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확정∙∙∙69시간 또는 64시간 중 선택
이정식 장관, “근로자 삶의 질 제고, 기업 혁신∙성장 지원 등 법적 토대 마련”
벤처∙중소기업계, “유연성 확보” 긍정 평가 vs 민노총, “초과 근무 합법시키는 제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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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주 69시간 근무제를 두고 정계 안팎으로 논란이다. 그동안 초과근로와 관련해 오던 애로가 유연성 확보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이 없는 사업주만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고용부)는 지난달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며 근로자의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 또는 64시간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당시 이정식 장관은 “근로자의 선택권∙건강권∙휴식권에 대한 보편적 보장을 통해 70년간 유지돼 온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근로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근로자의 삶의 질 제고와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법·제도적 토대 마련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고용부의 발표에 벤처∙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 틀 내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연장근로 관리단위의 월∙분기∙반기∙연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5일 연속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일을 시켜도 합법이 되는 근로시간 제도개편”이라고 비판했다. 

 

사진=고용노동부
사진=고용노동부

 

개발자 52%, “근로 환경 후퇴” 

고용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지 보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 방안에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커리어테크 스타트업 퍼블리가 운영하는 개발자 커뮤니티 커리어리가 이용자 4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 69시간’ 개편이 개발자 근무 환경에 미칠 영향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과반인 52%는 ‘근로 환경이 후퇴되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가 31%로 뒤를 이었으며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근무 유연성 및 장기 휴가 등이 기대된다’는 7%에 그쳤다. 

주 69시간 개편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이유는 ▲실제 근로시간만큼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30% ▲강도 업무와 과로로 건강 악화가 26% ▲워라밸 붕괴가 20%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환경 격차 심화가 17%로 나타났다. 

주 평균 근로시간을 묻자 ‘주 40시간 이상 52시간 미만’이 6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주 40시간 미만’은 21%였다. ‘주 52시간 초과’에 응답한 경우도 19%로 나타났다. 이미 상당수의 개발자가 많은 근무량에 장시간 근로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과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스타트업 개발자 A씨는 “외국은 근무시간은 줄이고 효율성과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라며 “한국에서는 근무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진다는 점이 의아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또 “최대 주 52시간 제도 안에서도 연차를 모두 쓰기 어려운 것이 실정”이라면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하고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제안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주 69시간 근무제에 관해 진화에 나섰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주 69시간 근무제에 관해 진화에 나섰다(사진=대통령실)

 

“尹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혼선만 가중” 비판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임금∙휴가 등 보상체계에 대한 불안이 없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만 부각됐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보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뒤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을 당부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역시 주 69시간 근무제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앞서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흘 뒤인 20일에는 “상한 캡을 씌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 대통령이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며 번복했고 이어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정책에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다음날인 21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시 한 번 관련 언급으로 진화에 나섰고 대통령실 역시 “급격한 장시간 근로 가능성은 낮다”고 단언했다. 이어서 “공짜야근을 없애고, 많은 일을 하면 제대로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주 69시간 근무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강조하며 “주 4.5일제를 추진하는 기업에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리 사회도 점진적으로 4.5일제로 전환하는 법안을 내주 중 발의하겠다”고 밝혔다(사진=김성환 의원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주 69시간 근무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강조하며 “주 4.5일제를 추진하는 기업에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리 사회도 점진적으로 4.5일제로 전환하는 법안을 내주 중 발의하겠다”고 밝혔다(사진=김성환 의원실)

 

주 4.5일제로 ‘맞불’∙∙∙“장기적 관점에서 노동의 미래” 

한편 대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 4.5일제 추진 계획을 내놓으며 윤석열 정부에 대립각을 내세웠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주 69시간 근무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강조하며 “주 4.5일제를 추진하는 기업에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리 사회도 점진적으로 4.5일제로 전환하는 법안을 내주 중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다만, 주 4.5일제를 당장 의무적으로 하기 어려운 만큼, 취지를 고려해 토론회 등에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하겠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기준으로 하되, 장기적으로는 주 4.5일제로 나아가는 것이 노동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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