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내쫓는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4차 산업혁명 이론을 주창한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 직업 조사(The Future of Jobs Survey)’결과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 여파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같은 기간 증가하는 일자리는 200만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의 영향이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올 1월 초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발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인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2020년 41.3%, 2025년 70.6%에 달할 것이며 이는 AI와 로봇이 그만큼의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내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성 향상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공존한다.
기술혁신과 실업에 대한 오랜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 MIT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의 핫도그(Hot-dog-and-bun) 경제모델을 살펴보자.

크루그먼은 미국 경제를 핫도그 미니 모델로 설명하면서 몇 가지 가정을 하였다. 1) 미국의 모든 근로자는 120명인데 이들 모두 핫도그 소시지와 빵 제조분야에 종사한다. 2) 각 근로자는 하루에 0.5개의 소시지 또는 0.5개의 빵을 만들 수 있는데 두 가지를 합쳐야 핫도그로 판매할 수 있다. 즉, 2명이 하루에 0.5개의 핫도그를 만든다. 3) 120명의 근로자는 소시지 제조분야에 60명, 빵 제조분야에 60명씩 일하고 있으며, 매일 30개의 핫도그(소시지와 빵)를 만들어 낸다. 4) 어느 날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소시지 제조분야에 기술혁신(기계도입 또는 작업효율 향상)이 일어나 작업자의 생산성이 두 배가 되었다.
이제 소시지 공장에서는 1명이 하루에 1개씩의 소시지를 생산하게 되어 60개의 소시지를 만들 수 있다. 빵 공장에서는 30개밖에 생산을 못하니 핫도그 생산량을 늘리려면 소시지 공장의 인력을 줄이고 잉여인력을 빵 공장으로 보내면 된다. 즉, 소시지 공장은 60명중 2/3에 해당하는 40명이 40개 소시지를 만들고, 일자리를 잃은 20명은 빵 공장에 투입되어 80명이 40개의 빵을 만든다.

요약하면 1) 소시지 분야의 기술혁신으로 근로자 2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2) 소시지 분야의 생산성 증가는 빵 산업의 근로자 수요를 증가시킨다. 3) 소시지 근로자들은 일손이 부족한 빵 분야 기술을 익혀 빵 공장의 일자리를 얻는다. 4) 빵 생산량이 40개로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핫도그 생산량이 하루 30개에서 40개로 늘어난다.
즉, 기술혁신은 한 산업 분야의 일자리를 감소시키지만, 높아진 생산성으로 인해 다른 산업 분야의 일자리 수요를 높여 사람들의 일자리는 감소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단순화 한 모델에서만 그런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다시 크루그먼의 분석을 살펴보자.
폴 크루그먼은 모델의 소시지 분야를 미국의 제조업이라고 하였고, 빵 분야를 서비스업이라고 하였다. 1970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 제조업의 생산량은 약 2배 증가하였는데, 이는 생산성 증가에 따른 것으로 고용은 실제로 약간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의 생산량도 2배가 증가하였는데 생산성 증가는 미미하였지만, 고용 증가에 따른 영향이 90%라고 분석했다.

 

 

신산업·서비스산업 과감히 지원해야

이제 4차 산업혁명 즉, 혁명적인 기술혁신과 일자리를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기술혁신으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산업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이다.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한 분야의 기술혁신이 다른 산업으로 파급되어 우리나라 산업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새로운 일자리 수요를 만들어 내는 지점이다.
한 산업의 기술혁신은 그 분야 사람들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하게 될 사람들의 일자리 감소는 자명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생산성 향상은 다른 산업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 일자리 증가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모아야 할 지혜는 이렇다. 사람들의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신산업을 육성하고 커져가는 서비스산업을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근로자의 직업재교육도 제조업혁신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게 될 서비스업과 신산업에 맞춰 정교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신산업 시도를 가로막는 규제의 굴레도 슬기롭게 벗어던져야 한다.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 지배하지 않으면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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