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바이오의 키는 ‘정밀의학’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인터뷰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인터뷰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바이오산업. 의료, 약품, 식품, 신에너지 등 인간의 생명 및 건강과 가장 밀접한 분야다. 바이오산업의 핵심기반은 유전체 분석이다. 100세 시대,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를 앞둔 우리 바이오산업은 어떤 과제를 안고 있을까. 바이오벤처 1세대 마크로젠의 서정선 회장(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을 서울 가산 디지털단지에 있는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매출 1천억원 돌파 앞둔 1세대 바이오벤처

1997년 설립된 마크로젠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 업종의 태동기를 이끈 1세대 벤처다. 마크로젠이 코스닥에 상장되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모가 9,000원으로 시작한 마크로젠의 주가는 한때 18만 원대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이었다. 일시적 거품은 곧 걷혔지만 꾸준히 성장했다. 코스닥 상장 이후 17년여가 지난 지금 마크로젠의 위상은 한층 탄탄해졌다. 2012년 441억 원이던 매출은 최근 3년간 481억 원(2013년), 541억 원(2014년), 795억 원(2015년)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2016년에는 매출 1,000억에 다소 못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 바이오의 키는 ‘정밀의학’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바이오산업은 어느 길로 가게 될까. 서 회장은 우선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산업간 경계가 없어지는 현상에 주목한다. “4차 산업혁명 이전의 기술은 그 자체로 독자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기술이 기술을 만들고, 개방과 연결,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가 한층 더 세분화돼 제공될 것입니다.” “바이오산업에서는 개개인의 유전정보로 질병을 진단 혹은 예측하고, 이에 최적화하여 치료함으로써 무병장수를 가능케 하는 ‘정밀의학’이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정밀의학의 핵심은 유전체 분석 기술이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 여러 기술이 융합돼 개인마다의 정밀한 진단과 예방이 가능해 진다. 유전자 분석 전문업체 마크로젠이 정밀의학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내 인큐베이션, 바이오스타트업 1000 등 바이오 창업 주도

서 회장은 다방면으로 바이오창업 활성화를 강조하며 실천하고 있다. 마크로젠에서는 사내 인큐베이션을 통해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3Billion(대표 금창원)은 마크로젠에서 지난 11월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유전체 정보 분석을 통한 희귀 유전질환 진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마크로젠에서 근무하며 신생아의 유전 질환 여부를 확인해주는 ‘어부바’ 서비스를 개발했던 금 대표가 마크로젠의 지원으로 창업한 사례다. 마크로젠은 초기 투자 3억 원으로 지분 20%를 갖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를 통해서는 3년 이내에 적어도 1,000개 정도의 신생 바이오벤처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국내외 협력을 추진 중이다. 서 회장은 “1,000개의 바이오벤처 창업은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위한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면서 “창업에 실패한 창업자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바이오협회는 1월 초 말레이시아의 바이오 투자 전문기관인 A-BIO와 협력협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으로 두 기관은 양국의 유망 바이오 기업을 발굴해 기술이전, 투자유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의 사업화 기회를 창출하는 데 상호 협력키로 했다.

 

정책 컨트롤타워 바이오청(廳) 신설해야

서 회장은 바이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한시적이더라도 ‘바이오청(廳)’이 신설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바이오 육성 정책이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흩어져 있어 이를 통합해 관리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바이오산업은 스피드가 생명인데 현재 정부는 스피드를 관리할 리더십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자칫 우리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방향’과‘힘’을 지닌 인재와 공생하는 회사

마크로젠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서 회장은 ‘벡터’로 설명한다.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벡터(vector)는 힘(magnitude)과 방향(direction)을 함께 가지고 있는 양을 말합니다. 방향은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시류를 앞서보고 통찰하며 나아가는 것을 의미하고, 힘은 모험심과 벤처정신이 기반이 되는 실행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고와 통찰뿐 아니라 행동을 겸비하여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를 주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재와 마크로젠이 함께하기 위해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꿈이 공생하는 회사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생명정보재단 설립해 사회공헌 실현

‘자의 반, 타의 반, 천직이 교수인 사람이 잠시 외도한 것’이 마크로젠의 탄생 배경이라는 서 회장이지만 그는 생명정보를 통한 사회공헌을 구상하고 있다. 가칭 ‘공우(空牛)생명정보재단’이 그것이다. ‘공우’는 마음을 비우고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는 자세를 말한다고 설명한다. 생명정보를 통한 의료비의 혁신, 무병장수의 실현으로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것이다. “비(非)생명정보는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면, 앞으로 생명정보는 마크로젠과 공우생명정보재단이 차지할 것이라는 포부를 가지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젠 사무실

 

연구인력 비중 49%.. 세계수준 기술력 갖춘 유전자 분석기업

바이오벤처 1세대인 마크로젠은 1997년 6월 서정선 서울대 의대 생화학실 교수가 창업한 유전자 및 유전체 분석 서비스 회사다. 2000년 바이오벤처 기업으로는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인력은 모두 327명이며 이 가운데 박사 31명을 포함한 160명이 연구개발 인력으로 비중이 49%에 달한다. 미국 메릴랜드와 일본 교토에 자회사가 있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지사가 있다. 2015년 기준 전체 매출의 67.5%가 북미, 아시아, 유럽 등 해외에서 발생했다. 마크로젠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밀의학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유전체 및 의료정보 빅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예측 및 진단, 치료기술의 혁신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001년 한국인 게놈지도 초안을 완성한데 이어 2009년 세계 5번째로 인간 게놈 분석을 완료했고, 2011년과 2012년에 폐암원인 신규 유전자를 세계최초 발굴하는 한편 2016년 가장 정밀한 한국인 표준유전체를 완성하는 등 새로운 기록들을 세워가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전 세계 150여개국, 1만8,000여 고객에 대한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임신 초기 태아 혈액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상여부를 확인하고, 신생아를 대상으로 선천적인 유전질환이 있는 지를 조기에 파악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6월 12개 항목, 42개 유전자에 대해 소비자에 대한 직접 검사가 허용돼 콜레스테롤, 혈당 등 비만 관련, 피부노화, 색소침착 등 피부 관련, 비타민C농도, 카페인대사 등 영양 관련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밀의학 실현을 위해 국내외 의료기관과 글로벌 정밀의학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일반 소비자로 고객 기반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매출액은 2012년 441억 원(당기순이익 34억 원), 2013년 481억 원(65억 원), 2014년 541억 원(30억 원) 2015년 795억 원(101억 원)으로 급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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