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성 원료 배합 아닌 원료 기술 개발부터 참여
정량화 원칙 따라 성분과 효능 화장품 전면 표기
둘째 딸과 함께 사업 꾸려나가
[스타트업투데이] "진정한 기초화장품은 제품 속 성분이 피부 속까지 전달돼야 합니다."
알엠사이언스 이창열 대표의 철학이다. 그는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피부 자체의 기능을 되돌리기 위해 화장품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다는 가치관을 제품에 담았다. 깨끗한 동해바다의 해양심층수, 태백산맥 고랭지의 청정 자원을 활용했다. 여기에 피부 과학의 이론과 화장품 산업 연구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화장품 개발 기술을 더했다.
이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엠사이언스의 설립 과정부터 향후 계획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인류의 피부가 건강할 수 있도록"
▲ 알엠사이언스를 소개해주세요.
알엠사이언스는 모든 인류가 보편적인 피부 건강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정직한 화장품을 개발하고 공급하고자 설립한 화장품 회사입니다. 주요 화장품 원료를 자체적으로 개발, 화장품을 설계해 엄선된 공장에서 위탁생산하여 공급하며, 각 지역의 기후와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주문받아 공급하기도 합니다. 2020년 9월 1일, 대한민국의 청정 지역인 강원도에 설립했습니다.
▲ 알엠사이언스의 설립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이전에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시기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 당시 붐이었던 유리 소재 제조 벤처 창업을 했습니다. 그 후에 건설 자재 제조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고요.
이번이 세 번째 창업인데, 화장품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해외 지인으로부터 한국 화장품에 대한 소싱(대외구매)을 부탁받은 후부터입니다.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상 제대로 된 제품을 해보자고 생각했던 것이 화장품 회사 설립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마침 저와 같이 '피부 건강의 인류 보편화'란 생각을 하던 최춘영 박사가 기술 백업을 해줬습니다. 저는 재료공학과 출신이고 사업 경험이 있었기에 화장품 관리자 교육을 받았고, 화장품 책임 판매회사를 설립했습니다.
▲ 알엠사이언스에는 어떤 분들이 함께하고 있나요?
현재 화장품 사업에 필수인 브랜드 매니저 관련 업무는 둘째 딸에게 전부 일임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개발을 시작하던 중, 딸이 매칭이 잘 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미술학원 강사를 하던 둘째 딸은 화장품에 대한 이해도와 추진력이 남달랐습니다.
사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에는 내 회사라 생각하고, 유통 사업 정도로 국한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혼자 하기에 버거움을 느꼈고 우연한 기회에 딸에게 부탁했는데 흔쾌히 함께한다 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흡족할 정도로 일의 성과나 태도가 좋았던 것입니다.
딸은 미술을 전공했기에 주변에 비주얼 크리에이팅 관련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브랜드 매니저 업무에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알엠사이언스가 성장하게 되면 함께 정식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꽤 있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의 잠재적 가치는 그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알엠사이언스에는 화장품 기술 경험이 풍부하고 약학 박사의 이론까지 겸비하고 있는 최춘영 최고기술경영자(CTO)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화장품 사업을 단순 기술사업이라 생각하지 않고, 기술 바탕의 문화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화장품 기술과 문화의 융합이라 할까요?
브랜드 매니저인 딸은 CTO의 기술적 퍼포먼스에 신뢰를 갖고 있으며, 함께 머리를 맞대며 화장품 개발에 대한 모든 일을 두 분이 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딸의 모습에 사업의 목표마저 바꿨습니다. 이제는 딸의 회사로 키워줄 생각입니다. 아직은 나이가 어린 학부 재학생이고, 경영 자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어 한동안은 제가 대표직을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졸업 후의 어느 일정 기간 동안은 공동대표로 할 생각입니다.
정직한 성분으로 효과에 집중하다
▲ 알엠사이언스에서 운영하는 오랩스(O’LABS)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O’LABS라는 이름은 비움(zero)과 순환의 의미를 담고 있는 ‘O’와 연구실을 뜻하는 ‘래버러토리(Laboratory)’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기초화장품은 피부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기능을 되찾고, 무너진 피부를 정상적인 상태가 되도록 도와주고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O’LABS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가는 화려한 콘셉트의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기초화장품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화장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O’LABS는 뚜렷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피부의 건강한 회복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도록 정직한 화장품을 만들며, 처방을 정확히 데이터화해여 소비자에게 진실되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는 '정량화의 원칙'으로, 목적에 맞는 성분을 사용하고 데이터화한 성분과 효능은 화장품 전면에 가독성 있게 표기하고 있죠.
또한, 전문화된 성분 흡수 시스템 DDS(drug delivery system)로 유효 성분들이 효과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나아가 화장품의 원료 기술 개발부터 참여해 기성품이 아닌 제품을 제작하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해 더욱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자연에서 얻은 식물 원료를 이용해 자연 친화적인 화장품을 만들어나갑니다.
▲ O’LABS의 제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적은 자본의 스타트업이기에 최소한의 품목으로 최대한 넓은 시장에 대응 할 수 있도록 첫 제품을 설계해 론칭했습니다.
카밍 라인(Calming line)은 수분과 진정을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으며 비교적 가벼운 제형의 기초화장품입니다. 이러한 제형은 열대지역의 피부에 맞기 때문에 동남아와 적도 부근 국가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뉴트리션 라인(Nutrition line)은 중국, 미국, 러시아를 타깃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북회귀선에 위치한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의 여성들이 갖고 있는 주름에 대한 고민에 대응하는 기초화장품입니다. 그만큼 주름에 대한 영양 성분이 많이 들어갔으며, 비교적 무거운 제형입니다. 젊은 여성은 보통 카밍 라인이 맞지만 건조한 겨울에는 뉴트리션 라인 제품이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 항산화, 미백 화장품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제품들인지 살짝 귀띔해주세요.
미국의 피부 학회에서 산화 방지제 중 가장 높은 1등급으로 평가되는 ‘이데베논’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비타민 C의 4배, 코엔자임Q10의 10배 이상의 뛰어난 항산화 효과로 자연 노화와 광노화를 방지해주는 성분입니다. 레티노산(Retinoic acid)보다 콜라겐 합성 촉진 효과가 35% 우수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이데베논은 난용성 물질로 용해가 쉽지 않으며, 결정화 성분으로 피부 흡수가 어렵습니다. 피부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난용성 결정화로 인해 성분이 피부에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이데베논을 피부 흡수 촉진제와 함께 피부 친화적으로 용해하고, 이를 화장품으로 제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숙성도(Technology Readiness Level·TRL) 4단계이며 시제품 제작 및 효과 입증시험 등에 드는 자금이 적지 않아 정부 연구·개발(R&D) 참여 또는 투자 참여를 통할 계획입니다.
▲ 화해, 글로우픽, 파우더룸 등 국내 뷰티 앱에서도 알엠사이언스의 화장품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어떤 점에 열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앞서 말씀드린 브랜드 철학 중 '정량화의 원칙'에 의해 화장품 효능에 맞는 주요 성분, 함량 등을 % 와 피피엠(ppm) 단위로 정량화해 제품 전면에 표기한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화장품이 몇 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OEM) 회사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며, 각 브랜드 화장품이 별반 차이가 없음에 식상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 브랜드 컨셉과 철학, 그리고 그 원칙을 지키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설득력과 매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케이-뷰티(K-Beauty_를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
▲ K-Beauty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향후 K-Beauty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제가 30대일 때, 유럽 비즈니스 차 여행을 할 때면 파리의 쁘랭땅 백화점에서 화장품 한 보따리씩 쇼핑을 해왔습니다. 그 당시에는 유럽에서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우리는 한참 개발 도상국이었지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되기 전까지 명동 거리엔 중국 및 동남아시아 여행객들이 찾아와 화장품 쇼핑을 해 갔습니다. 우리 지금 시대 한국의 문화 수준은 최고 수준이고 앞으로도 문화강국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사회와 역사를 통찰해 보면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러한 문화의 도약은 그동안 무력을 앞세운 선진국의 제국화 과정과는 또 다른 형태의 세계리더 국가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 역사의 주인공은 지금의 젊은 세대이고 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계속 발전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 알엠사이언스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마스크 생활이 일상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 PhC크림의 경우 장시간 마스크 착용에서 나타나는 피부 트러블에 효과가 좋습니다. 이는 PhC크림에 함유된 자체 화장원료인 스테비아 추출원료를 사용한 것에 대한 효과로 보여지며, 이에 대한 효과 입증에 대한 연구를 춘천 바이오산업진흥원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효능이 있는 원료를 함유한 화장품을 제형을 휴대가 편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틱형 크림'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화를 통해 진출하고 싶습니다. 현지 화장품 유통 회사에 수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진짜 열매는 현지 유통을 직접 하는 데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회사의 현지 법인 진출이 자력으로는 어렵지만 이에 대한 이해와 투자가 연결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선 먼저 굵직한 판매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미국 등 다른 시장에 마케팅 투자를 하면서 안정적인 해외 물량을 확보 해야겠죠. 물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생산 기반에 대한 소요가 생기고 그에 대한 투자 유치가 순조로울 것입니다.
여기서 생산 기반은 소규모라도 연구소가 중심이고, 제형의 레시피가 공개되지 않도록 반응실 중심이 돼야 합니다. 나머지 주입과 패킹 공정은 외주처리가 효과적일 것입니다. 과한 생산 라인보다는 스마트한 핵심 공장만 가지고 운영하고 싶습니다.
또한, 세계 소비자들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을 갖춰 운영하고 싶습니다.
▲ 후배 스타트업들에 전해줄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 창업 1세대입니다. 당시 창업 멤버로 대표는 아니었지만, 중소벤처기업부 IBRD 차관 3억 원, 생산기술연구원 TBI 자금 1억 원 등 지원사업을 제가 직접 처리해 유치했습니다. 그때부터 사업 계획서 작성 훈련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머릿속 생각들을 펼쳐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머릿속에 그대로 있는 것과 펼쳐 보는 일은 차원이 다릅니다. 펼쳐서 글로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 봐야 그게 객관적인 사업계획이 되는 것입니다. 사업계획서는 되도록 파워포인트(PPT)로 작성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업 계획이 제3자에게 시각적인 소통이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부의 지원사업을 자신의 사업을 키워주는 자양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알엠사이언스는 지난 5월 중기부의 R&D 기획 지원사업과 발명진흥회 IP 나래 지원사업에 선정됐습니다. 회사의 거시적인 성장 방향을 잘 잡고 그에 대한 세부적인 필요 요소들을 분석해서 제시해서 선정된 것 같습니다. 올해 2월에는 강원 창원 보육센터에 입주해 IR 컨설팅 사업을 신청,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