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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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은 10개 선진국가가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큰 구조의 산업이다.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은 큰 수출 비중을 차지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유가 변동 및 국내 기업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해외 수주액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의 현황과 나아갈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플랜트엔지니어링이란?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은 기획, 타당성조사, 개념 및 기본설계, 상세설계, 구매 및 조달, 시공, 운전 및 유지보수, 해체 등의 일련의 활동과 그 활동에 대한 프로젝트종합관리를 포함하며, 인적자원과 전문성을 이용하여 유무형의 재화를 창출하는 종합시스템 산업이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에서 건설단계까지의 원가 구성은 전방가치사슬인 기본설계(FEED, Front End Engineering Design)와 상세설계가 약 9%, 기자재가 약 58%, 시공이 약 33%로 되어 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은 지식 집약 서비스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장기간에 걸친 경험과 축적된 기술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플랜트 산업의 가치사슬
플랜트 산업의 가치사슬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의 국내 현주소는?

국내 플랜트산업의 수출은 다른 주요 산업에 비해 수출액 규모가 거의 수위에 있을 정도로 큰 수출 비중을 차지해 왔다. 2010년~2012년에 걸쳐서는 국내 기업의 해외 플랜트 수주총액이 매년 650억불 정도의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6년 약 210억불, 2017년 270억불 정도의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과 타 산업의 수출 추이 (단위 : 억불)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과 타 산업의 수출 추이 (단위 : 억불)
국내 기업의 해외 플랜트 및 기자재 수주액 변화 (단위 : 백만불)
국내 기업의 해외 플랜트 및 기자재 수주액 변화 (단위 : 백만불)

특히 해양플랜트 및 Oil & Gas 플랜트 부문의 수주액 급감은 심각한 상황이다. 수주 부진의 원인을 살펴보면 국내의 기존 해외 플랜트 수주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분야에 집중되어 시공 위주의 사업모델에 집중적으로 의존해 왔고, 유가변동 등의 세계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발주물량의 감소에 따라 과다 출혈을 감수한 수주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의 고부가가치 부문인 원천기술 및 FEED 등은 해외선진기업이 독점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상세설계 및 시공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즉,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은 원천기술을 포함한 엔지니어링 및 기자재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매우 미흡한 형편이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의 기술개발 투자가 선진국 대비 저조하고, 신기술 획득에 필수적인 파일럿 및 실증 플랜트의 설계, 건설 및 운영경험이 부족하며, 토목 및 건축 인력은 공급과잉이나 기본설계 엔지니어링을 담당할 고급 전문인력의 부족에 기인한다. 또한 핵심기자재에 대한 기술력의 한계로 기자재 부문의 수주액도 아주 미미한 상황이다.

 

최근 15년간 ('03~'17)플랜트 종류별 해외수주 비중(단위 : %)
최근 15년간 ('03~'17)플랜트 종류별 해외수주 비중(단위 : %)
[표1] 분야별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 (단위: %, 최고 선진국=100)  (출처: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표1] 분야별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 (단위: %, 최고 선진국=100) (출처: 한국플랜트산업협회)

 

세계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에서 우리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해외 선진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발주처 현지 밀착형 경영, M&A 및 전략적 제휴 활성화, 네트워크 구축과 공동수주 등을 통하여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시장은 발전부문에서는 Bechtel사와 Enelpower사가, 원유 및 가스 부문에서는 Bechtel사와 Snamprogetti사 등이, 석유화학부문에서는 Technip사와 JGC사가 선도하고 있다.

 

2018년도 ENR(Engineering New Record)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도 세계 건설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23.7%, 우리나라가 5.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수주의 대부분을 시공분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기업의 강점 분야와 중복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참고로 기술 및 경험, 금융지원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세계 플랜트 엔지니어링 시장은 상위 20개 선진업체가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0.5%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해외 선진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은 수익성이 높고 사업 리스크가 비교적 낮은 FEED와 PMC 등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 및 인도 등의 후발 EPC 기업은 낮은 인건비를 기반으로 한 가격경쟁력과 풍부한 자국 플랜트 수요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해외 현지의 발주자들은 기자재 및 시공 부문의 국산화와 엔지니어링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기술전수 및 인력양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의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 : 한국 경제가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기술과의 융합을 위한 환경은?

현재 해외 선진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엔지니어링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사업모델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의 강자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을 개척하는 선두주자가 향후 지능정보 기반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가 될 것이다.

 

최근 ASME가 주최하는 ⌜2018 Turbo Expo⌟에서 GE와 지멘스 등은 플랜트의 ‘Digitalization’을 키워드로 주제발표를 진행하였다. 여기서 향후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의 발전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접목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즉, 플랜트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동일한 플랜트 대상의 설계와 운전경험 및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제대로 접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정부는 플랜트 분야별 실증플랜트의 설계 및 건설과 운영·유지보수(O&M, Operation and Maintenance)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협업의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Digitalization을 통한 비용 절감 (예 : 복합화력플랜트)  (출처: Boston Consulting Group (BCG) 보고서)
Digitalization을 통한 비용 절감 (예 : 복합화력플랜트) (출처: Boston Consulting Group (BCG) 보고서)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은 여러 법규 및 사업 환경에 따라 설계 엔지니어링사, EPC사, 플랜트 운영사 등으로 분리할 수 있으며, 특히 발전플랜트의 경우 설계와 운영이 법적으로 분리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구조는 설계정보와 구매 및 건설정보, 운전 정보간의 교류에 있어 심각한 장벽이기도 하다. 한편 엔지니어링 데이터의 중요성 때문에 동종 기업 간의 데이터 공유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협업의 장을 정부 주도로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투자만으로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의 재도약이 가능할까? 플랜트산업의 가치사슬에서 핵심기기 등의 기자재 부문과 FEED 부문의 기술적 성숙도가 해외 선진기업과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서야만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이 의미를 가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투자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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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갈 방향은?

세계적으로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플랜트의 O&M 사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단순한 사업모델의 탈피를 위해 국내 가동 플랜트부문을 중심으로 O&M 역량강화와 지능정보기술의 활용사례를 기반으로 한 해외시장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노후 플랜트의 업그레이드와 신규 플랜트를 위한 O&M 사업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국내 기업은 진출 가능한 신규 O&M 분야를 탐색한 후 시장진입을 위한 실천전략을 수립하여 해외시장 진출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고부가가치 영역인 핵심기자재 및 설계 엔지니어링 부문의 전문 인력 양성과 함께 숙련된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퇴직 기술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수립도 필요하다.

 

최근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중동지역 편중세가 완화되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신흥국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성장 가능 시장진출을 위한 사전조사와 시장정보 지원, 그리고 금융지원 방식의 다각화 등의 활동도 이루어져야 한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핵심기자재, 기본설계, 프로젝트 관리 등의 고부가가치 영역에 대한 민관의 기술투자와 실증 및 금융지원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신시장 초기 진입을 위한 기술력 및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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