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전경련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안 모색해야

전경련 국제경영원

전경련은 지난 60년간 재계의 맏형으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하며, 우리 경제 및 사회 각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의 중심에 서면서 지금은 협회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회원사가 줄줄이 탈퇴하면서 조직은 축소되었으며, 정부의 ‘전경련 패싱’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정경유착’이라는 어두운 면은 지양하고,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경련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전경련의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는 국가 경쟁력의 일부이며,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경쟁력이다. 전경련의 자체 개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통과 상생의 차원에서 정부가 손을 내밀어 도와줄 필요가 있다.

 

‘재계의 맏형’에서 그림자 단체로 몰락한 전경련

한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두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전경련 회장이라는 자리는 그 위상에 걸맞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뜻이고, 또 적합한 인물이 회장 자리를 고사한다면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통용되었다. ‘전경련’이라는 경제 단체의 대단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경련은 1961년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의 구현 및 한국경제의 국제화를 촉진 할 목적으로 설립된 경제인 단체이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으며, 우리 경제 및 사회 각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재계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때로는 정부의 정책에 맞서기도 하고 때로는 협조를 하면서, 정부와 기업 사이에 소통을 위한 창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지금 전경련의 과거 위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전경련은 쑥대밭이 되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회원사들이 대거 탈퇴하면서 협회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됐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경련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이트 전 639곳에 달하던 회원사는 500곳으로 줄어 들었다, 회원사들의 탈퇴로 인해 2017년 회비수입도 113억2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입이 줄면서 전경련 조직에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었다. 직원은 이전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고, 임직원의 급여도 평균 40% 정도 삭감됐다.

문제는 한때 재계를 대표했던 경제 단체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하에 출범한 일자리위원회의 유관기관에 전경련의 이름이 빠진 것을 필두로, 지난해 7월 27~28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재계와 대통령과의 회동에 관한 의견 조율에서 전경련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올해 청와대에서 연 신년인사회에도 초대를 받지 못했고, 전경련이 참여했던 대통령 해외 경제사절단 구성 업무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전적으로 그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가 전경련을 대놓고 그림자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이 이 지경된 것은 일차적으로 전경련의 잘못이다. 전경련은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 마련에 앞장섰다. 또한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거액 모금에도 주도적으로 나섰다.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5억 원 넘게 입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이름 높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모두 포함된 거대 경제 단체가 최순실이라는 개인의 국정농단에 힘없이 휘둘렸다는 데 있다.

 

‘전경련 패싱’은 정부의 재벌 길들이기 희생양

그동안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해만 대변한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 단체로서 오랜 기간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너무 가까이해도, 너무 멀리해도 안 된다)’의 원칙이 불문율처럼 지켜져 왔기 때문이다. 즉, 對정부 관계에서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대립하는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게이트 과정에서 전경련은 자신의 존립 기반이 되는 균형감을 완전히 상실하는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전경련의 위상 추락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전경련의 실수는 인정하다고해도 지난 50년간 우리 경제에 끼친 순기능마저 깡그리 무시하면서 그림자 취급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국정 농단’ 사태는 말 그대로 국정의 전반이 농단을 당한 것이다. 전경련만의 문제가 아니고 청와대 비서실, 국가정보원,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의 거의 모든 기관들이 하나의 권력에 휘둘렸던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정부 기관은 핵심 가담자 몇 명이 처벌 받는 수준에 그치며 건재하지만, 전경련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국정 농단의 중심에 섰던 기관들 중에서 유독 전경련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전경련 자체도 문제지만, 정부의 재벌 길들이기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부가 재벌의 적폐 청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된 전경련이 청산 대상으로 분류된 감이 없지 않다. 대한상의는 회원사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하게 분포해 있어 재계의 통일된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지만 전경련의 경우, 대기업을 주로 대변해 왔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전경련이 그림자 단체로 전락한 것은 정부의 재벌 길들이기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특별대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특별대담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사 초청 오찬 간담회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사 초청 오찬 간담회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사 초청 오찬 간담회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사 초청 오찬 간담회

정경유착을 고리를 끊고 전경련의 강점을 활용하는 방안 모색

하지만 전경련을 ‘정경유착’의 적폐 세력으로 규정하여 버리기에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너무 아깝다. 정부는 정경유착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 내면서, ‘정경 협력’이라는 순기능을 활용하는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 사실 정부와 기업은 끊임없이 대립하면서도 협력해 나가야 하는 관계이다. 전경련은 우리나라에서 정부와 협력에 관한 한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경제 단체이다.

일례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입장권 예매가 저조해 고민하던 정부에 전경련이 발 벗고 나선 것은 민관 협력의 대표적인 성과이다. 지난 1월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 행사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큰 부담이 안 되는 범위에서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전경련은 회원사들에 경기 관람을 권장하고 입장권과 라이선스 상품 구매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염원이므로 정부는 당당하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었고 기업도 흔쾌히 받아들여서 좋은 선례를 남겼다.

전경련이 그동안 해외에서 민간 교류를 통해 축적한 무형의 자산은 정부의 어느 기관과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을 만큼 방대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두고 난항을 겪던 지난 1월에는 미국 상공회의소와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이 한국산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부과 방침을 밝혔을 때에도 ‘제재 대상국에서 한국은 제외돼야 한다.’ 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의회와 백악관 등 주요 인사 565명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 정부의 노력과 전경련의 미국 내 탄탄한 네트워크 활용이 더해져서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부과 유예 조치를 이끌어내게 된 것이다.

또한 지난 3월 한·미 FTA 수호를 위해 전경련과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미 FTA 관련 상시 정보 교환 및 의견 조율 ▲핫라인 운영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투자 확대 행사 및 한·미 FTA 홍보 프로그램 참여 확대 ▲디지털 경제ㆍ에너지 등 성장분야 발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전경련의 위상이 해외에서는 여전히 건재하며 국익을 도모하기 위한 민간 외교 능력이 충분하게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취업 이렇게 준비하자 세미나
일본 취업 이렇게 준비하자 세미나
일본 취업 이렇게 준비하자 세미나
일본 취업 이렇게 준비하자 세미나
일본 취업 이렇게 준비하자 세미나
일본 취업 이렇게 준비하자 세미나

전경련 개혁에 정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지금 전경련은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과 함께 자체적인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이러한 때 정부가 손을 내밀어 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나서 전경련이 나아가야 할 길과 국가 경제를 위한 바람직한 민관 협력의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전경련의 경험, 특히 오랜 기간 구축된 해외 네트워크는 국가 경쟁력의 일부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력을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경쟁력이다.

그 어려운 남북문제도 협력관계로 풀어 나간 정부가 전경련과의 협력관계 하나 못 풀 만큼 소통과 상생에 인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동이에 구정물이 들어 있다면, 구정물만 버리면 되지 멀쩡한 양동이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