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기업문화도 경쟁력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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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은 단순하게 회사를 만드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 호에서 문제 해결과 새로운 가치 창조를 강조했는데 스타트업 창업은 작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창업 초기에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기업문화와 관련이 있다. 추상적 개념의 기업과 각자 맡은 일을 담당하는 실체적 참여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모든 활동이 기업문화가 된다. 스타트업의 독특한 기업 문화는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창업을 시작할 때부터 기업문화를 고민하라 

스타트업 창업은 그 자체가 새로움을 추구한다. 경쟁력있는 스타트업을 살펴 보면 그 기업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2009년 7월 22일에 온라인 신발 판매 사이트로 유명한 자포스(Zappos)를 인수했다.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아마존이 자포스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유일의 기업문화’, 고객과의 강한 유대관계, 리더십 등 무형의 자산을 획득했다고 말했다. 매출을 더 필요로 하거나 외형을 키우기 위해서 자포스를 인수한 것이 아니었다. 스타트업이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차별화되고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가 독특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자포스 인수 사례는 스타트업 기업문화가 얼마나 가치있는지 증명한 사례다. 

스타트업의 기업문화는 창업 전부터 준비하거나 창업 초기에 기본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문화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모든 직원들이 언제든지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정리하여 게시하는 것이다. 회사 내부 인트라넷에 게시할 수도 있고 사무 공간 곳곳에 게시 할 수도 있다. 배달의 민족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이미지는 꽤 오랫동안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인터넷에서 확산되었다. 복잡하고 거룩한 사내 규정집보다 훨씬 재미있고 직관적인 내용이다. 배달의 민족이 지금까지 보여준 여러가지 기업문화들은 대한민국 스타트업들이 꼭 참고했으면 한다. 스타트업 창업 초기부터 기업문화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원하지 않는 성장통을 겪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필자가 인터뷰했던 한 스타트업은 4명의 공동창업자로 시작했다. 문제는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 창업 초기에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침형 멤버와 올빼미형 멤버가 일하는 시간 대가 다르다보니 서로에게 불만이 생겼던 경우다. 창업멤버라 서로에게 싫은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아 한참 마음 고생을 했다고 한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생겨 마라톤 회의 끝에 서로 합의안을 찾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어떤 스타트업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스타트업 기업문화에서 제일 먼저 확정해야 하는 것이 근무시간에 대한 규정이다. 근무시간에 대한 규정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전반적으로 근무태도가 나빠지는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예를 들어 9시가 출근 시간인데 30분 일찍 오는 A직원과 30분 늦게 오는 B직원이 있을 경우 이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어떤 직원이 불만이 생기겠는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스타트업은 엄격한 규정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기업은 규모가 크든 작든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므로 스스로의 규정을 잘 정립하고 기업문화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가 배달의 민족에서 일 잘하는 방법의 첫 번째 선포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가장 먼저 출퇴근 시간에 대한 공감과 합의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꾸기도 전에 출퇴근 시간 문제로 티격태격 하는 일이 벌어진다. 

배달의 민족 사훈
배달의 민족 사훈

 

스타트업에서 워라밸은 가능할까? 

최근 사회 트렌드를 반영하는 단어 중 하나가 ‘워라밸’이다. 스타트업 창업 초기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법적 근무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의 근무 시간에 대한 부분은 앞에서 얘기했던 기업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정해진 근무 시간과 야근 또는 철야 작업에 대한 상황을 법적 규정만으로 대응하고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기업에서 출근 시간에 관대하고 퇴근 시간에 엄격한 자기중심적 시간 기준을 가진 직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탄력 근무제 등을 적용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흔히 스타트업하면 무조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스타트업은 투입된 시간 중심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산출된 결과 중심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기존 산업구조에서는 투입된 시간과 산출되는 생산량이 비례하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타트업은 일에 투입된 시간과 산출물은 그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 시간과 노동을 투입하면 생산량이 늘어나는 일은 앞으로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필자는 기존 전통산업들에 적용되는 워라밸과 스타트업이 바라보는 워라밸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미리 고민하고 내부 규정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기업의 성장과 함께 기업내부에서 의견충돌이나 논쟁이 생길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창업멤버들은 개인 생활과 회사 생활의 구분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회사가 성장하며 그 다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냥 직장으로 취업하며 입장 차이가 생기는 부분이다. 그들에게 본인들의 창업 초기 희생정신과 헌신을 기대하고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규정을 잘 만들어 두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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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커뮤니케이션도 기업문화가 된다 

내성적이고 묵묵히 말없이 일하는 스타일의 사람은 스타트업에 잘 맞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가능하면 서로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각자의 의견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전달하고 공유 해야 한다.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겠거니 미루어 짐작하는 것보다 확실한 생각을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멤버들은 사내 커뮤 니케이션 문화와 다큐멘테이션 문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 얘기를 나눈 것은 문서로 기록하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저장하고 게시하는 것이 좋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회의 시간에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보고 방식을 금지했다. 대신 4~6페이지의 메모를 작성하고 이 메모를 회의 초반에 발표자가 그대로 읽는다. 이후에 나머지 사람들이 발표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하고 발표자가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이 메모를 아마존 내부에서는 “내러티브 (narrative)”라고 부른다. 제프 베조스는 잘 구성된 메모가 단순하게 키워드만 나열한 파워포인트보다 훨씬 더 의미 전달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파워포인트를 쓰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자신들의 기업문화에 잘 맞는 방식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슬랙’이라는 메신저를 활용해 보려고 했다. 해외에서 극찬하는 사내 메신저 솔루션이었는데 필자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여전히 구글 드라이브와 페이스북 메신저, 카카오톡 메신저가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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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상호존중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에서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다. 직급과 존칭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며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것의 본질은 상호존중에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검토할 때 나이, 직급, 경력으로 선입견이나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문화 자체가 연령에 대한 우선순위와 배려가 크다보니 직급을 단순화하고 영어 호칭을 부르는 방식 이 도입된 것이다. 

이런 방식은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직원들이 기득권을 양보하고 먼저 배려하며 시작된다. 이런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도입과 활용에는 신입 직원이나 어린 직원들도 자신들의 역할에 맞는 노력을 해야 한다. 카톡 스타일의 단문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어렵다. 단답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긴 글 쓰기에 익숙하지 않아 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느낀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말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잘 설명하고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도록 내부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사내 에서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과 공식적으로 사업 안건을 보고하는 것, 성과를 보고하는 것 등은 전혀 다른 성격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스타트업 필독서, <홀라크라시> 

스타트업 창업팀을 자문할 때 자주 추천하는 책이 <홀라크라시>라는 책이다. 자포스가 관리자 없는 자기경영의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하며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역할과 사람을 구분하며 기업의 모든 거버넌스(규정)를 문서화하여 기업 내부 직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써클이라고 부르는 단위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다른 써클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링크 역할을 활용한다. 특히 프로세스에 권한을 주는 방식 등은 꼭 참고할만한 내용이다. 

이 책에 있는 홀라크라시라는 철학을 기업문화에 전격적으로 도입한 자포스도 초기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기업에 적용할 경우에도 우선순위와 한국 문화에 맞는 재해석을 통해 적용해야 하겠지만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기업문화를 구축하려는 기존의 기업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며 긴밀하게 의사소통하는 기업문화가 경쟁력이 된다.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기업문화에 관한 부분은 사실 많이 다루지 않는다. 신문과 방송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스타트업의 화려하고 자유로운 모습들만 단편적으로 비추는 경향이 있다. 고생없이 성공한 스타트업은 없다. 그렇다고 모든 고생이 성공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스타트업도 다양한 경험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기업의 목표를 향해 전체가 협력해야 하는 유기적인 조직이다.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는 팀이 있다면 어떤 기업문화를 만들 것인지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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