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재관 부회장, 구체적인 사인 밝혀지지 않아∙∙∙우울증 등 전해져
새한그룹, 재계서열 20워귄까지 이름 올려∙∙∙IMF 등 위기로 역사 뒤안길로
2003년 분식회계 통한 불법 대출 혐의로 기소∙∙∙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선고

새한그룹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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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이 11일 별세했다. 향년 59세다. 

고인(故人)은 삼성가(家) 3세로,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 회장의 장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희정 씨와 지혜씨, 다현씨 등 두 딸이 있으며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이다. 발인은 16일이며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이재관 부회장의 구체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미국 LA에서 귀국 후 체중감소, 우울증 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새한그룹은 창업주 고 이창희 회장이 과거 삼성그룹 승계 경쟁에서 밀려났던 만큼, ‘비운의 삼성가’로 언급된다. 

이창희 회장은 1964년 일본 와세다대 졸업 후 삼성그룹에 입사해 한국비료 이사, 제일모직 이사, 삼성물산 이사 등을 거쳤다. 하지만 1996년 사카린밀수사건으로 수감되면서 아버지이자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눈 밖에 나게 된다. 

삼성가를 떠난 이창희 회장은 1973년 미국 마그네틱미디어(Magnetic Media)와 합작으로 마그네틱미디어코리아를 설립했다. 1977년 새한전자를 인수하고 1979년 마그네틱미디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카세트테이프, 비디오테이프, 플로피디스크 등 기록매체 중심의 사업으로 단장하며 새한미디어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1985년 당시 공기업이었던 한국종합화학으로부터 충주 비료공장을 인수했고 옥사이드공장으로 재구축해 화학사업에 뛰어들었다. 1989년 새한이동통신을 세워 무선호출 사업에, 1994년 황성통운 인수로 물류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며 재계에서 꽤 영향력 있는 사업가로 인정받았다. 

고 이재관 전 부회장이 새한그룹의 경영에 전면 나선 것은 1991년부터다. 이창희 회장은 혈액암을 판정받은지 4개월 만에 58세 일기로 사망하자 그의 아내인 이영자 씨가 회장으로, 이재관 부회장은 새한미디어 부사장직에 올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9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제일합섬을 넘겨받은 새한미디어는 1997년 조사화합 및 새 영문 CI를 선포하며 새한그룹을 출범시켰고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재계서열 20위권까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그의 동생인 고 이재찬 씨를 새한미디어 부사장으로 선임하며 이재관∙이재찬 형제는 비디오테이프와 필름 사업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새한그룹은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국가 경제 위기는 피해 갈 수 없었다. 1997년 발생한 IMF 위기는 물론 2000년대 전후로 CD 플레이어, MP3 등 새로운 음향기기 등장하면서 새한그룹의 핵심 사업이었던 카세트∙비디오테이프 수요가 줄어들었다. 

새한그룹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1999년 섬유∙필름 부문을 분리해 일본 도레이(TORAY)와 합작법인 도레이새한을 세워 다각적인 기업 경영에 나섰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새한그룹은 결국 2000년 계열사 전체가 워크아웃(Workout)에 들어갔고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당시 이재관 부회장은 이태원동 자택을 포함해 247억 원 상당의 개인 자산을 회사에 출연하기도 했다. 

(주)새한(舊 제일합섬)은 웅진그룹에 넘어가면서 웅진케미칼로, 도레이새한은 도레이첨단소재로, 새한미디어는 코스모스신소재로 사명을 바꿨다. 이재관 부회장은 워크아웃 직전 분식회계를 통해 1,0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03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편 이병철 창업주의 자녀는 한솔, CJ, 새한, 신세계 등 4개 기업을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었는데 이중 유일하게 새한그룹만 재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특히 2010년 이창희 회장의 차남이자 이재관 회장의 동생인 이재찬 부사장의 부고소식이 전해졌다. 이재찬 부사장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생활고에 따른 투신자살로 결론지었다. 

현재 고 이창희 회장의 유가족으로는 부인 이영자 씨와 삼남 이재원 씨, 막내딸 이혜진 씨가 있다. 이들을 포함해 생전의 이재관∙이재찬 형제는 한솔, CJ, 신세계 등 삼성가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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