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서비스 투명성 높일 방안으로 주목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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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버는 새로운 운송 서비스를 등장시켰다는 의미를 넘어 차량의 소유 및 이용행태, 자동차 메이커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더 나아가 자율주행차 연계는 물론 새로운 형태의 승차/차량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는 기폭제가 되어 모빌리티 산업 전체의 혁신을 유발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모빌리티 산업에서도 서비스 발전 과정에서 이용자 간 신뢰나 서비스의 투명성 부족과 같은 문제가 등장하고, 여러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보다 더 이용자 친화적이고 신뢰성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블록체인 기술이 그 해답 중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빌리티 산업, 운송 서비스 넘어 우리 삶의 필수 플랫폼으로 발전

한국에서는 택시 등 대중교통 업계의 반발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물론 동남아 지역에서도 다수의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등장해 사람과 사물의 효율적인 이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산업의 인프라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 중국 디디추싱은 전 세계 각 지역으로 글로벌 확장을 추진 중이며, 동남아 지역의 그랩(Grab)은 소프트뱅크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력 IT업체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승차 공유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자율주행차와 접목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자율주행차의 경우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하며, 운행을 위한 규제도 엄격하다. 그러나 기존 상용차 업체뿐 아니라 다수의 스타트업들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어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소비자 대상의 자율주행차 판매 외에 이를 활용한 승차 및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추진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중이다. 이미 몇몇 상용차 업체들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담하는 부서를 창설했거나 관련 업체 투자와 인수를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승용차뿐 아니라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에 활용되면서 교통 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촉발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트럭이나 특수목적 차량에도 접목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음식이나 택배상품 등을 배달해주는 소형 배송용 로봇도 일부 업체에 의해 테스트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 그리고 이에 기반한 승차 공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차량 기반의 결제, 물류, 커머스, 그리고 헬스케어 등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하면서 생활의 필수 플랫폼 업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승차 공유 업체 그랩은 이미 음식 및 상품 배달, 전자지갑과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승차 공유 업체 ‘그랩’의 서비스 제공 현황 (출처: 그랩(Grab))
승차 공유 업체 ‘그랩’의 서비스 제공 현황 (출처: 그랩(Grab))

 

블록체인 기술, 모빌리티 산업의 현안 해결 방안으로 주목

승차 공유 서비스의 발전 방향은 결국 차량 소유자와 이용자의 분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는 운전자와 승차자(고객) 사이에 신뢰가 존재해야 함을 의미한다. 운전자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운전자-고객 사이에 이루어지는 객관적인 상호평가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우버와 디디추싱 등 대표적인 승차 공유 서비스에서 운전자에 의한 손님 살인 사건 등이 발생하여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물론, 각 업체들은 운전자 자격 검증과 비상 호출 기능 도입 등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운전자의 허위 사실 기재 방지와 부정적인 상호평가 점수 책정 등을 막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자율주행차는 차량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각종 센서와 카메라로 인식하고 판단하며, 이 외에도 다른 자동차나 신호등, 도로 시설, 서비스 이용자 및 보행자, 그리고 교통 정보를 저장한 클라우드 등과 실시간 통신을 통해 연결되어야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해킹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차량과 인프라가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주고받는지에 대한 검증 수단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이처럼 승차 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 차량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와 관련된 서비스에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은 더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거대한 규모를 보이고 있는 중고차 거래 시장이나 차량 수리와 같은 애프터마켓 시장에서도 상호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출고 시점과 주행거리, 수리이력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차량의 이력뿐 아니라 그간 해당 차량을 운행한 운전자의 급제동이나 급출발과 같은 운전습관에 따른 차량의 상태처럼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파악하고 분석하여 투명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 같은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자칫 사기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

 

엠블 파운데이션의 사업 구조 (출처: 엠블 파운데이션)
엠블 파운데이션의 사업 구조 (출처: 엠블 파운데이션)

 

블록체인 기술은 이 같은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중고차 거래, 차량 유지를 위한 수리 등 애프터마켓 서비스, 자동차 보험, 유료도로 이용 등 운행 시 발생할 결제와 파이낸싱 등 금융서비스, 그리고 차량/승차 공유 서비스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 수수료를 낮출 최적의 방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지목된 것이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로서 그 가능성을 파악해 보는 수준이지만, 실제로 이를 접목시키려는 업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영국의 큐브 인텔리전스(Cube Intelligence)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무결성 및 개인정보보호를 보장하면서 자율주행 차량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기술과 P2P 방식으로 효율적인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를 무선 업데이트(OTA, over-the-air)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한 큐브는 지난 2018년 4월 블록체인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의 이지식스가 싱가포르에서 설립한 ‘엠블(MVL, Mass Vehicle Ledger) 파운데이션’ 역시 실제 승차 공유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대표적인 업체이다. 동 사는 기존의 우버(Uber)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반 보상 서비스를 결합한 ‘타다(TADA)’를 2018년 7월 론칭하였다.

타다는 자동차 주행 및 거래, 정비 관련 데이터를 분산 원장에 기록해 정보를 공유하는 운전자나 이용자에게 ‘엠블’이라는 명칭의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제공해주고 신뢰도 높은 빅데이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엠블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타다의 차별성은 책임감 있고 안전운행을 하는 운전사가 더 좋은 리뷰를 받을 수 있으며, 이 같은 리뷰를 통해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상은 엠블 코인으로 변환할 수 있는 엠블 포인트 형식으로 제공되며, 엠블 코인은 향후 주유와 차량 수리, 렌트 등의 서비스에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즉, 운전자가 실질적으로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안전한 운전을 하고 고객 서비스를 향상하는 등 좋은 리뷰를 받아야 하기에 타다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도요타 연구소가 추구하는 미래의 운전석 이미지 (출처: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
도요타 연구소가 추구하는 미래의 운전석 이미지 (출처: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

 

도요타, 자율주행 차량 개발 위해 블록체인 접목 시도

일본의 도요타는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연구하는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Toyota Research Institute)’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의 개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지난 2017년 5월 미국 MIT의 미디어랩(Media Lab)과 협력해 블록체인을 모빌리티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도요타는 그간 사람들이 자율주행차에 대해 보다 편안하고 익숙해지도록 개별 차량의 안전성, 소유자들의 차량 이용행태 등에 대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배포하는 프로젝트들을 추진해왔는데, 이제 블록체인 기술을 이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요타 연구소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차량의 개발을 위해서는 수십억 마일에 달하는 운행 데이터가 필요한데, 블록체인 및 분산 원장은 차량 소유자, 차량 관리업체, 그리고 제조사의 데이터를 통해 개발 시간을 크게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도요타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자동차 소유자 사이에 투명성과 신뢰를 구축하고 중고거래 등에서의 사기 위험을 줄이며 거래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승차/차량 공유 서비스에서 자동차 소유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벌 수도 있다.

 

미래의 운전석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래의 운전석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도요타는 이를 위한 첫 단계로서, 차량 수리 빈도나 운행 기록, 그리고 자율주행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승차 공유나 운행 기반 자동차 보험(usage-based insurance)에 활용될 수 있는 이용자 친화적 툴을 개발하고 있다. 보험사가 이 같은 신뢰성 높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파악하고 보험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이용자들은 보다 저렴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블록체인 전문가 및 여러 스타트업들과 협력 중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업체 Gem이 대표적인 업체이다. 동 사는 건강보험 업체들을 위해 개발했던 애플리케이션을 자동차 보험에 맞도록 이식하는 작업을 위해 도요타와 협력 중이다. 또한 도요타는 독일 베를린의 BigChainDB와 블록체인 기반 공유차량 및 자율주행 차량의 데이터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Oaken Innovation이나 Commuterz와는 차량 공유, 자동차 액세스, 결제, 카풀 등을 위한 블록체인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요타는 이더리움을 활용하는 기업 연합에도 참여하는 등 블록체인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 중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블록체인 연구 위한 자동차 업계 차원의 이니셔티브도 등장

거대 자동차 업체인 BMW, GM, 포드, 그리고 르노(Renault)는 지난 2018년 5월 초 개최된 ‘퓨처 블록체인 서밋(Future Blockchain Summit)에서 자동차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를 담당하는 ‘MOBI(Mobility Open Blockchain Initiative)’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MOBI가 추구하는 것은 도요타와 크게 다르지 않다. MOBI라는 이름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투명한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으로서, 블록체인에 차량의 정보를 기록하여 자동차 거래나 공유 시 사기를 예방하고 수수료를 절감함으로써 차량과 관련된 모든 거래와 서비스를 보다 안전하고 저렴하며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MOBI는 자동차 데이터 추적, 공정한 거래를 위한 유통 과정 추적, 자율주행 기술, 차량 기반의 결제 서비스, 차량 공유, 적정 보험료 책정, 유료도로와 같은 인프라 이용료 책정 등에 걸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Mobi 참여 파트너사 목록 (출처: Mobi)
Mobi 참여 파트너사 목록 (출처: Mobi)

 

물론, 독자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을 연구하는 도요타처럼 이미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에 대해 상당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MOBI에 참여한 르노는 2016년 9월 금융업체들이 중심이 된 블록체인 관련 업계 컨소시엄 R3에 참여한 바 있으며, GM 역시 리눅스 재단이 추진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하이퍼레저(Hyperledger)’에 참여했다. 부품업체 ZF도 미국의 금융업체 UBS, 독일의 이노지 이노베이션 허브(Innogy Innovation Hub)와 블록체인 기반의 차량용 가상화폐 서비스 ‘Car eWallet’ 개발을 추진 중인데, 지난 2018년 7월에는 해당 연구를 담당하는 조직을 가상화폐와 동명의 스타트업으로 분사했다. 보쉬(Bosch) 역시 독일의 인증기관인 튀브 라인란트(TUV Rheinland)와 조작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반의 ‘주행거리 변조 방지 기술’의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도요타 리서치의 CFO를 역임하기도 한 MOBI의 클리스 밸링거(Chris Ballinger) 회장은 각각의 업체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상황을 ‘바벨탑’에 비유하며 자칫 각 업체의 기술들이 호환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즉, MOBI를 통해 자동차 업체들 모두가 도입할 수 있는 개방형 표준 플랫폼을 개발함으로써 모빌리티 산업의 확대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MOBI에는 2018년 10월 중순 기준으로 설립 멤버인 4대 자동차 업체뿐 아니라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 ZF, 일본의 덴소(Denso) 뿐 아니라 IBM과 같은 기술업체, 그리고 블록체인 업체인 IOTA와 컨센시스(ConsenSys) 등 70여 개 업체들이 파트너와 스폰서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MOBI에 참여하는 자동차 4사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업체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을 본격화할 경우 모빌리티 시장에 미칠 파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제조사인 자동차 메이커들, 서비스를 담당하는 IT업체 및 스타트업들, 그리고 보험사 등 금융업체들이 뭉쳐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 연구를 본격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로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또 다른 사례로서 모빌리티 산업이 추가되고 있다. 그 결과물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할 때 모빌리티 산업은 관련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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