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산업이라 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미술산업 현황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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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산업을 이야기할 때 그 범주 속에 미술을 언뜻 떠올리지 못한 다. 미술이라 하면 학창시절 그림 그리기 정도로 생각하거나 부유한 식자층(識者層)의 전유물로서 그들의 고상한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창의력과 관련하여 인문학을 중시하며 그 속에 미술도 포함된다. 이런 사실을 상기하면 미술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미술을 산업이라 할 수 있는지, 미술을 산업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우리는 미술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지 그 담론을 생각해 본다.

 

미술을 산업이라 할 수 있는가? 

최근에는 미술도 산업으로 인식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미술품의 상업적 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동일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집합이며, 시장은 생산뿐만 아니라 거래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아무튼 이런 기준에 따르면 미술산업은 독특한 면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미술품 제작 분야이다. 미술품의 경우, 기획사들을 통한 기업적 제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미술품은 개인 작가들에 의하여 제작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 작가들이 개인 사업가로서 활동한다면 1인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집합을 하나의 산업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작가들이 상업용 미술품이 아니라 취미나 학문차원에서 순수미술활동만 한다면 이러한 작가들의 집합을 미술산업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미술유통분야이다. 미술유통은 미술품의 상업적 거래를 위한 기능이고 이를 담당하는 갤러리, 아트페어 주최자, 경매자 등이 기업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는 산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술품 제작관련 각종 소재와 재료를 생산하는 미술지원활동과 미술인력양성, 미술관 운영 등 미술 인프라 분야이다. 소재와 재료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산업의 영역이 분명하고, 미술 작가를 키워내는 학교와 학원, 미술관을 운영하는 각종 영리 혹은 비영리 법인들도 광의의 미술관련 산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미술이 순수예술이 아닌 상업적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하나의 산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술유통과 미술관련 인프라 산업은 정당하게 하나의 산업이기 때문에 논의의 필요성이 적으며 문제는 미술품을 만드는 작가나 기획사를 하나의 산업으로 볼 것인가의 여부일 것이다. 앞서 살핀대로 이들도 상업적 거래를 목적으로 기업적 활동을 하고 있다면 이들의 집합은 “미술품이라는 동일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집합”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집합을 ‘미술품제작 산업’으로 볼 수 있다고 하겠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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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술산업은 어떤 상황인가? 

1962년 이후 압축 성장을 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 하나로 발전하고 있다. 1996년 선진국 모임이라는 OECD에 가입하였고, 금년엔 인구 5천만명이상, 1인당 소득 3만불 이상이라는 선진 7개국 클럽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IMF전망에 따르면 금 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3만 2,774달러가 되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이 클럽에 가입 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경쟁력과 경제력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은 세계 1위이고, GDP대비 R&D투자비중, 인구당 스마트폰 보급률, 인터넷 이용시간, 초고속인터넷 속도 등도 세계 1위를 보이고 있다.

LPGA, 동계 및 하계올림픽 등을 통한 스포츠 분야와 한류로 대변되는 문화예술분야도 세계수준을 보이고 있다. K-POP의 경우 강남스타일에 이어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은 아시아와 유럽, 남미는 물론 미국에서까지 선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에 K-POP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문화예술 분야인 미술 분야는 다른 분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유통산업의 경우 갤러리, 아트 페어, 경매회사 등으로 나눌 수 있는 바, 2016년 현재 화랑의 경우 갤러리는 437개, 고용인원 1,176명으로 이들이 판매하는 작품은 약 1만 2천점에, 판매금액은 약 2,200억 원이다. 아트페어의 경우에는 47개의 페어에서 약 1만 2천점을 판매하여 735억 원의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경매회사의 경우 12개 회사에서 일반 경매 29회, 온라인 경매 391회 등 420회를 개최하여 약 1만 5천 점에 대하여 1,277억 원 규모의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전체 미술시장을 볼 때, 미술유통관련 업체 수는 496개에 달하나 고용인 원은 1,700여명 수준으로 업체당 평균 4명에 불과한 영세성을 보이고 있으며, 관람객은 약 350만 명, 작품 판매금액 4,172억 원을 보이고 있다. 미술품제작산업의 경우엔 수 만 명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 중 몇 몇 작가는 작품을 수십억 원 상당으로도 판매한다는 사실 등 일부 정보이외에는 구체적 통계조차 찾기 힘들 정도이다. 아직 미술품 제작업이 하나의 산업이라기보다는 예술영역으로 인식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우리 미술 산업의 상황을 외국과 비교해보면 이 분야는 여러 면에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2012년 현재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80조 원에 달하지만 우리의 시장규모는 세계시장의 0.5%에 불과한 4천억 원 수준에 머문다. 우리나라GDP가 세계 GDP중 2%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 수출상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4%에 육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취약하다. 둘째, 우리나라엔 세계적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작품 가격도 낮다. 미술경매 최고가 작품의 경우, 세계수준은 1억 달러 이상에 이르고 있으나 우리 작품들은 40∽50억 원에 머물고 있고, 세계 미술경매 거래액 순위 10위권의 경우 치바이스, 앙리 마티스, 로이 루이 텐스타인 등 미국과 유럽, 중국의 작가들은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우리나라 작가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미술유통산업에서도 우리나라의 위치는 작아 보인다. 아트바젤, 아모리, 아트베이징, 피악 등 주요 아트 페어는 미국, 유럽, 홍콩 혹은 중국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우리의 주도적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총체적으로 미술 산업 분야는 우리나라의 다른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중예술 가운데 하나인 K-POP이 세계에서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같은 예술분야 중 하나인 미술 분야에서는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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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미술산업의 취약성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몇 가지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는 있는 것 같다. 우선, 미술을 순수예술로만 생각하거나 미술품을 투기목적의 재산증식수단으로 생각하는 왜곡된 인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술품에 대한 시선에는 돈과 명예, 지성을 모두 갖춘 이들만이 누리는 ‘호화롭고 고상한 취미생활’이라는 인식이 담겨져 있다. 순수한 예술로만 인식하는 경우나 반대로 최고의 투기자산으로만 인식하는 경우엔 상업적 목적의 미술품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된다. 순수예술로만 생각하는 경우엔 미술품 제작산업이 설 땅이 없으며, 미술품을 투기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에도 몇몇 작가에만 주목할 수 밖에 없으므로 미술품의 대중화를 통한 시장창출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요인이 우리 경제규모대 비미술시장이 취약한 원인중 하나로 판단된다. 정상적이라면 현재 세계시장의 0.5%수준인 4천억 원 수준의 국내미술시장은 세계 GDP에서 우리GDP가 차지하는 비중 2.0%, 즉 세계미술시장 80조 중 2%인 1조 6천억 원 규모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작가들의 역량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 별로 없는 점에도 기인될 수 있다. 작가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해주고 미술품을 마케팅해주며 협동적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기업도 거의 없으며,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대중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는 공공플랫폼도 제한 되어 있으며, 전시회, 아트페어, 경매시장 등 기존의 플랫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매우 부족하다. 

몇 가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미술품 제작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순수예술이 필요는 하겠지만 이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학에 주로 맡기고 학교를 졸업한 작가들은 과감히 상업적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미술품 제작에 노력을 해갈 필요가 있다. 미술품을 투기목적의 물품이라는 사회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투기목적인 미술품시장은 소수 작가에겐 좋은 시장일 수 있으나, 기반이 튼튼한 미술산업을 키워내기에는 적절한 환경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미술품의 대중화와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해서는 미술품 제작에 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미술품 제작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술적으로는 3D프린팅, IoT, 빅데이터 등 4 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들을 접목할 필요도 있으며, 미술재료와 소재도 전통적인 것으로부터 보다 다양하게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제작방식으로는 작가 개인 활동을 넘어 협업을 확대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과학기술분야의 경우에도 우수한 논문들은 공동 연구에서 나오고 있다. 미술품 제작 분야도 개인위주의 창작활동에서 공동 활동으로 확장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미술품 제작에 기업적 활동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K-POP이 그랬던 것처럼 미술품 제작을 위해서도 기업적 요소의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차별적인 K-Paintings이 나오도록 치열한 경쟁속에 젊은 작가들을 기업형으로 고용하여 이들이 성장해갈 수 있도록 관리해간다면 미술영역에서도 제2의 K-POP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인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우리만의 독창성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그랬듯이 국가의 과감한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영국의 경우 노동당 토니 블레어 수상이 집권한 1990년대 말부터 십여년 동안, 대영 박물관 (British Museum),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등 많은 미술 기관들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바 있고, 크고 작은 도시에서 지방정부 후원금을 받는 중소 미술기관들이 성장하였다. 이를 통해 많은 신진 미술 작가들이 전시할 기회를 얻어 이들이 성장하는 배경이 되었었다.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확대 제공했던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공공 미술플랫폼을 만드는데 정부가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떤 분야이건 시장 형성기능은 정부 기능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전환과 노력이다. K-POP이 정부의 도움 없이 세계를 주도해가고 있는 것처럼 K-Paintings도 세계를 리드해가는 물결로 성장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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