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헬스케어 사업 분야 성장세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으로 시장 확대 움직임
2027년 600억 달러 규모로 성장 전망

[스타트업투데이]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키워드 중 하나로 ‘펨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혁신성과 창의성을 토대로 경제 중심에 선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여성을 소비 주체로 한 헬스케어 시장을 비즈니스 모델로 낙점, 팸테크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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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건강 혁신 기술, 펨테크(Femtech) 시장

펨테크(Femtech)란 여성을 의미하는 단어 'Female'과 기술을 의미하는 단어 'Technology'가 합쳐진 신조어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여성 건강 관련 상품 및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을 일컫는다. 초기에는 '여성을 위한 기술'이란 소극적 의미로 쓰였다면, 지금은 여성의 의식, 행동, 소비, 생활, 헬스케어 등을 모두 아우르는 넓은 범위로 확장됐다. 

펨테크 시장의 역사는 길지 않다. 펨테크는 월경 주기 추적 애플리케이션 ‘클루(Clue)’를 만든 덴마크 출신 기업가 아이다 틴 최고경영자(CEO)가 2013년 고안한 개념이다. 틴 CEO는 “여성 건강을 위한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을 지칭하는 개념이 없었다”며 “합치면 더 강력해지고 문화적으로도 더 받아들여지기 쉽다”고 말했다. 아울러 틴은 “두통에 대해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월경통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데 이는 사회문화적인 측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펨테크 시장은 주로 미국 기업들이 이끌어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북미 팸테크 스타트업에 3억 8,000만 달러의 누적투자가 이뤄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지역에서도 성장세가 나타나며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팸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 및 기술이 개발되며 시장 확대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으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이 변화하고 있고, 여성 헬스케어 서비스의 필요성이 증대되며, 미래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주요 트렌트로 ‘여성’ 부각돼…세계 펨테크 시장 2027년 80조 전망

여성특화 경제 분야가 주목받는 것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소비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체가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30~40대 맞벌이 가구의 자산전담관리 주체의 63.6%가 여성으로 나타나 가정 내 소비 주도권 역시 여성이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소비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쉬코노미’(SHEconomy)는 이미 전세계적인 비즈니스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새로운 도약(Global Healthcare, a New Leap Forward)’을 주제로 지난 10일 코엑스에서 열린 메디컬코리아 2022에서 ‘2030 축의전환’ 저자인 마우로 기옌(Mauro F. Guillen) 케임브리지대학교 저지경영대학원장은 향후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주요 트렌드로 ▲인구 구조 변화 ▲기술 발전 ▲세계화 ▲여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여성이 주도하는 산업트렌드와 소비행태를 이해할 줄 알아야 글로벌 시대를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펨테크는 인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 펨테크 기업들이 조달한 투자금이 약 25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 마켓인사이츠는 세계 펨테크 시장이 연평균 16%가량 성장해 2027년 650억 달러(약 80조 2,75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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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기술력 앞세워 ‘펨테크 시대’ 이끄는 K-스타트업

‘해피문데이’는 한국 투자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펨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11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해피문데이는 하나벤처스와 아주IB투자 등 투자 기관들에 “팸테크계의 수퍼 앱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 설립, 순면 생리대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으로 생리대 외에 탐폰과 질염 테스트기, 임신 테스트기 등 다양한 여성용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한 데 이어 생리 주기와 호르몬 변화를 측정·관리해주는 여성 맞춤형 건강 모바일 앱 ‘헤이문’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펨테크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인스팅터스’는 국내에서 펨테크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 기업이다. 제품과 원재료 등에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도 최소화하는 비건 콘돔을 국내 최초로 출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콘돔 외에 유기농 러브젤, 유기농 세정제, 친환경 월경용품 등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춰 무해한 소재를 사용한 성 관련 여성용품을 선보이며 상품군을 확대했다. 일본과 베트남 등으로 수출에도 나섰다. 2014년 설립된 뒤 해마다 2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인 인스팅터스는 2020년 이미 연간 매출 50억 원을 돌파했다.

‘듀이랩스’는 국내 첫 디스크타입(원반형) 다회용 월경컵 '포이컵'을 최근 정식 출시했다. 월경컵이란 여성의 질 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제품이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통해 기존 벨타입(종모양)과 달리 이물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포이컵은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외품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디스크타입 월경컵이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것은 듀이랩스가 처음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취득하며 해외수출 기반을 마련했다.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이 주축으로 설립된 ‘이너시아’는 바이오 섬유를 통해 흡수력이 높으면서도 생체친화도가 뛰어난 흡수체를 개발했다. 전자빔 기술을 통해 화학물질 없이 높은 흡수력과 안전성을 갖춘 천연 생리대를 만들고 있다.
 

@케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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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는 여성만을 위한 성 지식 플랫폼 '자기만의 방'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20대 여성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했고 소비할 만한 성 관련 콘텐츠도 마땅치 않다는 점에 착안해 2020년 9월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성 전용 성 지식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것 외에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회원들이 성 지식을 공유할 수도 있다. 올해 2월 기준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30만회를 넘어섰다.

스타트업 '모션랩스'가 운영하는 '닥터벨라'는 여성만을 위한 비대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앱은 산부인과 질환, 유방외과 질환, 여성 생애 주기에 따른 신경정신과 질환 등 여성 관련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비대면 상담을 받고 전문 병원 검색과 예약을 할 수 있게 했다. 닥터벨라는 202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이용자 1만 5천 명을 넘겼다. 현재 전문의 75명이 비대면 상담을 하고 있다.

이들을 필두로 펨테크 시장을 겨낭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며 글로벌 펨테크 시장을 공략 중이다. 비대면 질염 및 성병 자가 검사 키트 ‘체킷’을 만드는 쓰리제이, 임신부·출산모를 위한 운동 코치 앱 ‘헤이마마’ 운영사 더패밀리랩, 여성 전문 미디어·쇼핑몰 렛허, 머신러닝으로 개인화된 여성용품을 추천해주는 플랫폼 ‘먼슬리씽’을 개발한 씽즈 등이다.

지난해 8월, 모션랩스를 포함한 5개사는 ‘펨테크 얼라이언스’ 결성했다. 펨테크 얼라이언스는 앞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정책 동향 및 트렌드 정보를 교류하고 마케팅 캠페인 및 전략적 사업 제휴 등을 통해 펨테크 산업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타트업투데이=김가람 기자] snowcat74@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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