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들이 겪는 불편함에 집중
친환경 먹거리 생태계 구축해 탄소 줄이기 목표

[스타트업투데이] “버틀(Vurtle)은 베지터블(Vegetable)과 터틀(Turtle)의 합성어입니다. 사무실 없이 카페를 전전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주로 모인 카페에 거북이가 있었습니다. 그 거북이는 육식만 하는 늑대 거북이였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육식 거북도 맛있게 먹는 채식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뜻으로 버틀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버틀은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푸드 스타트업이다. 이창언 대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누구나 먹고 싶은 맛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지속가능한 식문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작을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통해 탄소 줄이기에 앞장선 버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채식인의 불편함부터 일반인 입맛까지 고려하다

(왼쪽부터)버틀 이영곤 디자이너, 버틀 이창언 대표, 그린몬드 최창욱 대표, 그린몬드 허정욱 연구원(사진=버틀)
(왼쪽부터)버틀 이영곤 디자이너, 버틀 이창언 대표, 그린몬드 최창욱 대표, 그린몬드 허정욱 연구원(사진=버틀)

버틀은 2019년 8월 설립됐다. 이 대표는 대학생 때 참여했던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노원그린캠퍼스타운에서 창업을 했다. 버틀에는 이 대표 외에 이영곤 디자이너가 창업 멤버로 함께하고 있다. 현재 버틀은 비건 푸드 기술연구기업 ‘그린몬드’의 최창욱 대표, 허정욱 연구원과 같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저는 이영곤 디자이너와 같이 금속 공예를 전공하면서 주로 가구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론 수업 중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뭐든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비즈니스로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해서 창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는 요리였다. 자연스럽게 버틀의 방향성은 식품을 섭취하면서 사용자가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버틀은 채식 조미료 ‘채수다 채수’와 비건 굴 소스 ‘베지너 소스’를 출시하게 됐다.

 

채수다채수 제품 사진(사진=버틀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채수다채수 제품 사진(사진=버틀 와디즈 펀딩 페이지 갈무리)

채수다채수는 채수를 만들 때 사용하는 조미료다. 흔히 국물의 베이스로 멸치를 많이 사용하지만, 채식주의자는 채수만을 이용해 원하는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토마토를 멸치처럼 베이스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균형 있는 맛을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국내산 토마토, 다시마, 표고버섯, 양파, 파, 무를 저온에서 건조한 후 곱게 갈았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사무실에서 건조기로 야채를 말리고, 배합비를 찾고, 맛 평가를 했습니다. 대략 80개 버전까지 만들어서 제일 밸런스 좋은 조합을 찾아냈습니다. 야채 말리는 냄새가 온몸에서 몇 달 동안 안 빠지는 고생을 했던 첫 제품이기도 하죠.”

 

베지너 소스 제품 사진(사진=버틀)
베지너 소스 제품 사진(사진=버틀)

베지너 소스는 순 식물성 ‘굴 없는 굴 소스’다. 굴 소스가 들어가는 모든 요리에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써왔지만 쓰기 꺼려지는 소스로 굴 소스를 꼽는 등 굴 소스에 대한 불편을 토로했습니다. 일반인 중에도 굴 소스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소스의 니즈가 되리라 생각해서 베지너 소스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핵심 재료는 미역, 톳, 다시마와 같은 해초다. 굴의 향을 대체하면서도 굴 소스의 감칠맛을 구현했다. 이 대표는 굴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향을 꺼리는 일반인들도 비린내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나머지 재료들은 최대한 인공 첨가물을 배제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제조했다.

소비자와의 피드백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

제품 출시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사진=버틀)
제품 출시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사진=버틀)

“시행착오는 거의 버틀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끼리 창업을 하다 보니 전문 지식이 부족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식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체계적으로 고려해야 할 공학적인 부분들이 많았죠. 실험과 시제품 제작을 끝없이 해보고, 체험단 피드백을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갔습니다.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것은 소비자의 입입니다.”

첫 제품이었던 채수다채수는 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합리적으로 가격을 측정하는 것에서 문제를 겪기도 했다. 베지너 소스를 제작할 때는 지속해서 체험단과 소통하는 등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준비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베지너 소스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느라 더디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꼈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개선한 솔루션을 제품에 녹여냈는데, 소비자가 이에 공감하고 만족을 느꼈다는 리뷰를 처음 봤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는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거나 특별히 똑똑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무엇인가 잘 안 풀릴 때, 문제점과 해결책을 우리의 부족함에서 찾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시제품을 개발하는 모습(사진=버틀)
시제품을 개발하는 모습(사진=버틀)

롤 모델이 될만한 스타트업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잇츠베러를 꼽았다. 철학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고, 비건 유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호응할 수 있는 비건 마요네즈를 만드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버틀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태계를 잘 구현해나가고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버틀은 노원그린캠퍼스타운을 통해서 사무실과 지원금 등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금이라면 예비창업자패키지를 먼저 도전했을 텐데,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순서나 방법에 대한 지식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것들을 학교 교육 등을 통해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으면 좀 더 일찍 현명하게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0년 코리아 비건 페어에 참가한 모습(사진=버틀)
2020년 코리아 비건 페어에 참가한 모습(사진=버틀)

“저희의 핵심 타깃은 비건 스타터(starter)입니다. 예를 들어 동물성 재료나 첨가물에 민감해 순 식물성 제품을 찾거나, 비건을 처음 시작해 비건으로 한식 요리를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요.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제품 수를 늘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점점 규모를 확장해나갈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준비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 먼저 집중하고자 아직은 투자 유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버틀의 올해 목표는 소스가 시리즈를 가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다. 프로세스를 더 체계화하고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3종의 소스를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브랜드의 콘텐츠를 담당하는 직원 채용을 계획 중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채식주의자도 즐길 수 있도록 수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