 교수는 “미술은 보는 사람의 관점, 해석, 취향, 감각 등에 따라 평가나 가치가 달라진다”며 ”시간이 지나도 가치 있는 작품인지, 그림의 그 자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양한 관점이나 시각을 어떻게 제공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 교수는 미술 평론가로서 민화의 가치를 설명했다.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스타트업투데이)
박영택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71회 선명 부동산융합포럼에서 ‘조선민화의 해석과 현대미술과의 조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스타트업투데이)

 

“민화에 저평가된 부분 가장 안타까워”

조선민화는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저평가된 분야 중 하나다. 동시에 한국 미술의 특징, 조형적인 가치를 잘 지니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박영택 교수는 “조선백자, 고려청자, 겸재 정선의 산수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추사 김정희의 서예 등은 전통 미술 분야에서 소장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라며 “특히 추사의 서예가 그중 가장 으뜸”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추사체는 가짜가 많아 일반인이 진품을 구별하거나 조형성을 온전히 가리기가 까다롭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추사체를 오랫동안 연구하거나 글씨 자체가 가진 심미적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서예는 단순히 가시적인 형체뿐만 아니라 글씨가 전달하고자 하는 문학적인 내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추사는 ‘뫼 산’(山) 한 글자를 쓰더라도 산의 위엄, 무게감, 질량감 등 산 자체에서 느껴지는 것을 문자로 표현했다. 사자성어도 마찬가지다. 사자성어의 함축적 의미, 그 안에 있는 내용이 문자를 통해 나오는 기운(氣)을 담아냈다.

박 교수는 “문자는 주술적 측면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일종의 부적인데 글씨 안에 그 부분을 담아낸 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미술품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이미 박물관에 소장돼 있거나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을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으로 나갔다고 보면 된다”며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가치가 높은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산 가치가 있는 미술품 수집은 획일적인 부분이 아닌 점을 강조했다. 즉, 무조건 숫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종적인 수집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100개, 1,000개의 미술품을 소장한다고 해도 진짜 뛰어난 다섯 점을 가진 것만 못하다”며 “높은 퀄리티의 미술품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 고미술이 지나치게 중국 미술의 아류나 왕족 또는 문인 중심의 예술로써 제한돼 온 점과 현대에도 여전히 저평가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한국 미술사를 보면 대부분 불상이나 벽화, 조선시대의 산수화, 백작, 초상화 등 도화서 화원의 작품만 평가하거나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민화는 해학적이면서 민간의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실용적으로 쓰인 물건”이라며 “불가사의한 미감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신선도, 모란괴석도, 책거리. (그림=박영택 교수)
(왼쪽부터)신선도, 모란괴석도, 책거리. (그림=박영택 교수)

 

민화에 담겨 있는 매력적인 가치는?

박 교수는 그림 자체로서 매력적인 가치를 지닌 조선시대 민화 몇 점을 소개했다.

‘산신도’는 호랑이와 산신을 동일한 존재로 보고 그려진 민화다. 미국의 한 동양 미술 사학자가 “한국 미술에서 굉장히 중요한 특징을 표현했다”고 평가한 작품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호랑이와 사람이 어우러져 무섭기만 한 호랑이를 친근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라며 “사람의 표정을 보면 어눌하고 희한해 보이지만 묘한 힘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모란괴석도’는 화승이 그린 그림으로 추정된다. 유교 중심의 조선시대는 불교를 억압한 시기로 일부 승려는 노비가 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불교가 민간신앙을 끌어들이면서 화승이 민화를 제작했으며 민화는 불교 사찰에서 쓰이는 의식용 그림으로 사용됐다.

모란괴석도에서 수직으로 솟구친 바위는 왕성한 생명력, 생장력, 힘을 보여준다. 돌은 ‘영원’한 존재로 불사나 불멸을, 모란은 부귀영화를 나타낸다. 양옆의 감각적인 색채는 세련된 느낌을 준다. 박 교수는 “모란괴석도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무병장수하겠다는 욕망이 담겨 있다”면서도 “현재 남아 있는 민화 중 수준이 높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책거리’는 일종의 정물화로 선비가 사용하는 책, 문방구, 서재에 넣는 기물을 포개서 올린 그림이다. 박 교수가 주목한 것은 책거리의 구도다. 붓은 위로 솟구쳐 있고 접시에 담진 포도는 곧 쏟아질 것만 같다. 반면 접시는 반듯하게 놓여 있다.

박 교수는 “한 마디로 뒤죽박죽 구도”라며 “서양화에 길들어 있다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래 이런 구도가 전통적인 민화라고 덧붙였다.

책거리에서 포도는 다산을, 책은 문(文)을 상징한다. 즉, 벼슬아치 등 관리가 되고자 하는 소망이 담긴 그림이다. 여기에 꽈배기 모양의 수석은 무병장수, 부채는 그림 안에 그려진 모든 것이 이뤄지길 바라는 기원을 담았다.

박 교수는 “책은 죽은 자의 음성이 기록된 문자”라며 “후손이 조상으로부터 복을 받기 위한 염원이 담겨 있는 그림”이라고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한국 민화를 어떻게 계승하느냐가 한국회화의 중요한 요소”라며 “민화를 무조건 본뜨는 것보다 민화가 보여주는 태도나 구성 등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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