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음악으로도 활용 범위 확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16 년 3월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사이에 벌어졌던 대국은 알파고의 4:1 압승으로 끝났다. 이것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던 바둑을 정복한 인공지능이 단순작업의 반복적인 영역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창의력이 강조되는 부문에서도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간 인공지능이 무인상점이나 자율주행차 등을 통해 계산원이나 트럭운전사 등 인간의 일자리를 점차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어 왔음에도 창의력이 중요한 부문에서는 인간을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이제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은 미술과 음악, 그리고 작문에 이르는 예술 영역으로도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 화가의 등장…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 

지난 2018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드로잉봇(Drawing Bot)’으로 표현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발표했다. ‘AttnGAN(Attentional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라는 정식 명칭을 가진 이 시스템은 문장으로 표현된 것을 인지해 그림으로 표현해 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AttnGAN 기술은 텍스트를 각각의 단어로 분리하고 해당 단어를 이미지의 특정 부분과 연관 짓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하얀 몸에 빨간색 날개를 가진 짧은 부리새’처럼 복잡한 텍스트로도 정교한 이미지를 생성 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화가는 물론 인테리어 디자이너들도 작업을 위한 스케치를 쉽게 할 수 있게 되는 등 작업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ttnGAN은 새를 묘사한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AttnGAN은 새를 묘사한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사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술과 인공지능의 접목을 추진한 것이 AttnGAN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4월 네덜란드의 인공지능 연구진들과 함께 ‘넥스트 렘브란트(Next Rembrandt)’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하였었다. 이 프로젝트는 ‘빛의 마술사’로 불렸던 화가인 렘브란트 반 레인 (Rembrandt Van Rijn)의 작품 350여점을 딥러닝 기술을 통해 학습하고 유사한 화풍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구글 역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과 화풍을 학습한 인공지능 시스템 ‘딥드림(Deep Dream)’을 공개 했다. 이는 무(無)에서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며, 주어진 이미지를 인식하고 재해석하여 고흐의 화풍을 적용해 추상화를 그려주는 것이다. 구글은 딥드림이 그린 작품을 지난 2016년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도 했는데, 총 29점의 작품이 9만7천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 다. 구글은 딥드림 홈페이지에서 누구라도 등록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원본 이미지와 딥드림을 이용해 제작된 그림 (출처: 딥드림 홈페이지)
원본 이미지와 딥드림을 이용해 제작된 그림 (출처: 딥드림 홈페이지)
원본 이미지와 딥드림을 이용해 제작된 그림 (출처: 딥드림 홈페이지)
원본 이미지와 딥드림을 이용해 제작된 그림 (출처: 딥드림 홈페이지)

인공지능 기반의 미술 창착품 경진대회도 열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이용한 미술 작품 경진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로보 아트(Roboart)’라는 대회로서 올해로 3회째이며, 지난 7월 수상작들이 발표되 었다. 이 경진대회는 물리적인 브러시와 페인트를 이용해 만들어진 예술작품만을 취급한다. 인공지능, 이미지 처리기술, 그리고 로봇 등 혁신적 기술과 예술의 접목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로서 인공 지능을 통해 구현된 디지털 이미지는 다루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기업가이자 대회 창시자인 앤드류 콘루(Andrew Conru)는 “지난 20여년간 체스나 음성인식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많은 기술적 진보가 있었지만 캔버스 위에 그리는 그림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로보아트 대회를 통해 도전하고자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인공지능은 인간 예술가가 더 과감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강조하고 있다. 

로보아트 2018년 대회의 창작/재해석 카테고리의 1위 수상작 (출처: Roboart.org)
로보아트 2018년 대회의 창작/재해석 카테고리의 1위 수상작 (출처: Roboart.org)
로보아트 2018년 대회의 창작/재해석 카테고리의 1위 수상작 (출처: Roboart.org)
로보아트 2018년 대회의 창작/재해석 카테고리의 1위 수상작 (출처: Roboart.org)

대회 참가자들은 순수 창작품, 기존의 사진이나 예술작품을 재해석한 작품 등 으로 응모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예술가와 비평가, 기술자 등 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과 페이스북을 통한 공개투표를 통해 수상작이 선정된다. 

올해 대회의 경우, 미국의 ‘인디펜던트’ 라는 팀이 개발한 ‘CloudPainter’가 그린 작품이 1위로 선정되었다. 이는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수준의 추상화와 인물화를 그릴 수 있는데, 프랑스 화가인 폴 세잔(Paul Cezanne)의 1880년 작품 인 ‘에스타크의 집(Houses at L'Estaque)’ 을 재해석해 그린 작품으로 수상했다. 

2019년 대회를 위한 참가 접수도 이미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내년 6월 1일까 지 작품을 제출해야 하며, 이후 심사위원과 공개 투표를 통해 2019년 6월 11일 최종 수상작이 발표될 예정이다. 수상작들의 경우 1위 2만 달러, 2위 1만 달러 등 10위까지 상금도 받을 수 있다. 

 

음악과 인공지능의 접목도 이미 활발히 추진 중 

미술과 더불어 또 다른 예술 영역인 음악 부문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 2017년 ‘플로머신즈(flow-machines)’ 라고 명명한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 2곡을 공개했다. 공개된 곡은 비틀즈와 유사한 스타일의 ‘Daddy’s Car’와 미국의 인기 작곡가 어빙 벌린(Irving Berling)과 재즈 음악가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스타일의 ‘Ballard of Mr. Shadow’이다. 

다만, 공개된 음악은 인공지능만으로 완벽하게 구현된 것은 아니며, 멜로디 등 기본적인 작곡은 인공지능이 하고, 편곡과 같은 마무리 작업은 사람이 한 것이다. 

구글은 이보다 앞서 지난 2016년 6월 창작활동을 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마젠타(Magenta)’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인 텐서플로우 를 활용해 작곡한 90초 분량의 피아노곡을 공개했다. 다만, 이 곡 역시 인공지능이 작곡한 피아노곡에 사람이 연주하는 드럼과 오케스트라 반주가 추가되었다. 

일본의 야마하도 2017년 1월 작곡과 관련해 재미있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유명한 무용수인 카이지 모리야마(Kaiji Moriyama)의 몸에 많은 수의 센서를 장착하고 자동반주 기능이 있는 피아노가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피아노 멜로디를 자동으로 만들어 반주하는 장면을 시연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과 음악 작곡을 접목시킨 사례가 이미 등장했다. 영국의 음악 관련 스타트업인 주크덱(Jukedek)이 국내 음반제작사인 엔터아프와 협력해 설립한 음반 레이블 A.I.M.은 지난 2월 ‘세계 최초 인공지능×인간감성 음반 레이블’을 내건 A.I.M 출범 쇼케이스를 개최 했다. 이 역시 인공지능이 음악을 작곡하면 사람이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한 뒤, 가수가 노래를 부르게 된다. 

야마하는 무용수의 움직임에 맞추어 멜로디를 자동 생성하는 피아노를 시연했다. (출처: 야마하 유튜브 채널)
야마하는 무용수의 움직임에 맞추어 멜로디를 자동 생성하는 피아노를 시연했다. (출처: 야마하 유튜브 채널)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 집필에 이어 인공지능 ‘시인’도 등장 

글을 쓰는 작문과 관련해 일부 산업영역에서 인공지능은 테스트 단계를 지나 이미 상용화되어 널리 이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적용된 부문은 로봇기자로서 신문 등에서 볼 수 있는 기사를 인공지능이 제작하는 것이다. 분석 기사의 경우 아직은 한계가 존재하지만 빠른 정보전달이 강조되는 스포츠 시합 결과나 증시 관련 뉴스 작성에서는 인공지능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로봇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중국 알리바바는 지난 7월 초 제품판매를 위한 광고문구를 쓰는 ‘AI 카피라이터’를 개발해 자사의 서비스에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상품을 판매하려는 업체가 제품을 홍보하는 페이지에서 이용하는 홍보문구를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알리바바의 딥러닝 및 자연어 처리기술이 적용된 AI 카피라이터는 초당 2만 줄의 문구를 작성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 부문에서도 테스트되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프로그래머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공포 이야기를 만드는 프로그램 ‘셸리(Shelley)’를 공개한 바 있으며, 지난 2016년 4월 영국에서 개최된 SF 영화제인 ‘사이파이 런던 영화 페스티벌 (Sci-Fi London film festival)’에서는 ‘벤자민’이라는 인공지능이 대본을 쓴 ‘스프링(Spring)’이라는 8분 가량의 단편영화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시인’으로도 데뷔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샤오이스(Xiaoice)’를 활용해 인공지능이 작성한 시를 모은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Sunshine Misses Windows)’를 2017년 5월 출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샤오이스는 1920년 이후 현대 시인 519명의 작품 수천 편을 스스로 학습해 1만여 편의 시를 집필해 이 중 일부를 시집으로 편찬한 것인데, 샤오이스가 시집의 제목도 직접 지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이 창작한 시를 모은 작품집 (출처: 중국 인민일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이 창작한 시를 모은 작품집 (출처: 중국 인민일보)

인간의 ‘보조’에서 창작으로 역할 확대…저작권 문제는 해결과제 

인공지능이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중요한 예술 영역으로도 진입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향후에도 새로운 시도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 상당수의 시도는 최종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완벽한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작업한 작품을 새로운 형태로 재창작하거나 기본적인 틀을 만들고 사람이 마무리하는 단계인 것이다. 

그러나 이 수준으로도 예술가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인공지능의 도움을 통해 시도할 수 있으며, 작품을 위한 구상이나 실제 제작 단계에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 

또한 전문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면서 미술이나 음악 애호가들이 더 늘어나고 관련 시장이 성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향후에는 인공지능이 보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의 저작권을 누가 갖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의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가, 그렇다면 창작활동을 하는 인공지능의 개발업체, 또는 해당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작품을 제작한 사람 모두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 

아직은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인공지능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새롭게 논쟁거리로 부상하는 부문에서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대한 빠른 사회적 합의와 이에 따른 법규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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