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아트센터’ 서진석 관장 인터뷰

백남준 아트센터 외관 (출처: 백남준 아트센터)
백남준 아트센터 외관 (출처: 백남준 아트센터)

 

작가 백남준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방법과 역사적 변천에 관심이 많았다. 또 정보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한 아티스트였다. 이러한 백남준의 정신을 전파하고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백남준은 생전에 그의 이름을 딴 이 아트센터를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명명했다. 백남준 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구현하기 위해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활동을 창조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연구로 발전시키는 한편, 이를 실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백남준 아트센터’ 서진석 관장을 만나 ‘글로컬 지구인’ 백남준의 예술세계와 그의 정신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백남준 아트센터에 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트센터는 유일하게 백남준 선생님의 이름을 쓸 수 있는 미술관입니다.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산하기관 국공립미술관으로서 백남준 선생님께 의뢰해서 같이 만든 미술관이며, 올해가 딱 10년 됐습니다. 백남준의 예술적 궤적이 살아있는 비디오 설치와 드로잉을 비롯해 관련 작가들의 작품 248점, 비디오 아카이브 2,300여점 및 백남준과 관련된 자료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백남준의 주요 작품과 자료를 수집하여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대한 연구와 전시의 중심이 되고자 합니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백남준의 예술세계와 정신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아트센터의 첫번째 목적입니다. 이러한 목적에 맞게 1층에 백남준 선생의 상설전이 연 2회정도 진행됩니다. 하나의 특정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맞게 작업세계를 연구하고 전시로 만들어 냅니다. 

기술매체기반의 예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방향성 제시가 아트센터의 두 번째 목적입니다. 미디어아트, 일렉트로닉 아트 등 새로운 시각이미지를 제시하고 담론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2층에서 1년에 3회 정도 특별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되는 국제협력전 ‘다툼소리아 (DATUMSORIA)’도 그런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전시 위주가 아닌, 학술연구, 교육, 세미나, 심포지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의 접합부분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세대별, 장르별로 다양하게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는 문화기관입니다. 

백남준 아트센터 서진석 관장 (출처: 백남준 아트센터)
백남준 아트센터 서진석 관장 (출처: 백남준 아트센터)

 

지금의 독자들에게 작가 백남준을 알려준다면. 

백남준 선생은 어려서부터 각 문화의 지역 경계가 없는 글로컬 지구인으로 활동하셨습니다. 세상만물의 조화적,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한 상생의 미래를 제시했습니다. 백남준은 전혀 다른 문화, 지역, 종교 등을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킹하며 수평적으로 새로운 융합을 많이 시도해서 성공적으로 풀어냈습니다. 

기술, 인간, 자연 이 세가지를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지금의 테크놀로지, 휴머니즘, 에코놀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60년대부터 얘기했습니다. 지금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인 융합, 전 지구성, 다양성, 사회체계 전환에 대한 담론을 이미 그때부터 제시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은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지금 도 숨겨져 있던 다양한 개념이나 주제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작가 백남준은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유토피아적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자연환경에서 압력을 받아 진화를 했다면 이제는 기술환경이 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포스트인터넷, 포스트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술은 수단이 아니라 압력을 주는 외부환경이 됐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술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급속한 기술발전에 의해 점차 현실-가상, 온라인-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술과 융합됐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예술은 더욱 더 중요해집니다. 기술이 정점에 이를 때 인간의 가치를 상실하지 않게 만드는 마지막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자료: 월간 스타트업4 DB

 

'현대미술'은 난해합니다. 관람객들은 어떻게 ‘현대미술’을 받아 들여야 할까요? 

현대미술은 열린 마음으로 주체적으로 느끼면 좋습니다. 스스로가 자기적 판단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정형화가 안 된 각각의 해석을 달 수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학습도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설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후 작품에 관해 조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느꼈던 자의적 해석과 다른 사람의 타의적 해석에서 간극을 느낄 때 자기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작품을 봤을 때 “이런 게 아닐까?”라는 자신의 의견과 작가의 설명이 매칭됐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습니다. 관점이 다를 때는 또 다른 의미의 확장성이 부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작품 감상에서 좀더 재미를 느끼면서 능동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센터의 방향성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 10주년을 맞아 미술관 본래의 목적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신조로 작가 백남준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고 공유하려고 합니다. 현재보다 좀더 확장되어서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미술관을 표방하고 나아가겠습니다. 

자료: 월간 스타트업4 DB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 21세기는 급격하게 기술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입니 다. 경제환경의 변화와 사회정치환경 또한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온라인-오프라인간 인지적 감각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 프린터도 점(dot)이 보였지만 지금은 사진과 구분이 안 됩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지감각으로 구별이 안 될 것입니다. 혼란스러울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환경이 변화하면서 시스템, 법, 체제 등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세계가 구체화될수록 상실되는 것이 휴머니즘입니다. 백남준 선생은 휴머니즘을 중시했습니다. 인간중심의 수평적 기술과 자연의 융합이 백남준선생이 지향하던 바 입니다. 향후 이러한 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상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시공간의 제어 없이 공공성과 공유성을 가지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예술은 기술과 융합하면서 지속적으로 더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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