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분위기 ‘전환’
기관 투자자 절반, 1년 내 투자 확대 ‘계획’
투자 효과 기대 전, '규제 확립' 보장되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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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지난달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과 여러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작업에 나섰다. 열악한 규제 상황과 거시경제 환경은 그대로나, 기관들의 움직임에 숨죽였던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블랙록 등장 이후,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의 반전을 기대하는 심리가 작동되면서 산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특히 전통 금융권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 채택 기회를 잡기 위한 물밑 작업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블랙록 ‘EFT 신청’ 전후로 180도 시장 분위기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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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전과 후로 극명하게 바뀌었다. 

시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요 거래소를 상대로 기소를 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매파적 금리 동결이 나온 중순까지 암울한 분위기였다.  

당시 비트코인은 2만 5,000달러(약 3,252만 원) 부근까지 하락했고, 암호화폐 투자 상품 시장은 4월 중순부터 시작된 자금 유출 흐름을 지속 중이었다. 해당 기간 동안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총 4억 2,300만 달러(약 5,435억 원)에 달했다. 

그러던 중 9조 달러(약 1경 1,730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의사를 밝혔다. 이후 피델리티, 비트와이즈,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발키리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가세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가 뒤집혔다. SEC가 많은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좌절시켰지만, ‘블랙록은 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이 시장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증권 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시장 조작 및 사기 가능성을 이유로 해당 시장을 기초로 한 ETF 출시를 불허하고 있다. 이 가운데, 블랙록은 감시공유계약을 통해 거래활동과 고객을 투명하게 식별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또 반려 1건, 대기 1건을 제외하고 총 577건의 ETF 규제 허가를 받아낸 블랙록의 화려한 전적도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블랙록 ETF 신청 이후 비트코인은 열흘 동안 세 차례나 연중 최고점인 3만 1,000 달러(약 4,033만 원)를 기록했다. 또 이더리움은 1,950달러(약 253만 원)를 넘어 2,000 달러(약 260만 원)를 넘보기도 했다. 

이어 암호화폐를 기초로 한 투자 상품 시장도 9주 연속 순유출세를 끊어내고 2주 연속 순유입세를 기록 중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투자 상품의 총 운용자산은 244억 달러(약 32조 원)로, 전월 대비 12.4% 급증했다. 시장 점유율은 직전월 70.1%에서 지난달 73.1%까지 확대됐다. 

 

기관 중심 암호화폐 투자 계획↑∙∙∙규제 확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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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는 기관 고객 208명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투자 견해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참고로 응답자 중 총 운용자산 2,500만 달러(약 325억 원) 미만 기관 관계자가 52.4%, 1억 달러(약 1,301억 원) 이상 기관 관계자가 22.6%였다. 응답자 48%는 최근 5년 내 암호화폐에 투자한 경험이 있었다. 

응답자 44.7%는 암호화폐를 ‘단기 투자 전략’, 17.3%는 장기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봤다. 이자 창출 방안 11.1%, 교환 매개 3.8%, 마켓메이킹, 차익거래 등 기타 답변은 23.1%로 나타났다. 이어 응답자 42.8%는 잠재적인 투자 수익률이 암호화폐 투자 동기라고 답했다. 37.5%는 기술에 노출되기 위해, 11.5%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암호화폐 보유량을 유지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47.1%, 보유량을 확대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35.6%로 나타났다. 향후 1년 암호화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3.5%, 향후 10년 시장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응답자는 88%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 절반은 앞으로 1년 동안 암호화폐 보유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기관 응답자들은 암호화폐 채택 촉진 요인으로 ▲실질적인 활용 사례가 27% ▲규제 명확성 개선이 25% ▲은행 등 금융기관 참여가 19.3% ▲사기 방지 및 수탁(custody) 솔루션 같은 강력한 보안이 18.1%를 차지했다. 이는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이 아니라, 전반적인 생태계 발전이 있어야 광범위한 암호화폐 채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블록체인 활용 방안은 운영 인프라 개선이다. 공급망 관리와 고객 및 기업 내부 데이터 수집∙관리를 위한 활용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중장기적 관점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고, 암호화폐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힌 주요 기업들이 명확한 투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규제 확립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확실한 규제는 기술 채택을 가로 막는 큰 문제”라며 “명확한 규제가 없다는 점이 기술 투자와 채택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과 데이터 표준 부문에 있어서 다른 국가에 영향력을 빼앗기고, 혁신과 투자를 해외로 밀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투데이=권아영 기자]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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