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축제, 전 세계 아이디어 경연장 SXSW 탐사보고서

4차 산업혁명은 융합과 연결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개념과 분야가 ICT 기술과 결합해 섞이고 연결되며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 한가운데 다양한 콘텐츠와 IT가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독특한 전시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가 전 세계 스타트업들의 경연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매년 개최되는 SXSW는 국내에서 국제 음악축제로 많이 알려졌으나 사실 전 세계 스타트업들의 성공사례로 더 유명하다. 이번 트렌드&이슈에서는 2018년 3월, 놀라움(Surprise), 재미(Fun), 연결(Connection)을 테마로 한 융복합 축제 SXSW에서 선보인 전 세계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자 한다.

South by Southwest 전시회(사진:SXSW)

SXSW?

SXSW는 교육, 음악, 영화, 인터랙티브(Interactive) 등 총 4개 세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SXSW 인터랙티브(South by Southwest Interactive)는 전 세계 기술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박람회로 2007년 트위터(Twitter), 2012년 핀터레스트(Pinterest), 2015년 스냅챗(Snapchat) 등 글로벌 모바일 서비스가 최초로 공개된 행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인터랙티브 세션은 Innovation Awards, Pitch Competition, Official Party & Lounge, IT Conference, Trade Show로 구성되어 있다.

‘연결된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술진보를 이룬 기업에게 수여하는 상ʼ인 인터랙티브 이노베이션 어워즈(Interactive Innovation Awards)는 헬스, 의약 & 바이오테크, 음악 & 음향 혁신, 개인정보보호, 스마트시티, VR & AR 등 총 13개 부문이 있으며, 올해 처음 인공지능 & 머신 러닝이 신설됐다. 

13개 분야 중 가장 뛰어난 제품을 대상으로 수상하는 인터랙티브 이노베이션(Interactive Innovation) 상은 기술업계에서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2018년에는 총 65개의 작품이 본선에 진출해 각축을 벌였으며, 한국에서는 삼성의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에서 3개 팀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피치 컴피티션(Pitch Competition)의 경우 Release it과 Accelerator Event로 나뉘는데, Release it은 시장에서 가장 유망할 상품 및 서비스를 선발하는 행사로 SXSW에서 선발한 산업 전문가, 벤처캐피털, 주류 언론사에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다. 여기서 선발된 스타트업은 4,000달러의 상금과 다음 해 SXSW 인터랙티브 참가 입장권을 얻게 되며, 무엇보다 SXSW 참가자와 잠재 투자자들에게 큰 홍보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403개의 최종 후보기업 중 70%가 43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16%는 포천(Fortune) 500대 기업에 인수됐다.

오피셜 파티 & 라운지(Official Party & Lounge)는 기업, 협회, 연구소, 도시 또는 국가(관) 참가자가 마련한 개별 행사이다.

IT 컨퍼런스(IT Conference)는 사회 각계 각층의 저명인사가 기술, 사회, 미래를 놓고 토론과 연설을 진행한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 오바마 미국 전대통령이 연설을 한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는 런던 시장인 사디크 칸, 델(Dell)의 CEO인 마이클 델, 테슬라(Tesla)의 CEO 엘런 머스크 등이 참석했다. 

마지막으로 창조산업을 위한 전시회(The exhibition for creative industries)를 표방하고 있는 트레이드 쇼(Trade Show)는 약 280개의 기업, 단체, 도시 또는 국가(관) 참가자가 상품 및 서비스를 한 공간에 전시하는 쇼이다. 락히드 마틴(Lockheed Martin), 리코(Ricoh) 등 글로벌 기업들의 참가와 일본, 브라질, 멕시코, 페루, 프랑스, 독일,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국가관을 구성, 자국 기업 및 스타트업을 대동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3월 9일부터 3월 18일까지 총 10일 간 개최된 2018년 SXSW 인터랙티브 행사에는 2,000개 이상의 컨퍼런스 세션이 열렸으며, 전 세계 약 95개 국가에서 온 75,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석했다. 

아래에서는2018년 SXSW인터랙티브 이노베이션 어워즈 주요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분자 조성을 감지해 암 조직을 감지하는 ‘매스스펙 팬’ (출처: masspecpen.com)
분자 조성을 감지해 암 조직을 감지하는 ‘매스스펙 팬’ (출처: masspecpen.com)

AI와 인간의 공존 사례로 주목받은 ‘스웜 AI(Swarm AI)’

AI & 머신 러닝 부문 수상작은 샌프란시스코의 언애니머스 AI(Unanimous AI)가 개발한 ‘스웜 AI(Swarm AI)’가 선정됐다. 

‘스웜 AI’ 는 변화하는 데이터, 자극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 학습 시스템으로 2017년 경마 대회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와 2018년 오스카 상 수상자를 94%의 정확도로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군집이라는 뜻의 스웜(Swarm)으로 명명된 이 AI 시스템은 단순히 자료 수집과 정리를 통한 결과 예측에 그치지 않고, 인간집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AI가 개입해 집단지성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기능을 제공한다. 개발사 언애니머스 AI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편견, 감정, 선입견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해 결정을 보조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고 언급했다.

언애니머스 AI의 CEO 루이스 로젠버그(Louis Rosenberg)는 2017년 9월 테드(TED)에서 ‘AI 세계 속 인간의 새로운 희망’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했으며 BBC와 포브스, CBS 등 주요 매체에서도 스웜 AI의 결과 예측 적중률과 AI와 인간의 공존 사례로서 주목하기도 했다. 

 

암 조직을 감지하는 펜, ‘매스스펙 펜(MasSpec Pen)’

미국 텍사스 대학교 에버린 랩(Eberlin Lab)에서 개발한 ‘매스스펙 펜(MasSpec Pen)’은 건강, 의약 & 바이오테크 분야의 수상작으로 주목받았다. 매스스펙 펜은 수술 중 암 조직을 감지하는 펜 모양 의학도구로 수술부위에 펜을 대면 분자조성을 감지해 해당 부위가 정상조직인지 암 조직인지 알아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에버린 랩은 아직 많은 검증 절차가 남아있지만, 해당 기술이 보급되면 암 수술의 효율 향상과 부작용 최소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유방암과 같이 환부와 정상 부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암 치료에서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동화책을 읽으면 영상이 나오는 ‘리드투미(Read To Me)’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기술이라는 의미의 ‘커넥팅 피플’ 부문 수상작은 우루과이의  일렉트릭 팩토리(Electric Factory)가 개발한 ‘리드투미(Read To Me)’가 선정되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경험에서 착안해 개발된 ‘리드투미’는 인터넷에 연결된 단말이 자동으로 음성을 인식하여 이야기와 관련된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벽면에 투사해 보여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개발사는 스마트폰 보급확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장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동화책을 읽는 경험이 줄어들었다는 점에 착안했으며, 기술의 발전이 독서 기회를 줄어들게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확장시킬 수 있다며 개발 배경을 밝혔다.

블러드 타입 봇의 작동원리 (출처: bloodtypebots.com)
블러드 타입 봇의 작동원리 (출처: bloodtypebots.com)

동공 움직임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편곡하는 ‘핸즈 프리 뮤직 프로젝트’

뮤직 & 오디오 이노베이션 부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개발한 ‘핸즈 프리 뮤직 프로젝트(Hands-Free Music Project)’가 선정되어 주목을 받았다.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음악을 연주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컨셉으로 개발된 ‘핸즈 프리 뮤직 프로젝트’는 동공의 움직임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편곡하는 ‘레드 아이 사운드 스튜디오: 마이크로소프트 핸즈 프리 사운드 잼(Red Eye Sound Studio: Microsoft Hands-Free Sound Jam)’과 ‘마이크로소프트 핸즈 프리 사운드 머신(Microsoft Hands-Free Sound Machine)’, 음악 연주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 보여주는 기술인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프레시브 픽셀(Microsoft Expressive Pixels)’로 구성되어 있다.
문신과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만남, ‘더말 어비스(Dermal Abyss)’ 공상과학을 현실에서 구현한 사례를 찾는 사이파이 노 롱거(Scifi No Longer) 부문의 수상작은 하버드 메디컬 스쿨과 UC 데이비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더말 어비스: 문신과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만남(The Dermal Abyss: When Tattoos meet Biotechnology)’이 선정되었다. 

더말 어비스는 문신 염료에 내부 신진대사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 센서를 탑재해 문신을 통해 신체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일례로 당뇨병 환자들은 현재 하루에 3~10회 혈액 검사를 통해 포도당 수치를 측정해야 하는데, 더말 어비스 기술로 새겨진 문신은 혈중 포도당 수치에 반응해 색상이 변화되기 때문에 번거로운 혈액 채취 과정 없이도 신체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준다. 
연구진들은 향후 인체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성공한다면 의학적인 용도 외에도 인체에 새기는 바코드나 QR 코드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과 헌혈자의 실시간 연결, ‘Blood Type Bots’

뛰어난 아이디어를 지닌 학생의 작품을 선정하는 스튜던트 이노베이션 분야에서는 독일 출신 학생 두 명이 개발한 ‘페이스북 메신저 블러드 타입 봇(Facebook Messenger Blood Type Bot)’이 선정되었다. 
페이스북 메신저의 챗봇(Chatbot) 기능을 활용해 제작된 블러드 타입 봇은 실시간으로 병원의 혈액 저장량을 모니터링하고 나의 혈액이 필요한 병원 가까이 있을 때 혈액 기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들은 병원과 헌혈자를 편리하게 연결하여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VR 소셜 플랫폼 마에스트로를 활용하여 가상공간에서 협력하고 있는 애니메이터 이미지(출처: penrosestudios.com)
VR 소셜 플랫폼 마에스트로를 활용하여 가상공간에서 협력하고 있는 애니메이터 이미지(출처: penrosestudios.com)

소셜 협력을 통한 VR 스토리텔링 플랫폼, ‘마에스트로(Maestro)’

VR & AR 분야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펜로즈 스튜디오(Penrose Studios)가 개발한 ‘마에스트로: 소셜 협력을 통한 VR 스토리텔링의 강화(Maestro: Empowering VR Storytelling Through Social Collaboration, 이하 마에스트로)’가 선정되었다. 

펜로즈 스튜디오는 VR 업계의 픽사라 불리고 있으며 스토리 전개방식, 영상구성, 상호작용 삽입방법 등 VR 콘텐츠의 문법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마에스트로’는 VR 애니메이터들이 가상현실 공간에서 함께 협력해 작업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으로 각광받았다. 

‘마에스트로’는 펜로즈 스튜디오의 VR 애니메이션 <아르덴즈 웨이크(Arden's Wake)> 제작에 사용되었으며, 해당 작품은 2017년 베니스 영화제 최우수 VR 작품상을 수상했다.

 

진짜 입는 웨어러블, 구글의 스마트 의류용 디지털 플랫폼 ‘자카드’ 

웨어러블 테크 분야에서는 ‘구글(Google)'의 ’자카드(Jacquard™)‘가 선정되었다. ’자카드‘는 원단에 디지털 디바이스를 결합해 옷을 만드는 기술로 소매 부분을 좌우로 쓸어 넘기거나 터치 등을 통해 전화 통화나 메시지를 전송하고, 길 안내, 음악재생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전용 앱으로 원하는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현재 ‘자카드’는 상용화 단계까지 개발이 진행되었으며, 구글은 리바이스(Levi's)와의 협업을 통해 2017년 9월 27일부터 이를 활용한 스마트 재킷 판매를 시작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 발견, SXSW

SXSW 참가를 위해 전 세계에서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스틴으로 몰려든다. 오스틴 인구가 약 93만 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참가 규모에서부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도시 전체가 SXSW를 위한 행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7년 기준 컨퍼런스에 참가한 연사만 해도 5,088명에 달했으며, 총 2,128회의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Trade Show 또한 27개국에서 74,519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총 95개국 참가에서 2018년에는 2개국이 더 늘어난 97개국이 참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완성된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 경연장에 전 세계 주류 연사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왜 전세계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오스틴 SXSW로 몰려들고 있을까?

그 이유는 SXSW의 가치에 대한 CEO들의 발언 에서 엿볼 수 있다. 

“내가 만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15블록 반경 내에서 5일 연속 만날 수 있다.” (알렉스 타우브(Alex Taub), 소셜랭크(SocialRank) CEO)
“미래를 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장소이다.” (엘리어트 토마에노(Elliot Tomaeno), Astrsk PR CEO)
“미국내 최고의 네트워킹 이벤트이다. 지난 수년간 SXSW에 참가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제니퍼 신스키(Jennifer Sinski), RSVPster 공동 창립자)

바로 접촉(Access), 영감(Inspiration), 네트워킹(Networking)이 그 답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고,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시장성을 검증해 보고, 새로운 기회와 이를 함께 할 동반자를 찾는다면 SXSW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구글의 스마트 재킷 ‘자카드’ (출처: atap.google.com)
구글의 스마트 재킷 ‘자카드’ (출처: atap.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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