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일. 아직 장마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때 아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로봇팩토리의 핑퐁 개발에 협업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인 시각(앱)디자인회 사, 산업(제품)디자인회사, 스토리보드 작가, 초/중/고 현장교육단체 등의 연구개발 자들과 함께 핑퐁 스토리보드 기획 및 연구 1차 워크숍에 참여한 후, 양재동의 로봇 팩토리 창작 작업실로 점심 초대를 받아서 갔다. 스토리보드 기획 워크숍 이후 핑퐁 의 개발 상황이 궁금한 나는 쉬는 날을 이용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의 이름은 ‘로봇팩토리’. ‘로봇 을 찍어내는 공장이라니…’ 갑자기 어릴 적 향수가 떠 올랐다. 로봇 태권V와 같 은 거창한 로봇은 아니더라도 거대한 창 고가 연상이 되었고, 그 안에서 각종 다 양한 종류의 로봇이 움직이는 장면이 연 상되었다. 네비게이션을 찍고 로봇팩토 리를 찾아갔는데 스마트폰 앱의 지도 안 내로는 분명히 다 왔다고 하는데, 아무 리 둘러봐도 로봇팩토리 공장을 찾을 수 가 없었다. 결국 차를 세워 놓고 내려 서 주위를 둘러보니 로봇팩토리라는 글 자가 보였는데 주거, 업무, 녹지가 혼합 된 도시 동네의 한 귀퉁이에 있었다. 

테라스가 있는 카페 분위기가 물씬 난 다. 건물 1층에 있는 로봇팩토리의 간판 “Dr. Yim’s Lab”이 “Dr. Yim’s Cafe”로 보 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 좋은 카페 의자 대신 메이커 창작 작업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편한 접이 의자가 있었다. 

과학융합인재교육 활동을 같이하고 있는 STEAM 교사 연구회 초/중/고/대학교 교사들과 함께
과학융합인재교육 활동을 같이하고 있는 STEAM 교사 연구회 초/중/고/대학교 교사들과 함께
현직 초/중/고/대학교 교사/교수들과 함께한 레고 마인드스톰을 활용한 과학융합교육 워크숍 모습
현직 초/중/고/대학교 교사/교수들과 함께한 레고 마인드스톰을 활용한 과학융합교육 워크숍 모습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및 진로 탐색 메이커를 활용한 융합 창작 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및 진로 탐색 메이커를 활용한 융합 창작 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

 

트랜스포머를 보다 

그러나 호기심과 함께 상상하던 어디에도 로봇은 보이지 않았다. 책상 위에 한 변의 길이가 4cm정도 되는 정육면체 모양의 정체불명의 작은 물체가 몇 개 쌓여있었다. 한쪽에서는 두대의 3D 프린터로 이상하고 알 수 없는 모형들을 출력하고 있는 가운데 한창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던 로봇팩토리의 사람들과 몇 마디 인사말을 건넨 후 정체불명의 물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인가요?” 

사실 “아니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명색이 ‘로봇팩토리’인데 영화에서 익히 봤던 인공지능 첨단 로봇과 같은 근사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을 기대했기 때 문이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예”였다. SF 영화와 같이 익숙하게 생각했던 것과 는 다른 형태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처음 보는 새로운 개념의 연결과 작동 구조물에 다소 놀란 표정을 억지로 감추면서 물었다. “어떻게 작동이 되나요?” 

로봇의 다양한 3차원 동작 구현을 위한 스마트기기 앱 개발을 하고 있는 한 젊은 연구원이 정체불명의 간단한 물체 2개를 붙이더니 양쪽에 바퀴를 달았다. 그리고 작은 버튼을 누르니까 바퀴가 돌아갔다. 흔히 상상하기 쉬운 사람과 닮은 로봇이 아니라,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보듯 몇 가지 연결 구조물로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손쉽게 자동차 로봇 형태가 만들어졌다. 

“자동차네요.”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로봇을 제어하는 것을 보여 줄께요….”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로봇의 동작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마트폰에 있는 원형으로 된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니까 바퀴를 단 이 자동차가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다. 손가락을 좀 더 정교하게 움직이니까 속력까지 조절되었다. 

“재미있는데요.” 게임 속에서만 봤던 것이 현실이 된 기분이었다. 이때부터 이 물건에 대한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다. 핑퐁이라는 이름을 지은 카이스트 “휴보랩” 출신 로봇공학자 임상빈 대표의 창작 열의에 가득한 모습을 떠올렸다. 

“쉽고 재미있게 형태를 변형하고 여러가지 키네메틱스 동작을 구현할 수 있어서 핑퐁 같이 톡톡 튀는, 즉 말그대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로봇을 생각하고 지었습니다.” 

나는 사물과 현상을 냉정하게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로봇팩토리 사람들에게 딴지를 걸었다. 

“스마트폰으로 작동을 시키면 학생들은 재미있어 하겠지만, 결국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부모일텐데, 부모는 학생들 손에 핸드폰을 주는 것을 싫어할텐데요.” 

로봇팩토리의 열정 넘치는 연구개발자들이 전문가답게 심도있 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핑퐁은 여러 개의 단일 모듈로 구성되고, 각각의 모듈에는 CPU가 탑재되어 있어서 하나의 작은 컴퓨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요?” 

“모듈 하나가 자기 스스로 자체 동작을 만들 수도 있고, 다른 나머지들과 클라이언트에 연결되어서 군집 로봇과 같은 형태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요?” 

“예를 들어, 하나의 모듈로 다른 모듈들의 동작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러면 스마트폰 대신에 하나의 모듈로 자동차를 조정 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핑퐁’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한 나는 좀 더 구체적인 핑퐁의 개념에 대해 질문하였다. 

“핑퐁은 2개의 모듈이 기본 모델이며 여러 개를 연결합니다.” 

“하나의 모듈에 하나의 모터가 있으며 각 모듈을 연결하면서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로봇이 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키네메틱스 동작 스토리 보드가 약 40여가지 됩니다.” 

STEAM 교사 연구회 활동 모습
STEAM 교사 연구회 활동 모습
STEAM 교사 연구회 활동 모습
STEAM 교사 연구회 활동 모습

 

놀이로 과학과 공학을 배우다 

핑퐁의 개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2바퀴 자동차의 조금 다른 버전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듈이 3개가 되면 모터가 3개가 되니까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모터가 여러 개까지 붙는 것이다. 자동차도 학생들이 신기하게 가지고 놀 수 있는데 여러 개의 모듈에 각각 모터가 붙어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창작 형태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해 보였다. 핑퐁을 활용해서 “무작정 따라하기”가 아닌 수학적인 로직과 과학 지식을 습득하고, 자유로운 입출력으로 과학기술, 공학 기반의 무한대 프로젝트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특히, 청소년의 이공계 진로 지도 프로그램 뿐 아니라 대학교 대부분의 공학계열 학과와 연계된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것은 지금까지의 스마트 토이와 다르며, 활용 분야는 다음과 같이 폭넓게 생각되 었다. 예를 들어, 전기 및 전자회로 메이커를 연결한 작품 활동, 자동차, 로봇 및 각종 구조물의 이동과 동작 제어, 창작물을 통한 알고리즘 이해, 초소형 컴퓨터를 활용한 컴퓨터 원리 및 응용 이해, 수치 계산 및 모델링 등의 수학적 활동, 시뮬레이션 및 게임과의 연동을 통한 게임 개발 체험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는 내가 흥분해 서 말하기 시작했다. 

“만일 모듈이 4개면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2족 로봇이 나올 수 있겠네요. 무릎과 골반 부분을 모터로 작동시키면 2족 로봇이 나올 수 있지요. 물론 네 다리로 기어가는 동물도 될 수 있어요...” 

“그렇습니다.” 

“모듈이 6개면 주변에 움직이는 것을 거의 구현 할 수 있겠어요. 각각의 모듈마다 CPU를 탑재하고 있어서, 6개의 손바닥 컴퓨터를 창작가에게 제공하게 되므로, 창작가는 각각의 모듈에 다른 형태의 동작을 구현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떠 올랐다. 기계공학이나 로봇공학 또는 전자 공학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핑퐁’은 재미있는 장난감이 아니라 과제연구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 주된 관심 중 하나는 학생들이 진로에 맞는 활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체험하는 ‘과제연구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진로 관련 활동은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되며, 대학에서는 수시전형에서 생활기록부 내용을 기초로 해서 학생을 선발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물건을 학생들에게 주면 학생들은 처음에는 재미있게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것이다. 그 다음에 지도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 이제 핑퐁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으니 새로운 과제를 주겠습니다. 핑퐁을 가지고 자신의 진로 분야에 맞는 장치와 창작품을 개발하는 것을 주제로 합니다. 필요한 구조물은 학교에 있는 3D프린터를 이용하면 됩니다.” 

재미로 놀다가 자연스럽게 교육적인 요소로 전이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과학이나 공학을 놀이처럼 재미있게 여기면서 흥미를 가지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물건이 주변에 또 있다. 

‘레고!’ 토이 시장에서 절대 강자이며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넘사벽”이 되어버렸다. 레고를 이용한 레고 랜드를 비롯하여 레고를 이용한 만화영화 시리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레고를 이용한 ‘레고마인드스톰’은 토이가 교육시장까지 확장되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그러나 레고와 유사한 제품들은 많지만 레고와 같이 혁신적인 교육과 과학, 기술, 공학 및 예술 융합의 사례는 별로 없었다. 

토이(놀이)와 교육은 항상 가까이 하고 싶지만 가까이 하기 힘든 사이이다. 학생들은 말한다. “어떻게 배우는 것이 재미있겠어요. 배우는 것은 정말 지긋지긋해요.” 이 말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실패한 많은 사례를 보았는데 핑퐁은 왠지 학생들에게 말 그대로 통통 튀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창업과 혁신 성장을 위한 청소년 진로교육, 4차 산업혁명 관련 공학 및 과학융합 인재교육에 있어서 키네메틱스 부문에서 핑퐁의 혁신 배경과 스토리에 관해 로봇팩토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처음에는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는데 대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하는 말이 많아졌다. 

 

배틀(Battle) 개념 도입으로 몰입도 높아 

“어, 벌써 오후 3시네요” 

조용한 골목 카페에서 점심을 함께 하면서 핑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봤다. “로봇팩토리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 그런데 발길을 돌려서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깜박 놓친 것이 있었다.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모듈을 여러 형태로 조립하며 다양하게 놀면서, 나의 작품을 다른 아이들과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공유한다, 내가 만든 로봇의 동작을 내 친구에게 클라우드를 통해 전송하면, 친구는 내가 만든 로봇의 동작 데이터로 자신의 로봇 을 동작시키거나 변형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놀이를 통한 변형과 나의 생각을 구현하는 재구성, 주변 사물과의 융합 등의 창작 활동 개념의 스마트 로봇은 레고 이후 새로운 혁신이 될 수 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한 가지를 제안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배틀 콘텐츠에 목숨을 거는 경향이 있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고무딱지를 사서 하루 종일 밖에서 딱지를 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아이만 잘못된 줄 알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놀이터에 가보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딱지를 들고 시합을 하는 것이다. 내가 딱지치기를 하면 어깨가 아플 뿐만 아니라 어른의 생각으로 이 지겨운 단순 활동을 왜 하나 싶을 정도로 힘들어 하는 데 아이들은 전혀 다르다. 한 장 두 장을 따는 재미, 잃는 아쉬움, 놀이를 통 한 즐거움에 하루가 가는 줄을 모른다. 

배틀 개념은 스포츠, 기능성 게임, 비보이, 랩 등 문화예술 분야에도 폭넓게 확장된다. 최근 뇌를 연구하는 행동 과학 분야에서는 놀이를 통해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인지 오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는 “베이블레이드”라는 단순한 과학 원리의 팽이 놀이의 인기가 바로 그 증거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 팽이 놀이는 지역 대회까지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열광한다. 놀이 방법은 간단하다. 팽이를 돌려서 서로 충돌도 하면서 어느 팽이가 더 오래 도는지 시합을 하는 것이다. 물리를 전공한 나의 입장에서 보면 팽이가 도는 시간은 계산물리학을 동원해서 상황 변수들을 계산하고 비선형 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인데, 아이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이 의식할 수 없는 확률 경험으로 팽이의 회전 시간을 알아채는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팽이가 더 오래 돌지는 알 수 없고 예측하기 어려우나, 팽이의 단순한 회전 운동을 통해 복잡한 물리 현상을 아이들의 상황 놀이 장난감에서도 볼 수 있다. 더욱이 재미있게 가지고 놀면서 자신의 뇌를 창의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면, 핑퐁의 예측 불가능한 동작 형태는 충분히 영화 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매력이 있음을 느낀다. 더불어 배틀과 같은 놀이, 공유, 창작, 협력 등의 요소들이 들어간다면 아이들은 더 몰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핑퐁의 스토리보드 연구와 기획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님이 현재 초등학생 아이들을 두고 있으며, 창작 메이커 그룹 활동을 하는 연구자라서 배틀 로봇 형태의 변형과 구성이 가능하며, 스토리보드 앱에 이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조만간 출시될 핑퐁을 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로봇팩토리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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