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신산업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재 주력 산업 위기 직시해야

(출처: shutterstock.com)
(출처: shutterstock.com)

주력 산업은 곧 국가 산업의 '핵심 산업'으로 경제 전반의 성장 속도를 결정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최근 들어 주력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의 경쟁력 격차는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산업 활성화 및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이 재편되어야 한다. 또한 미래 신산업의 환상에 시선을 두지 말고 현재 주력 산업 위기 문제를 직시해 해결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주력 산업은 무엇인가? 

주력 산업이란 과연 어떤 산업을 가리키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주력 산업이라면 곧 그 국가 산업의 '핵심 산업(Key Industry)' 이어야 한다. 즉, 경제 전반의 성장 속도 를 결정할 수 있도록 경제 내 일정 수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어야 한다. 또한 경제 고도화 발전 체계의 맨 앞에서 기술 및 생산성 혁신을 선도하는 '선도 산업(Leading Industry)'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 수요에 따라가는 산업이 아니라 시장 수요를 직접 만들어 내는 '수요 창출 산업(Demand Pull Industry)'여야 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주력 산업은 경제 내 일정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성장과 고용의 원천이 되고,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해외 수요 확보가 가능함과 동시에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 확산의 핵심이 되는 산업 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산업군은 한국경제의 현실상 중화학공업 및 ICT제조업을 포괄하는 제조업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주력 산업이란 제조업 중에서도 철강, 유화, 기계,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으로 범위를 한정하였다. 

(출처: shutterstock.com)
(출처: shutterstock.com)

주력 산업으로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 

주력 산업이 갖춰야 할 요건에 대해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면 왜 제조업이 주력 산업인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주력 산업이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비중을 가지는 산업이어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제적 비중을 살펴 보면 제조업(29%)보다 서비스업(53%) 비중이 더 높지만, 서비스업 중에서도 비금융 민간부문만 고려하면 경제적 비중이 32%로 낮아져 제조업과 비슷하다. 

둘째, 경제성장 기여도가 높은 산업이어야 한다. 1990년 이후 제조업의 경제 성장 기여율은 상승 추세에 있는 반면, 서비스업 성장 기여율은 하락 추세이다. 서비스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1990년대 56.1%에서 2000년대 51.2%로 낮아졌으며 2010년대에는 다시 49.5%로 하락하였다. 한편 제조업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1990년대 24.4%에서 2000년대 33.6%로 높아졌으며 2010년대에도 이와 비슷한 32.2%의 기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2010년대 서비스업 비금융 민간부문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30.6%로 제조업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을 보인다. 한편 제조업의 생산 및 고용에 대한 간접적인 파급효과를 감안할 경우 제조업의 실제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셋째,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이어야 한다. 취업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제조업은 서비스업의 1/4 규모에 불과하다. 2017년 현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56만 6,000명으로 서비스업 취업자 수 1,868만 3,000명의 24.4% 수준이다. 그러나 서비스업 내 공공적 성격 업종에 대한 비중이 서비스업 전체의 26%, 고부가 서비스업 부문 비중이 25%로 나머지 49%가 저부가 서비스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반면 제조업의 경우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력이 높다. 2016년 현재 제조업 내 정규직 비중은 86%이며 서비스업은 64% 수준이다. 임금 측면에서도 2016년 기준 월 300만원이상 소득자비중은 제조업 내 47%로 서비스업 (38%, 전문직 제외 시 27%)보다 높다. 

넷째, 경기선도 산업이면서 국제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이어야 한다. 2017년 제조업 수출은 5,774억 달러로 제조업수출/총 수출 비중은 86.8%에 달한다. 특히 상품 수지 흑자 규모는 1,199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외화가득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반면 2017년 기준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345억 달러인데, 이는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력 산업은 전체 경제의 효율성 및 생산성을 견인하는 산업이어야 한다. 경제 발전의 동력은 효율성의 확보이며 이 부분에서 제조업은 기술발전과 생산성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평가된다. 1983년 이후 제조업 연구개발투자가 전체 연구개발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또한 생산성 측면에서 2016년 현재 서비스업 대비 제조업 노동생산성(실질부가가치 기준) 수준은 2.2배에 달하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출처: shutterstock.com)
(출처: shutterstock.com)

위기 상황에 직면한 주력 산업 

최근 들어 주력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의 경쟁력 격차는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UNIDO(국제 연합공업개발기구)에서 발표하는 CIP지수(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지수는 1인당 지표(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등), 중고기술 비중, 제조업 부가가치의 국가 내 위상, 수출 지표 등으로 각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평가한다. CPI 지수에 따르면 세계 제조업 경쟁력 1위 국가는 독일, 2위 국가는 일본으로 순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2009~2014년 세계 4위를 유지했지만, 2015년에 5위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2005년 17위에서 2015년에 한국과 미국을 제치고 3위로 부상했다. 

한국 주력 산업이 위기에 직면한 원인을 크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산업 구조가 낙후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효율성이나 기술력이 아닌 자본과 노동 중심의 물량투입에 의존하는 비효율적 경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분석해 본 결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물량 투입 위주의 경제성장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효율성과 기술력을 나타내는 TFP의 기여도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투자가 이루어졌으나 투자효율성이 확보되지 못하여 기술력과 부가가치 창출력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현재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금융 위기이전의 과잉생산능력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수요회복이 더딘 가운데, 2015년 이후 신흥국에서도 수요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출 에 의존하는 국내 제조업에 과잉생산능력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2011년 80.5%에서 2017년 72.6%로 하락세이며,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비율)은 2010년 월평균 80.8%에서 2017년 102.7%로 상승세이다. 세계경제가 만성적인 글로벌 수요 부족 현상에 직면하면서 해외수요에 의존하는 우리 제조업에 과잉 생산능력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기회 요인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위협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 및 투자 의존도가 다른 수출 시장 대비 과도한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우리 제조업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중국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오히려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과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양적으로만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제조업이 더 이상 한국 제조업의 수요처가 아니라 치열한 경쟁상대로 부상하면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높은 규제 부담 

노동시장의 경직성 역시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특히 노사협력, 고용관행, 임금결정 등에 경직성이 심한 것으로 판단된다. WEF의 글로벌 경쟁력 지표 중 노사 부문을 살펴보면 한국의 노사협력 순위는 2017년 총 137개국 중 130위에 불과하다. 정리해고비용은 112위, 고용/해고 관행 88위, 임금결정유연성 62위 등 다른 부문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취약하다. 

특히,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임금이 노동생산성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다. 2002년 이후 민간협약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은 물론 노동 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 역시 OECD 국가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의 전체 근로자 연간 근로 시간은 2016년 2,069시간으로 OECD 35 개국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국 중 29위로 취약하다. 높은 근로 시간이 노동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비효율적인 근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전체 경제의 생산성을 주도하던 제조업의 노동생산성마저 2011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규제 부담, 생산 비용 급증, 내수 시장 한계 등 비우호적인 기업 환경 역시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 WEF의 정부규제에 대한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순위를 보면 2017년 현재 한국은 95위로 2017~2018년 통계치가 추정된 137개국 중 하위권을 기록해 한국시장에서의 규제 부담은 높은 편이다. 정부는 항상 규제 개혁을 중점 국정과제로 언급하고 있으나, 규제 개혁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총 규제건 수(주된규제+부수적규제)는 2009년 1만 2,905건에서 2013년 1만 5,269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출처: shutterstock.com)
(출처: shutterstock.com)

주력 산업의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 활로를 모색할 필요 

주력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첫째, 성장의 원천 및 분배의 재원이 되는 산업 활력 중심의 경제정책 리부팅이 필요하다. 성장과 분배 간의 우선순위를 논하는 것보다 산업 활성화 및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이 재편되는 것이 우선이다. 

둘째, 미래 신산업의 환상에 시선을 두지 말고 현재 주력 산업 위기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주력 산업의 기반이 취약 할 경우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은 기초소재, 기계, IT, 자동차 등 현재 우리 주력 산업들을 근간으로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력 산업 위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력 산업에 대해 지금보다 더 집중적인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며, 산업정책의 무게중심은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예와 같은 사후 수습이 아닌 위기 가능성을 확인하고 예방하는 데에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산업 핵심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계의 역량 확보 및 정부의 실효적 지원 간 유기적 결합이 요구된다. 산업정책의 큰 방향에서는 산업간 구조의 낙후성을 명확히 파악하여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개혁 전략이 마련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R&D의 낮은 효율성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R&D를 민간과 공공으로 구분해서 민간 R&D의 효율성 개선을 위해 폐쇄적 기업 문화의 개선, 아웃 소싱 생태계 조성, 지적재산권 제도의 업그레이드 등과 같은 다양한 노력이 요구 되며, 공공 R&D는 보다 전문적이고 실효적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넷째, 만성적 수요 부족에 대응하여 구조조정 시스템을 상시적으로 가동하고 기업의 유연성 및 효율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글로벌 성장 및 산업의 구조 변화로 만성적 수요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산업의 기반붕괴 방지 및 경쟁력 확충을 위한 산업 단위의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구조조정은 획일적인 잣대가 아닌 산업별 특성에 맞추어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구조조정에 따른 단기적 피해와 중장기적 기대효과를 모두 충복할 수 있도록 정책의 유연성도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중국의 급격한 경제구조 전환에 대응하여 ‘새로운 對 중국 전략’ 구축이 필요하다. 우선 대중 수출구조가 중간재 중심에서 최종재 중심으로 품목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인도, 아세안 등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발굴 및 공략에 주력해야 한다. 

여섯째, 산업의 발전과 성장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기 때문에 산업정책에 노동시장정책을 맞추어야 한다. 주력산업의 성장이 막혀 고용흡수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고용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생산성이 하락하여 경쟁력이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이중노동시장 구조의 개선, 고용과 해고의 자유도 제고,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성과주의 확산 등의 시장 개혁 노력이 시급하다. 한편 노동시장의 개혁과 더불어 혁신적 생산방식의 확산, 인적자본의 고도화 등을 통한 부가 가치 창출 및 생산성 향상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산업경쟁력 제고의 핵심인 기업 활력 부활을 위해서는 정부개입이 시장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훼손시켜서는 안된다. 정부의 다양한 시장 개입이 ‘시장 실패의 보완’, ‘시장경쟁의 공정성 확보’, ‘균형성장’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 개입은 본질적으로 민간의 자유 영역을 축소시키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시장의 효율성이 과도하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기업 활력의 저하가 기업 및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조화를 이루는 최소한의 접점에서 적극적인 규제개혁 노력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