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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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경영자 및 주주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Fortune 100대기업 중 자체적 성장(organic growth) 방식을 사용한 기업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인수합병을 활용해 성장한 기업이다. 엔지니어링 산업에서도 지속성장을 위하여 M&A는 필수적인 성장 전략이 되고 있다. 엔지니어링 일류 기업은 대형화, 시장 확대, 사업구조 재편 등을 위해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등 아시아 기업도 최근 M&A에 적극적이다. 반면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기업은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고급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M&A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고, 특히 해외기업 M&A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본고에서는 해외 일류기업들의 M&A 추진 사례와 성공방정식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업계의 M&A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1. 글로벌 엔지니어링 산업의 M&A 트렌드

(사업구조 재편 및 대형화를 위한 대형 M&A 거래 증가)

최근 엔지니어링 산업의 M&A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업구조 재편과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선도 기업 간 대형 M&A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2010년 ENR의 해외설계매출 상위 50대 기업중 14개 기업이 M&A로 인하여 2018년 ENR 225대 기업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엔지니어링 기업 간 M&A로 상위그룹에서 세계 시장에서의 매출 순위가 크게 변동하였다. 지난해에는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Jacobs가 종업원 20,000명의 CH2M을 인수하여 세계 4위에서 1위로 등극하였고, 캐나다의 SNC-Lavalin은 세계 10위였던 영국의 Atkins을 인수하여 종전 20위에서 무려 17단계를 끌어 올린 세계 3위로 도약하였다. 나머지 세계 최상위 기업들도 대부분 M&A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10-40위 그룹의 대형 엔지니어링사을 인수하여 대형화와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표] 50대 해외 설계기업(2010년 매출기준)의 피인수 내용
[표] 50대 해외 설계기업(2010년 매출기준)의 피인수 내용

(Cross-Border M&A의 증가)

최근의 M&A는 대부분 국가 간(Cross-Border) M&A라는 점이다. 2010년 해외매출 기준 상위 50위 엔지니어링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형 M&A 14건 중에서 10건이 국가 간 M&A 형태로 이루어졌다. 특징적인 것은 국가 간 M&A로 인한 피인수 기업 10개중 6개가 영국기업이며, 이는 Brexit로 영국 기업의 EU 지역에서의 사업수행의 어려움과 파운드화 약세에 따라 영국기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러 대비 영국의 파운드화의 가치는 최근 3년간 28% 낮아졌다.

 

(M&A를 활용한 선도기업의 종합 엔지니어링사로 진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M&A를 통하여 사업모델을 고도화하고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일류 엔지니어링 기업은 단순한 설계와 자문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사업주를 대신하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대안적인 사업모델을 추구하면서 사업관리 및 시공업체를 적극 인수하고 있다. 캐나다 Stantec (ENR 해외매출 8위)은 2016년 MWH Global(2015년 ENR 해외설계매출 36위)의 인수로 시공관리 역량을 확보하였고, AECOM(세계 2위 해외설계사)은 대형 설계 및 건설사인 URS(2013년 ENR 해외설계매출 16위)의 인수 등을 통하여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아시아 엔지니어링 기업의 M&A를 통한 글로벌화)

엔지니어링 업계의 해외 M&A는 최상위 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우리와 경쟁관계가 있는 중국 등 아시아 기업에서도 활발하다. 중국의 JSTI(세계 45위)는 2016년 스페인 EPTISA(인력 1,700명)와 TestAmerica(인력 2,000명)를 인수하여 해외사업을 확대하였고, 일본의 1위 설계사인 Nippon Koei(세계 44위)는 2016년 영국의 3대 건축설계회사인 BDP(종업원 950명)를 인수하여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다. 싱가포르의 Surbana Jurong(세계 25위 해외설계사)은 2016년 호주의 SMEC를 인수하여 해외인력을 9,800명 이상으로 확충하였다. UAE의 Dar Group(세계 7위)은 지분투자(19.9% 지분 취득)후 2010대 3년간 1위 기업이었던 초대형 엔지니어링사인 WorleyParsons(세계 9위)의 인수를 시도하는 등 대형 M&A에 적극적이다.

 

2.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의 M&A 성공사례

세계 1위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미국의 Jacobs는 적극적인 M&A를 통하여 ① 주력사업의 해외시장 기반 구축 → ② 기존 사업의 역량 강화 → ③ 사업구조 재편을 단계적으로 추진하였다. Jacobs는 주력사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업체를 인수하여 시장을 개척하고 주력 상품의 판로를 확보하였다. 해외시장을 개척한 다음에 해외시장에서의 주력사업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대형 기업을 포함한 다수 주력 공종의 업체를 인수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주력 공종의 시장하강에 대비하고 위험분산 효과를 위하여 비주력 공종기업의 대형 M&A로 사업구조를 재편하여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표2] JACOBS 주요 M&A 내용
[표2] JACOBS 주요 M&A 내용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M&A의 모범사례로 평가 받은 호주의 WorleyParsons는 M&A 전담조직을 두고 자체적인 M&A 리서치 및 실사(due diligence) 역량을 확보하여 2002년 회사 상장 이후 40여건 이상의 M&A를 추진하고 있다. WorleyParsons 역시 Jacobs와 같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하여 지역기반이 강한 엔지니어링 회사를 인수하여 수주 및 사업수행 리스크를 줄이고 이후 주력 상품에 대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표3] WorleyParsons의 주요 M&A 내용
[표3] WorleyParsons의 주요 M&A 내용

프랑스의 Technip은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중대형 M&A를 통하여 화공플랜트 엔지니어링 전체 공종(onshore, offshore, subsea)에서 종합 솔루션 제공을 통한 고수익 사업모델 확보하였다. 지난해에는 선도 해양설비 제작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형업체인 FMC Technologies(미국, 17,400명)와 합병하여 TechnipFMC 설립하고 해양사업 전체 영역(원천기술, 설계, 시공, 기자재생산, 유지관리)에서 사업역량을 강화하였다.

[표4] Technip 주요 M&A 내용
[표4] Technip 주요 M&A 내용

우리와 유사한 EPC 사업모델로 해외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영국의 Petrofac은 중소전문기술 회사를 대상으로 M&A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조직문화 안정성과 신규사업 역량을 확보하여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표5] Petrofac 주요 M&A/지분투자 내용
[표5] Petrofac 주요 M&A/지분투자 내용

 

3. 성공적인 M&A의 추진을 위한 제언

첫째,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기업의 M&A를 통한 성장전략과 사업구조 재편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일류기업들은 시장지배력 강화 및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M&A를 적극 추진 중이며, 중국 등 아시아 경쟁국은 국가 간 M&A를 통하여 기본설계 등 고급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급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선진기업과의 역량차이가 크나 해외 M&A를 통한 고급 엔지니어링 역량의 확보노력은 거의 없다. 고급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우 국내 기술인력이 제한되어 있어 해외 M&A 없이 자체적인 기술인력 육성 및 R&D 투자만으로는 선진국과의 기술력 차이와 고부가가치 분야 실적 확보가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고급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보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하여 기술력 있는 해외 엔지니어링 기업의 M&A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M&A를 통한 엔지니어링 산업의 고도화 및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링 기업의 M&A 시 세제지원 및 비상장기업에 대한 가업승계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 그룹의 변칙 상속을 방지하기 위하여 비상장기업에 대한 M&A 요건이 엄격하게 적용되어 중소기업의 M&A에 제한이 있는데다 엔지니어링의 전문성으로 가업승계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사실상 엔지니어링 기업의 출구전략이 봉쇄되어 있다. 양도에 따른 세(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엔지니어링 기업은 확장을 멈추게 되고, 기술개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엔지니어링 기업의 M&A시 피인수기업이 재벌그룹사 소속이 아닌 경우에는 피인수 엔지니어링 기업에게 기술가치를 인정하여 매각금액에서 순자산액 초과액의 일정비율을 세액 공제하여 양도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엔지니어링 기업을 인수한 기업에게는 이를 R&D 투자로 간주하여 과감한 투자세액의 공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M&A 전담조직을 구축하여 단발성 M&A가 아닌 반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엔지니어링 기업이 전략적 적합성과 투자타당성을 바탕으로 상시적으로 M&A 대상기업을 발굴하고 추진하여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은 중요한 생존전략이다. 이와 같은 중요성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엔지니어링 분야의 해외 M&A 추진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데다 대부분 M&A 전담조직이 없어 M&A를 추진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해외 M&A는 ① 파트너십 체결 ② 지분투자 ③ M&A 추진의 단계적 접근방식을 활용하고 자사의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 전문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외 M&A의 경우 경험과 역량 부족으로 실패 가능성이 높다. 우선 피인수 후보군과의 공동의 사업수행 등 파트너십을 통해 M&A 후보사에 대한 역량을 파악하고 M&A 추진시 사업 전략과 PMI 관점에서 적합성 판단해야 한다. 전략적 적합성이 확인되면 리스크 경감 등을 위해 M&A 추진 전 지분투자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처음부터 대형 M&A를 추진하기보다는 자사의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특수전문기술을 보유한 소형기업을 대상으로 M&A를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M&A 거래 초기단계에서부터 인수후 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해외 M&A의 당위성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PMI의 어려움에 기인한다. 삼성전자의 미국 AST Research 인수(1996년), GS건설의 스페인의 수처리 EPC사 Inima의 인수(2012년) 등과 같은 국내 대형 M&A가 PMI 준비 부족으로 실패하면서 우리기업에게 해외 M&A의 추진은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해외 M&A는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므로, 조직문화 갈등, 핵심인력 유출 등 해외 M&A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 요인들에 대한 PMI 방안을 M&A 추진 초기단계부터 철저하게 검토하여 추진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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