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그리고 개인의 변화와 나아갈 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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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명제로 사회가 떠들썩해진 것도 벌써 2년이 넘었다. 혹자는 아직 4차 산업혁명을 논할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세상과 개인의 삶을 바꿀만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삶으로 녹아들고 있다. 초기 산업혁명 시기에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삶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극명하게 변했지만, 그에 따라 사람들, 특히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거나 삶의 터전이 바뀌어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2차,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발생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발전'에 반사 피해를 입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노동자, 일반 대중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에 만들어졌던 업무 형태와 일하는 방법은 여전히 우리 삶에, 회사에,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결코 바뀔 수 없는 일종의 규칙처럼 여기는 듯하다. 사실, 진정한 '대중의, 보통 사람들의, 직장인들의, 노동자들의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기업은 어떻게 변해야 하며,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에 개개인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변화에 올라타야 할지 그리고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우리는 아직 과거에 갇혀 살고 있는가?

 

‘정규직/비정규직, 9시 출근, 6시 퇴근, 주 40시간 근무, 이석금지, 업무시간 개인활동 금지, 주별/분기별/반기/연간 계획과 목표달성, 상명하복, 조직질서 준수’

 

위의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지금까지는 당연하게 생각해왔지만 앞으로 변할 세상에서도 이와 같은 시스템이 유지되는 게 맞을까? 아래 글은 이제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한 사회 초년생의 일기 내용이다.

 

‘학창시절이 끝날 때쯤 짜인 시간표의 종말과 함께 속박의 결계가 풀리고 자유의 시대가 도래하는 줄 알았다. 내 맘대로 고르는 대학의 시간표와 수업을 빼먹어도 큰 죄책감이 없는 나의 시간은 학점관리와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수 없이 많은 활동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본능 사이에서 잠시 방황하다 결국 취업이라는 사회의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나 자신을 깎아내고 베어내며 색을 죽이고 밝은 후광은 희미하게 만든 뒤 수많은 사람을 밀쳐내고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인 좁디좁은 문을 통과해 겨우 딱딱하고 작은 의자에 앉았다.’

 

우리는 꽉 막힌 사무실과 타인에 의해 결정된 시간표에 따라 살기 위해 그토록 먼 여정을 지나왔을까? 새로운 산업혁명과 함께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또 산업혁명의 후폭풍에 희생당하며 살아야 할까? 기술과 산업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사람들이 모여있는 기업과 업무구조, 일하는 방식은 왜 아직도 구시대에 머물러 있을까?

 

세상은 이미 변했고 이제 변화하는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트렌드는 조금이라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곧 이런 생각에 부딪히며 포기하고 만다.

 

"나만, 우리만 변하면 뭐 해? 다른 사람들이, 다른 회사가 변하지 않는데. 90% 이상의 회사가 이렇게 일하는데 우리만 어떻게 변해?"

 

그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인정했고 받아들였다. 변화로 인한 고통이라는 한 치 앞의 벽 때문에 평생 자신의 삶을 옥죄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갇혀 누군가의 결정에 자신의 1분 1초를 바치고 있다. 기업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리스크와 문제들은 머리를 싸매고 해결하면서 왜 자신의 삶을 위한 변화에 따른 고통은 더 크고 어렵게 생각할까? 회사의 문제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변화가 어차피 똑같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개개인의 순수한 마음, 넘치는 에너지,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이제 나를 위해 써보면 어떨까?'

 

우선,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라는 틀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근무시간의 길고 짧음은 본인의 선택일 뿐 기업과 개인은 이제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위한 공동의 이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마주 보니 싸우기만 할 뿐이다. 기업은 개인이 일하는 과정을 개선할 수 있게 돕고, 개개인은 자신에게 맞는 업무방법을 선택하여 이후 서로 결과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맞다는 말이다. 이는 결과 지상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에게 과정과 환경에 대한 선택권을 주고 그에 맞는 책임도 넘겨주어 그로 인해 나오는 결과에 관해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즉, 이 모든 것이 개인의 판단, 책임 그리고 실력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100년이 넘도록 관행처럼 이어져온 '정규직', '9시 출근, 6시 퇴근'을 거스르기 힘든 사회, 직장의 구조라고 여기고 바꾸고 싶어 하지만 정작 용기를 내기는 어렵다고 한다. 힘들지만 회사가 만든 시스템이고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참고 일한다는 말이다.

 

19~59세 직장인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조사를 보면 현대인들이 기존의 직장생활과 시스템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자신의 삶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가까운지 물어본 설문에서 단 9.5%만이 ‘그렇다’고 했고, 무응답을 제외한 88.4%는 워라밸과는 거리가 멀다고 응답했다. 즉,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시스템을 견디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사실은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워라밸에 대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당장 여건이 안 되니 못하는 것일 뿐, 이젠 많은 사람이 전통적인 일하는 방식,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1800년대 중후반에 만들어진, 아주 오래된, 그러나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바로 ‘그 시스템’에서 말이다.

 

나는 더 많은 보통의 직장인들에서부터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역사적인 모든 의식혁명은 개개인들이 모인 시민운동에서 발생했듯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 개인들이 먼저 나서서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개인이 깨닫고 준비하며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소설 '상록수'(심훈)는 과거만의 이야기일까?

 

50년 뒤의 후손들이 바라볼 과거가 지금 우리들이 추구하는 허상으로 가득 찬 현재다. 2050년쯤에 태어난 아이들이 2060년대에 읽을 책의 과거 내용이 현재의 대한민국이자 전 세계의 실정이라는 말이다. 책 제목은 '닫힌 정원'쯤으로 하자. 드넓은 초원과 숲에서 상록수를 길러냈더니 알고 보니 자물쇠로 잠긴 누군가의 정원이었다는 것이 우리의 지금 모습이니 말이다.

 

현실의 벽, 두려움, 타인의 시선, 실패 그리고 실패 이후의 처지, 무엇보다도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일자리, 직업, 취업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와 인식. 사실, 이 모든 것들 덕분에 우리는 아직도 월요일은 출근해야 하고 금요일은 어떻게든 칼퇴근하고 싶고 ‘1.2초’ 같은 주말은 언제나 아쉽다. 마치, 더듬이 앞의 냄새가 사라져버리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길 위의 개미처럼 우리는 스스로 시스템의 냄새를 쫓아 안으로 들어갔고 그 속에서 안정을 느끼며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 현명한 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무엇이 옳은 삶의 방법이고 자신과 회사를 위해 일하는 방법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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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변화, 일자리와 일하는 문화의 변화를 바꾸기 시작하다

 

그런데 답을 찾기 힘든 현실 속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건 기업이 아닌 시장에서부터 그리고 개개인 하나하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업과 개인 모두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진실 중 하나는 모든 변화는 시장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시장에는 개개인의 심리와 욕망이 반영된 현실의 욕구가 녹아있다는 점이다.

 

먼저, 현대의 직장인들이 기업을 바라보고 조직내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마인드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조직과 회사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고 따라서 그 안의 질서를 지키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설사,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들이라 하더라도 개개인의 직장인들은 그냥 참고 넘어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직장인들은 더는 불합리한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대의 직장인, 노동자들은 그들이 맞서야 할 대상이 설사 기업의 오너라고 하더라도 자신과 직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면 정식으로 사과를 요청하고 필요한 경우 SNS 등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도 하며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변화하는 일자리, 일하는 방법의 그 출발점이 숨겨져 있다. 새로운 시대와 세대에 부응하는 일하는 방법의 변화, 직장내에서의 권리추구 등의 적극적인 태도들이 그동안 불합리하게 작용해왔던 구시대의 관습과 시스템을 타파하고 직장인들의 권리와 삶을 찾게 해주며 나아가 합리적으로 일하기, 자율적인 노동량 및 생산성 개선 그리고 개인의 삶과 직장의 밸런스 맞추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일자리 문화와 생산성의 혁명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즉, 다시는 과거 혁명 시기들의 노동자들처럼 가만히 앉아서 변화에 휩쓸려가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결코, 부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다. (중략) 이런 모습은 이전 세대와 명백하게 구분된다. 군중이라고 불렸던 대중들은 더 이상 콘텐츠의 전달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사건에 개입하면서 이슈를 알리는 미디어 역할을 수행하는 등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너의 일방적이고 상명하복적인 과거 질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중략) 이전 세대는 결과중심이지만 현재는 과정 자체가 곧 정체성이다.”

 

“사람들은 이제 부조리와 부정을 참지 않는다. 예전에는 내부 폭로를 의리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업을 좋게 만드는 행위다. 건강한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

-시사저널 기업리스크 관련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 인터뷰 중-

 

이 뿐일까? 기업 안팎에서 일하는 방법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개개인들의 삶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변화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개념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최근 들어서이다. 물론, 아직 디테일이나 품질의 개선은 더 이루어져야 하지만 3D 프린팅, 아두이노, DIY 등으로 대표되는 ‘메이커스(Makers)’ 열풍은 IT개발자, 디자이너, 작가들의 고유 산물로 여겨졌던 프리랜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누구나 쉽게 다양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이를 통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YOLO(You Only Live Once)로 대변되는 개인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역시 단순히 여가나 여행을 통해 삶의 휴식을 찾았던 과거와는 달리 일, 직장, 창업 등 자신의 삶 전체를 스스로 직접 디자인하며 누군가에 의해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자율적이면서도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일깨워줘 일자리, 일하는 방법에 대한 개개인의 선택권을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세상과 사회는 변하고 있다. 한 발만 밖으로 뻗어 바깥으로 나와 상쾌한 숲 속의 향기와 바닷가 모래알의 간지러움과 물속에서의 붕 뜬 자유로움을 느껴보면 더 이상 사무실만이 나의 일터요, 회사만이 나를 먹여 살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직장인이라도 리모트 워크(Remote work, 원격근무)를 통해 집, 카페, 해변에서 일하기도 하고,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처럼 전 세계를 여행 다니며 일을 하기도 하고,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등 일하는 장소가 다변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바라보자. 그러면 새롭게 바뀌는 시대에 회사가 개개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개개인이 회사와 자신의 삶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하는 방법과 그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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