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동아리 활동이 큰 도움됐다

자산운용 전문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지영 씨는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의 국내투자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투자팀에서 주로 투자 건을 발굴하고 검토해 투자자를 찾아 거래 종결을 하기까지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챙기는 것이 이지영 대리의 업무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경험이 많지 않고 아직 배워나가는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취업준비생들 만큼 치열하게 진로를 고민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록 소소하고 미흡하지만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은 경험담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세상에 늦은 건 없어요!

나는 주변 친구들에 비해 금융권 취업 준비를 늦게 시작한 편이었다. 사법시험에만 3년여를 매진했지만 그 기간은 말 그대로 ‘낙방’의 세월이었다. 더 이상 지체할 여력이 없었고, 뒤늦게나마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물론 지금은 25세 즈음의 청춘을 되돌아보고 웃으며 추억을 곱씹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하늘이 노랗고 눈앞이 깜깜했던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음이 생생했다. 동기생이나 친구 중 다수가 이미 취업에 성공한 상황에서, 내세울만한 스펙조차 준비하지 못했기에 늘 초조하고 걱정만 앞섰다. 

20대 중반, 무엇이든 꿈꿀 수 있고 할 수 있는 나이였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 것이 지금에 와서는 후회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취업을 준비하고 전형을 치르며 결과를 기다리는 일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끝이 없는 터널 속을 탈출하기 위해 어둠 속을 질주해야만 하는 고된 상황의 연속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쉽게 망가지진 않는 것 같다. 스스로를 믿고, 꿈을 꿀 수 있는 나이의 매 순간을 감사하고 즐기는 여유를 갖는 것이야말로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길임을 가슴 속 깊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급류 속에서도 유연함을 잃지 말아야

꿈을 크게 갖고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려면, 그리고 꿈을 현실로 만들려면 지혜롭고 효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책과 수업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실의 금융과 투자에 대해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신문도 열심히 읽어보고 종자돈이라도 실제로 투자를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자신의 돈이 어떻게 투자되고 수익이 나는 지에 대해 직접 경험하다보면, 현실과 이론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과 이론이라는 장벽 사이의 타협점을 찾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에서 단 100원이라도 잃거나 이익을 얻는 과정을 통해 정말 투자 혹은 금융이 더 이상 공부가 아닌 현실로 느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마음가짐이 바뀌었던 것은. 투자의 희로애락, 변동성 세계와의 승부에 재미를 찾았다면 당신은 금융권, 그 중에서도 투자 업계에 적합한 인재다.

 

또 학교 내 혹은 대외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투자동아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서울대학교투자연구회(SMIC)에서의 활동은 이지스자산운용이라는 회사에 취업을 가능하게 한 밑거름이 됐고, 이 회사에서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었다.

 

1년여의 활동기간 동안 2주에 한번 꼴로 기업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SMIC는 MT에서도 꼬박꼬박 잠을 자야했던 나를 학교 세미나실에서 해가 뜨는 경우를 수차례 경험하게 만드는 마력의 동아리였다. 

 

투자동아리 활동을 통해 투자에 대한 철학과 시장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고, 시장의 수급 속에서 유연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었다. 똑똑한 친구들 사이에서 분석과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 중 하나였다. 심지어 팀 내 협업이 무엇인지도 배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투자동아리 활동은 생각보다 강도가 높았다. SMIC은 매주 팀을 나눠 기업분석 리포트를 작성하고 토요일에는 동아리 선배들까지 함께 모여 세션을 연다. 세션이 있는 토요일 전주 주말에는 팀원들이 모여 각자 스크리닝(Screening)한 기업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주말 내내 팀원들이 조사해온 기업 중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기업을 정해야 다음 토요일 세션 일정에 맞출 수 있다. 

 

월요일부터는 팀원 모두가 수업이 끝난 저녁 6시 정도에 경영대학교 세미나실에 모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정해진 시간은 없었다. 세미나실 칠판 한가득 리서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적고, 각자 파트를 나눠 리서치를 진행하게 되며,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다 같이 논의한다.

 

리서치 방식은 다채로웠다. 구글링과 재무분석은 기본이었다. 심지어 IR 투자자로 가장해 기업에 전화를 하기도 했다. 만약 분석해야 할 기업이 유통업체라면, 직접 찾아가 기업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하고 제조한 식음료를 먹어보기도 했다. 분석의 기본은 사업모델이 가치사슬(Value Chain) 상에서의 역할이나 지위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시장 관점에서의 기업 가치와, 기업 자체의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분석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조율하고 구체적으로 평가를 내리며 기업의 적정 가치를 산출하는 것은 오롯이 팀장의 역할이다. 

 

금융권 인터뷰에서 ‘투자할 만한 기업’과 관련한 질문이 나온다면, 학생으로서 면접관을 사로잡을만한 답변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미리 동아리 활동처럼 다양한 관심과 노력을 통해 기초적인 경험을 쌓아둔다면, 투자나 기업분석 등과 같은 질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는 면접관에게 금융권에 관심 있는 응시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초석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금융권, 특히 투자업계에 관심이 있다면 SMIC의 홈페이지에서 리서치 리포트를 찾아 읽어보면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 분석 방법, 취업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일자리는 찾아 나서는 것

요즘과 같이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채용정보 사이트에만 의존해서는 원하는 분야로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때로는 이력서를 들고 회사를 찾아다닐 정도의 열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기업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실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직접 연락해보고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신선할 수도 있다.
 

많은 분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떤 분야에 적합한 인재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업 중 많은 수가 주인정신을 갖고 일하는 인재를 필요로 하며 열정이 많은 인재를 원한다. 나 역시 인턴으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는데, 대학시절의 경험은 금융 분야 중에서 부동산 자산운용사에 빠르게 적응해 일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인터뷰 때 “회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배우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자! 회사 안에서의 여러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은 수익이 되는 일을 하는 곳이지 배우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턴을 하게 되면, 조직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조직과 업무에 빠르게 적응해서 나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 역할을 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비상경계열의 금융권 취업 준비 방법

비상경계열의 학생 중 금융권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전공의 중요도 여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전공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숫자에 약하다는 단점 역시 스스로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 부동산 투자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투자에서는 계약서를 검토해야 하는 업무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법학을 전공했다는 점이 많은 도움이 됐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신입사원 중 전공을 공부하며 체득한 사고방식에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법학에서의 기본 사고방식은 옳고 그르냐가 주된 기준이 된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자금이 어디에서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팀의 팀장은 상경계열의 학과를 전공했는데,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계산기 없이 척척 답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고 경외감에 사로잡혔던 적도 있었다. 덕분에 나 역시 재무 공부를 틈틈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됐지만 말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를 해보면 원리가 쉽게 이해될 때가 있다. 비상경계열의 경우 면접관이 생각할 수 있는 ‘숫자가 약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상경계열을 복수전공하거나 금융과 관련한 자격증을 미리 취득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 관련 업계에 필요한 자격증은 투자자산운용사나 공인재무분석사(CFA: Chartered Financial Analyst) 등을 추천한다. 

 

부동산자산운용사에서의 투자업무는 업무의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부동산에 대한 지식부터 숫자, 금융에 대한 지식, 계약에 대한 이해, 체력 그리고 사람과의 소통 능력까지 필요한 역량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문제해결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늘 처음 생기는 일들이 많고, 문제 상황에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팔방미인 스타일이라면 부동산자산운용사를 직업으로 추천하고 싶다.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