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글로벌 협력 정부가 지원해야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금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이 열렸다. 특히, 금년은 CES가 50주년을 맞는 해로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자율주행,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AI 등이 좀 더 우리 생활에 근접한 제품과 기술을 가지고 저마다 관람객을 유혹했다. 이번 CES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가 현재의 기술로 상상할 수 있는 미래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먼 미래도 아니다.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2020년경에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뜻하는‘레벨5’차량을 상용화할 목표를 제시하고 콘셉트 카를 대거 전시했다. 현대차가 올해 CES에서 공개한‘아이오닉’자율 주행차는 기술 시연 조건이 까다로운 대도심 야간 자율주행에 성공하며 그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인간의 안전, 관련 법규, 보험 등 주변 인프라까지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은 국제전시회 뿐 아니라 우리 주변으로도 성큼 다가왔다. 최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인‘알렉사(Alexa)’가 가전, 스마트폰, 자동차 등 수백 개의 융합 제품에 적용되어 각광을 받았다. 기존 구글, 애플로 대변되던 혁신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아마존이 떠오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SK텔레콤이 ‘누구(NUGU)’를 선보였다. ‘오늘 날씨를 알려줘’, ‘음악을 켜줘’ 등의 명령을 인지하여 수행한다.

아직은 ‘스마트 스피커’에 가까운 초보적 수준의 인공지능이지만, 대화가 많아질수록 말을 더 잘 알아듣고 정확히 반응한다고 한다. 공기청정기도 달라졌다. 코웨이도 이번 CES에서 아마존의 알렉사(Alexa)와 연계한‘에어메가’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역시 이미 우리 안방까지 들어와 있다. 이제 광고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보일러에 접목한 IoT기술은 외출 중에도 편리하게 집안 보일러의 난방세기, 온도조절, 예약 등을 원격 관리하게 해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음성인식·제어 기술은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제공한 것을 M&A나 기술매입의 형태로 현재의 글로벌 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우리 가까이 와 있는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제품들은 SNS 서비스를 통해 구전 마케팅(Verbal Marketing)으로 전파된다. 직접 사용하거나 경험한 제품, 서비스, 콘텐츠에 대한 후기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랐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꼽히는 다양한 신기술들은 스마트 모바일환경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유되고, 전파되어 간다. 시장은 경험과 SNS를 동력으로 반응하고 진화하는 셈이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중국의 위챗, 알리바바, 바이두 역시 SNS와 마케팅(시장)을 연결하며 디지털 경제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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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글로벌 협력 정부가 지원해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서 공적영역에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생각해볼 부분은‘규제 완화’이다. 전 산업이 재편되고 산업간 융합이 활성화 되는 시점, 이제는 면밀한 점검으로 과도한 규제는 개선해 나가고, 이를 통해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을 할 때다. 일본이 산업 재흥 플랜을 가지고 치고 나가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글로벌 협력’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시장 진출만으로는 주어진 시간 내에 승패를 가르기 어렵다.

국가 간 협력 수요가 있는 곳에서는 기업, 정부, 지원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각국 간의 경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는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는‘융합’이다.

이제는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번 CES에서 선보인 언더아머의 스마트웨어는 그냥 잠옷이 아니라 수면을 도와주고 수면 중에 건강을 체크해주는 건강 보조 기기로서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거울이든 정수기든 공기청정기든 일상의 제품들이 얼마든지 융합 아이디어와 융합기술을 통해 변신하고, 인간에게 편익과 효용의 부가가치를 늘려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이런 과제를 혼자 헤쳐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융합기술과제 확대, 전문연구기관의 융합기술 지원, 융합기술인력양성에 퍼블릭 섹터의 인프라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어느 한 분야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융합분야에서 자유로운 영혼과 감각으로 초 융합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신기술들은 점점 더 우리의 현실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와 같은 트렌드에서는 정부의 역할도 기존과 달라져야 한다. 경험의 공유, 전파, 구매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과도한 정부의 역할은 지양하되 민간이 자율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을 하자.

시장이 반응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 주고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시켜 주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정부는 선수도 아니고 감독도 아니다.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규칙을 시행하고 해석하는 심판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공정한 심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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